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런 분위기였다. 이게 라디오스타였다.
"김구라는 하마입니다. 재거나 따지지 않고 그냥 머리부터 뭅니다."
김태원의 말 그대로. 라디오스타의 롤은 김구라가 세웠다. 가차없이 물어뜯는다. 다만 하마라기보다는 하이에나에 가깝다는 것은 가장 약한 상대를 찾아 그 약점을 물고 갈기갈기 너덜너덜해지도록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진다는 게 예능에 욕심내는 게스트들이 라디오스타를 찾는 이유일 것이다.
오늘의 타겟은 김범수 전 SBS아나운서. 시작부터 고작 입사 4년만에 나간 것이며, 돈때문에 나갔다 발표했다가 새로운 경험을 위해 나갔다는 식으로 말에 모순이 있는 것이며, 이혼을 비롯해서, 면접 당시 말했다던 "견마지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영업사원까지. 김범수가 지금 다니는 회사가 작년 김국진이 남자의 자격에서 보러 갔던 "샤갈전"을 주최한 회사였구나.
물론 김범수 아나운서에게도 그럴만한 확실한 캐릭터가 있었다. 가장 인텔리전트하면서도 가장 허술한 이미지의. 겉보기에는 야무져 보이는데 의외의 부분에서 허술한 부분이 보인다. 라디오스타가 가장 선호하는 먹이감이다. 단정한 외모에 치밀해 보이는 인상이 무너질 때 대중은 쾌감을 느끼니까. 그리고 그런 와중에 지금 다니는 회사 홍보를 하는 뻔뻔함이 라디오스타스럽다 할 것이다.
다만 아쉽다면 라디오스타가 간만에 원래 모스블 찾았을 때 김희철이 뒤로 몇 걸음 물러서게 되었다는 것인데. 어쩔 수 없다. 김희철은 역시 맹수과가 아니다. 그것도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약점만을 찾아다니는 승냥이나 하이에나 같은 스케빈저와는 거리가 멀다. 엉뚱하고 짓궂지만 그러나 독하지는 못하다. 이런 종류의 난전에는 역시 어느 정도의 뻔뻔함과 야비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전제에는 깊은 상대에 대한 이해가. 덕분에 오늘은 김국진이 살았다. 전혀 어울리지 않게 라디오스타에서는 김국진이 독한 역할을 잘 한다.
아무튼 재미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웃을 일이 적은데 실컷 웃었다. 신영일 아나운서의 잘난체에 김성주 아나운서의 굴욕, 하지만 진정한 굴욕은 김범수 아나운서. 그리고 반전으로 너무나 당당하게 예능프로에 나와 영업을 하는 모습까지. 라디오스타는 바로 이 맛이었는데.
간만에 돌아온 라디오스타가 정말 반갑다. 정말 오랜만의 짓궂은 웃음이었다.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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