초반 남자의 자격 시청율은 심지어 3%대도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이러다 폐지되는 것 아닌가. 아마 남자의 자격 처음부터 애정을 가지고 봐 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꼈던 두려움 아니었을까. 나름대로 꽤나 나와 코드가 맞는 예능이었거든.
운도 사실 많이 따라주었다. MBC에서는 시청율의 저조를 이기지 못하고 연달아 새로운 코너를 폐지하고 있었고, 더구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였던 패밀리가 떴다는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며 내부적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가끔 뜬금포가 터져주었었다. 사실 젊은 그대 편과 같이 아이돌을 기성세대의 시점에서 포착함으로써 젊은 시청자의 눈길을 끈 것도 주효했다 할 수 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해피선데이에 남자의 자격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그게 이런 프로그램이라더라.
그게 또 요즘은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그야말로 한결같았다. 게임도 없다. 억지상황극이며 캐릭터만들기도 없다. 그냥 담담히 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지루할 때는 다큐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루하지만 제대로 소재를 잘 만나고 상황이 받쳐주면 폭풍감동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그래봐야 마라톤편과 암검진편의 차이가 무엇일까? 전투기편과 젠틀맨편도 사실 한결같았다. 그게 터지면 제대로 터지는 거고, 아니면 그대로 잠잠해지는 거고.
한 마디로 버틸 수 있었기에 살아남았고, 살아남았기에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강해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에 강하다는 것일까? 남자의 자격 자체도 훌륭했지만 그것이 대중들에 먹힐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의 남자의 자격을 만든 원동력이라 할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도록 지켜봐 준 방송국과 뚝심있게 일관성을 가지고 밀어붙인 제작진이 있어 그것도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일밤은 아니었다. 그나마 기대했던 "오빠밴드"만 하더라도 시청율 잘 안 나오니까 얼마나 무리수를 두었던가. "오늘을 즐겨라"도 "뜨거운 형제들"도 시작은 거창했는데 어느샌가 뭐하자는 프로그램인지 정체성을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뭔가 이것저것 하는 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이 프로그램에 대해 무얼 기대하고 무엇을 재미로 여기고 봐야 하는지. 지금 와서 정의하자면 "오늘을 즐겨라"와 "뜨거운 형제들"은 과연 어떤 예능프로그램이었던 것일까.
하기는 남자의 자격과 일밤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남자의 자격은 40%에 육박하는 시청율을 자랑하는 1박 2일이라는 괴물을 파트너로 두고 있다. 이전의 망했던 코너들의 시청율이라는 핑계거리도 있다. 해피선데이라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시청율이 나가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이 적다. 그에 비하면 일단 일밤의 코너들은 살아남아야지. 그러니까 시청율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고. 아마 일밤에 1박 2일에 비견할만한 킬러예능이 하나 있었다면 "단비"만 해도 어떻게 살려볼 수 있었을 것이다. 받쳐주는 다른 프로그램 없이 혼자서 리얼감동코드는 너무 부담스럽다.
조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방송국이 어디 땅파서 월급주는 것도 아닐 테고. 제작비도 다 돈일 것이다. 시청율이 안 나오면 결국 방송국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버티기에는 역시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망하고 마는 것은, 역시 돈이 돈을 번다는 빈익빈 부익부랄까? 1박 2일이 있기 때문에 반응이 올 때까지 꾸준할 수 있었던 남자의 자격에 비해 일찌감치 자리 털고 다른 장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는.
다만 그렇더라도 제작진의 무능을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런닝맨" 때문이다. 사실 초기의 런닝맨과 지금의 런닝맨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게 달라져 있다. 런닝맨이라는 제목은 이미 더 이상 런닝맨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남아 있지 않다. 요즘 어디 뛰어다닐 일이 있는가. 거의 게임 반 미션 반의 반리얼버라이어티로 멤버들간의 캐릭터와 관계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의존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같은 변화가 그렇게 눈에 띄었던가. 프로그램의 큰 줄기를 유지하면서도 점차적으로 프로그램의 성격을 바꿔가며 안정적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정착시켰다. 연기자의 탓도 있지만 무언가 구체적인 전략 자체가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
뭐랄까 어떤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단 만들고 대충 얻어걸려라 하는 자세로 보였다. 무얼 추구하는지,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그래서 쉽게 흔들리고, 쉽게 바뀌고, 그리고 오히려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지난주 본 것과 이번주 본 것이 전혀 다른데 거기서 무슨 재미를 찾고 흥미를 느끼겠는가. 아예 연기자 말고는 같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데 본다고 집중이 되겠는가? 이입이 되겠는가? 하물며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생각은 있는 것일까?
그래서 솔직히 지금 새로 준비중이라는 프로그램들도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지금까지대로라면 과연 어떤 일관된 전략과 목표가 있는가. 아무리 시청율이 나오지 않더라도 차라리 그대로 폐지할지언정 절대로 놓지 못하겠다고 하는 킬러 포인트가 있는가. 그냥 이것 한 번 해 보자는 수준? 이러다 또 시청율 안 나오면 포맷 바꿀 테고, 컨셉을 바꿀 테고, 그러다 안되면 또 폐지할 테고. 뭘 보라고?
드라마도 세 개 연속 조기종영하고 나면 그 시간대 아무리 재미있어도 찾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쪽대본으로 헤매다가 망하는 드라마 다음에는 어떻게 해도 그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사라진다. 예능이라고 다르겠는가. 그만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시작하려는 코너라면 아예 마는 게 나을수도.
싸움은 원래 이겨놓고 하는 것이다. 모든 사업은 일단 기획단계에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되는 그 사업의 근간이다. 일이 많아진다고 사업이 다 잘 되는 징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 없이 바빠지면 그게 곧 망하는 조짐이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이 마음만 바쁘다는 뜻일 테니까. 지금의 일밤처럼 계속 바쁘기만 할 것이면 말이다.
과연 이번에 시작하는 새 코너들은 뭐라도 다를 것인지. 말했듯 그다지 기대는 없다. 포맷도 포맷이고 일단 제작진에 대한 신뢰가 없다. 분명 있을 초반의 부진을 어떻게 견디고 넘기느냐? 그럴 힘이 일밤에는 지금 있는가? 성패의 여부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전략과 목표가 존재하는가? 포기하면 편하기는 하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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