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호걸 - 노사연...

아마 현재 예능에서 고정으로 활동하는 연예인 가운데 노사연이 이홍렬 다음으로 나이가 많을 것이다. 이홍렬이 54년생, 노사연이 57년생, 이경규보다도 노사연이 세 살이 더 많다. 당장 영웅호걸에 출연중인 연기자 가운데서도 그나마 가장 나이가 많은 이휘재조차 15살 차이가 난다.

 

세대차이 정도가 아닐 것이다. 막내인 지연과 아이유는 늦둥이 막내딸뻘이다. 니콜은 그보다 겨우 한 살이 많을 뿐이다. 노사연을 제외하고 영웅호걸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박가희, 이진, 정가은 등도 노사연에게는 딸뻘일 뿐이다. 하늘같은 대선배와 함께 촬영을 해야 하는 후배들도 후배들이지만, 그런 까마득한 후배들과 익숙하지도 않은 예능을 찍는다는 게 얼마나 어색하고 어려운 일이었을까?

 

하지만 당장 어제 방송분만 하더라도 누구보다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이 노사연이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한참 어린 이진이나 서인영도 그런데 하물며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다. 몸이 더 이상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나이인 것이다. 그런데도 나이를 잊은 듯 가장 열심이었고 또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심지어 이휘재가 쉬는시간에 임의로 정한 편의점 미션마저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소화해내고 있었다.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종업원에게 비보잉을 하며 주문을 하라는 상당히 난감한 벌칙이었음에도 노사연은 전혀 어색함 없이 그것을 수행해내고 있었다. 벌칙을 수행하고 돌아가는 노사연의 발걸음은 너무나도 당당해 보였다.

 

그동안에도 그랬었다. 어쩌면 악역이었다. 힘만 센 못생기고 뚱뚱한 아줌마. 하지만 아줌마는 때로 엄마가 되었고 언니가 되었다. 홍수아를 못 잡아먹어 앙숙이다가도 또 항상 홍수아를 보듬고 챙기는 것은 노사연이었다. 멤버들의 놀림에 화를 내면서도 또 항상 든든하게 그녀들의 뒤에 버티고 있었다.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것은 이휘재, 노홍철 두 MC지만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것은 왕언니 노사연이랄까? 그것이 어제 확실히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아무튼 재미있었다. 기대한 그대로 그야말로 몸개그의 향연이었다. 오히려 의외로 노사연이 춤이 좀 되었고, 근력부족인 서인영과 센스부족인 이진과 총체적 난국인 아이유. 정가은도 그다지 춤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기는 이진을 빵 터뜨려버린 노홍철 앞에서 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의외의 재능과 가능성을 보인 홍수아와 지연이 있었고. 태권도를 해서인지 지연의 춤동작이 매우 날래고 힘차다.

 

조금은 버거운 미션이 아닌가 싶었다. 비보잉을 어떻게 이틀만에 다 배우나? 그래도 춤을 겸하는 아이돌출신이 포함되어 있으니 어느 정도는 소화되지 않을까? 그러나 오히려 지연과 박가희를 제외하고 가수 가운데 전멸이다. 역시 아이돌의 율동과 비보잉으 퍼포먼스와는 차이가 있는 것일까? 프로춤꾼인 박가희조차 비보잉이 생소하고 어렵다. 예고를 보니 다치기도 하는 모양인데.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장면들이 아닐까. 더구나 그동안에는 자칫 잘못하면 민폐를 끼칠 수 있는 미션들이라 서로 여유를 가지고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적었지만, 비보잉의 민폐는 비보잉을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을 실망시키는 것밖에는 없다. 아니 열심히 하면 할수록 몸개그로 더 많은 분량을 확보할 수도 있다. 확실히 어제는 덕분에 쉴 새 없이 웃으며 재미가 있었다.

 

이런 느낌이었을 텐데. 원래 영웅호걸이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런 왁자한 웃음이 있었을 터였다. 어느샌가 제작진의 욕심으로 사라졌던 웃음이 다시 돌아온 듯하다. 스마트폰영화제로 다시 찾은 것 같았던 웃음이 이번에는 제대로 돌아온 느낌이다.

 

아쉽다면 바로 이런 미션이야 말로 니콜이 활약할 자리인데 니콜이 자리에 없다는 점이랄까? 하루빨리 일이 해결되었으면 싶지만. 다시 니콜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니콜의 비보잉을 보고 싶은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영웅호걸에도 민폐다.

 

기대했던 벌칙인 반화장은 조금은 기대 이하였다. 충격이라는데 그다지 느낌이 없었달까? 화장한 얼굴과 안 한 얼굴의 차이가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도 나름 HD일 텐데도. 하지만 역시 멤버들 반응을 보자는 것이니까. 멤버들의 반응에서 더 큰 웃음이 있기는 했었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