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황금어장 - 생활을 위해 글을 썼다!

까칠부 2011. 2. 10. 10:40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소설 "고등어"를 보면 어린 치기로 운동권인 선배와 결혼하는 주인공의 후배가 나온다. 혹시 그것이 공지영 자신은 아니었을까.

 

나름대로 그 끝물이었기 때문에. 아마 잘 공감이 안 될 것이다. 당시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 대학생 쯤 되면 사회와 현실에 대해 부채의식을 가지고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 침묵하는 것조차 죄다. 물론 나는 끝물도 한참 끝물이라 그렇게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조금은 그런 게 남아 있기도 하다.

 

일본 소설 "인간의 자격"을 보면서도 비슷한 것을 느꼈다. 그렇게 옳다고 여기고 모든 것을 투구하여 내달렸던 시절과 그리고 현실에 치여 어느새 화석이 되어 가는 지금. 어물전에 자반이 되어 누워 있으면서도 바다를 헤엄치는 꿈을 꾼다. 아니면 여전히 바다를 헤엄치는데 자반이 되어 누운 꿈을 꾸는 것일까.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도 이혼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카페에 홀로 앉아 소설을 쓰고 있었다던가.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선금 150만원 받고서 돈 떨어지기 전에 나머지 150만원을 받기 위해 날려쓴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 도스토예프스키도 문 앞에 빚쟁이를 세워두고서 도박빚 갚으려 소설을 쓰고 했었다. 누구나 있겠지. 나락에 대한 공포. 모든 것을 얻은 만큼 그것을 잃는데 대한 원초적 두려움. 그것을 이겨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말 적절했던 것이 그래서 개미와 배짱이의 이야기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다면 결국에 누군가는 지쳐 쓰러질 것이다. 더 많이 일하는 사람과 더 일을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해 도태되는 사람들. 그러나 그 뒤에서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괜찮다고. 그런 건 상관없다고. 배짱이가 없이 과연 개미는 끝까지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 언제고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도 50만원과 젓가락만 있으면 그곳에서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배짱이의 삶에 관심이 많은 것일 게다. 그렇게 개미들이 배짱이를 찾아와 함께 어울리고 있는 것일 테고. 

 

80년대 구로구청 시위 때 그 근처에 나도 있었는데. 아, 시위 때문은 아니었고 역시 구경하고 있었다. 나이가 시위할 나이가 아니다. 그만큼 비장했었거든. 87년 군사독재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모두가 떠밀리고 있었다. 양김이 단일화에 실패하고 다시 신군부의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 확실시되며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래서 내가 끝물일 수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끝이 나지 않았다. 그런 반면 그것을 계기로 끝을 낸 사람도 있었을테지. 시대가 그랬으니까.

 

이것저것 생각한 것도 많고... 아무튼 이제라도 행복을 찾았다 하니 다행이고. 결국 누가 행복을 대신해주는 것은 아니니까. 그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이 가장 소중하다. 스스로 행복할 때 주위도 행복할 수 있다. 슬금 다시 공지영의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라디오스타는 미미했다. 그나마 건진 건 이유진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사실 이유진에 대해서는 한 가지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당시 아마 이유진이 혼혈이라 차별받던 이야기를 어디선가 했을 것이다. 그러자 바로 나온 소리가 지금 대한민국에 무슨 혼혈이라고 차별이 있느냐? 그때 확실히 깨달았던 것은 차별하는 사람은 그것이 차별인지도 모른다. 과연 지금도 혼혈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그리고 한국이라는 이데올로기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무슨 큰 모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여긴다.

 

지금도 그렇다. 내부에서, 혹은 외부에서 한국의 사회와 문화, 사람들을 비판하는 누군가. 어떻게 대하는가? 그런 일이 있었던가 없었던가는 상관없다. 그에 대해 그렇게 여길 수도 있다는 사실도 상관이 없다. 단지 모욕당한 것이 싫다. 내가 욕을 당한 것 같아서. 거부하고 분노하고 증오하고. 항상 그렇지.

 

참 신선한 캐릭터다. 원래 이런 캐릭터였던가? 스스럼없고 활발하고. 슬금 다시 방송으로 돌아와도 좋을 텐데. 원래 MC로서도 꽤 잘 했던 처자였다. 그렇게 잘난척을 하는데 미운 게 없다. 굴욕을 당하면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호감도 업. 나머지야 뭐... 무릎팍도사가 더 좋았던 황금어장이었다. 그 한 마디로. 나름대로 웃음도 있고 하지만 그러나 지금 내가 뭘 보고 있었는지.

 

역시 김희철과 김구라의 호흡은 아직 문제가 있다. 신정환처럼 아예 대놓고 위아래없이 김구라에 들이대야 하는데, 김희철이 김구라의 눈치를 많이 보다 보니. 신정환은 김구라가 받아준 게 아니라 그냥 억지로 떠넘긴 것이었다. 원래 김구라도 그런 캐릭터니. 김희철의 분발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다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