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나의 예지력에 감탄하게 된다. 정권출범 초기 몇 가지 예언한 것이 대부분 맞아떨어졌다. 대표적으로 꽃보다 남자 한국판 제작과 바로 이것.
원래 권위주의 자체가 매우 도덕적이고 엄숙하다. 당연한 것이 권위란 정의거든.
권위라는 것은 정의에서 나온다. 고사성어에도 있지? 지록위마라고.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면 그것이 사슴이 되어야 하는 것, 그것이 권위다.
아, 사슴을 말이라 하는 게 어째서 정의냐고? 프로이센에서 프리드리히가 인구를 늘리겠다고 강간을 합법화했을 때, 강간은 더 이상 범죄가 아니었다. 마오쩌둥이 참새를 가리켜 해로운 새라 했을 때는 참새는 어떻게든 멸종시켜야 하는 동물이었다.
송강호가 그랬다.
"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
거부하면 맞는 거다. 그래서 권위는 폭력을 동반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권위가 정의가 되자면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폭력은 이미 말했고. 바로 정의 자체다. 명분. 옳은 것. 바른 것. 당연한 것.
치마가 짧으니 미풍양속을 해치고, 머리가 기니 사회기강을 해치고, 제사를 거창하게 지내니 나라가 사치스럽고, 밤늦게까지 마시고 노니까 그게 또 문제고...
자를 들고 여자 치마길이를 재던 경찰이나, 경찰을 보면 도망부터 치던 장발족들이나, 남의 집 제사에까지 관여하던 가정의례준칙이라던가 뭐라던가, 통금에, 심야영업제한데...
재미있는 건 그런 정권에서 조금 사회비판적인 영화를 만들려 했더니 당시 안기부에서 나와 그랬다더라.
"차라리 벗겨라. 심의를 통과할 수 있게 해줄게."
미풍양속 어쩌고 해봐야 자기 손 아래 있다는 거지.
결국은 지배다. 그렇게 대중문화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거다. 이러면 안된다, 저러면 안된다, 그러면서 자기 입맛에 맞는 것들만을 남겨놓고... 엄한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죄의식을 갖게 만들고, 그것을 통제하며 지배하고...
말했잖은가? 권위란 정의라고. 그래서 정의다. 스스로 정의를 세우고 그로써 사람들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실제 당시 그랬다. 들국화... 창법이 미숙하다고 금지당했다. 창법이 저속하다고도 금지당했다. 백두산은 가사가 영어라서 금지당하고. 또 뭐 있더라? 정태춘이 앞장서 싸우고, 서태지가 힘을 더하면서 마침내 검열제도가 폐지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명분은 좋다. 청소년보호. 그러나 과연 그런 것들이 청소년들이 직접 맞닥뜨려야 하는 환경보다 유해한가? 청소년들을 둘러싸고 있는 아주 평범한 것들보다도 더 위험한가? 청소년이란 그렇게 무지하고 나약하기만 한 존재인가? 무엇보다 그것들이 과연 그렇게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가?
사실 상관은 없다. 단지 대중문화에 족쇄를 채우고 싶을 뿐이다. KBS에서 막말방송을 하면 퇴출시키겠다 하는 것처럼. 누가 그것을 판단하는가? 결국 결정주체들이다. 그것 뿐이다.
혹시나 했었다. 설마 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거든. 연예인의 말 한 마디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실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데도 가혹하게 단죄하는... 어쩌면 거기에 고무된 것이겠지. 통제와 더불어 인기도 얻자.
아마 좋아하는 사람 많을 걸? 정부에서 대중문화를 통제하니 이제는 양질의 것만을 즐길 수 있겠구나... 그게 또 권위주의의 한 장점이라. 통제하니 좋은 것만 보고 듣고. 인민의 낙원이라는 어느 나라처럼.
결국 한 나라의 정치수준이란 그 나라의 국민수준이라는 것이다. 누가 뭐랄 것도 없는. 그러자고 뽑은 것이고 그래서 그러고 있는 것이고. 화도 안 난달까?
하여튼 그래도 항상 최악을 상상함에도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니. 기쁘다 못해 감격스럽다. 잘한다. 만세!
그나저나 과연 현정부를 지지한 연예인들도 나처럼 감격스러워하고 있을까? 이순재 선생께서 과거 무릎팍 나와서 하신 말씀이 있는데... 과연... 뭐 자기 선택이니까. 주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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