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불편하다. 친한 사람이 있는데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연예인 관련한 루머다. 룸살롱에서 어쨌다더라, 호스트바에서 그랬다더라, 원래 출신이 어떻다러다... 그게 나랑 뭔 상관이냐고? 친한 사이이니 대놓고 자르지도 못하고...
원래부터 그랬다. 이게 좀 심해서 예전 베이비복스에 한참 빠져 살 때도 베이비복스 멤버 이름도 다 못 외우고 있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한 멤버가 심은진이었는데, 그러나 내가 심은진을 가리킬 때 한 말은,
"아, 그 눈 쳐진 애?"
차마 다른 멤버 별명은 고소당할까 말은 못하겠고, 아무튼 윤은혜가 드라마로 대박쳤다고 했을 때조차 누군지 기억나지 않아 걔 누구냐고 고개를 갸웃거렸을 정도였다. 베이비복스에 나중에 들어온 막내라는 것은 아마 커피프린스 할 때던가 그때서야 주위로부터 들어서 알았다. 그래서 항상 신기하게 여기던 것이 연예인 프로필 다 외우고 다니던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뭐냐면 그게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걔들 그러는게 나와 뭔 관계가 있어?"(이경규 버전으로 읽어주기 바란다.^^)
사실 그렇다. 연예인이 아니라 일관계로 만나더라도 일관계로만 알면 되었지 그 이상 알 필요는 없는 거다. 가족이 어떻게 되는지, 취미가 무언지, 무얼 좋아하는지...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기도 하지만 과연 그런 것들을 내가 일부러 알 필요가 있을까?
물론 거기에는 나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도 한 몫 한다. 일단 나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친한 사이라면 어느 정도까지는 털어놓고 이야기하겠지만, 그러나 부모님께도, 형제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라는 것이 있고 그것을 철저히 지키는 편이다. 즉 일단 내가 그러하니 남들도 그러하라...
뭐랄까... 비유하자면 수치심? 거 왜 있잖은가? 아무리 좋아하는 여자라도 느닷없이 벌거벗고 달려들면 당황스럽다. 좋아하던 감정 만큼이나 수치심이 든달까? 아니 좋아하지 않더라도 여자들이 벌거벗고 돌아다니고 하면 내가 먼저 수치심을 느낀다. 좋다는 감정 이전에 마치 나 자신이 벌거벗은 듯한 충격을 받는다. 강심장이나 예전 샴페인 같은 독한 폭로토크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다.
"저것들 왜 저래?"
폭로된 내용이 독하면 독할수록 느끼게 되는 것은 혐오감과 불쾌감이다. 독하고 은밀한 이야기일수록 마치 내 속을 드러낸 듯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다. 나 자신이 나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려하기에 어느새 상대에 대해서도 그렇게 이입해 버리는 까닭이다.
더구나 나는 또 사람이란 쉽게 변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말을 믿는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모습의 그의 진실한 모습일 것이라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야 어찌되었거나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앞에서 그가 어떤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가 하는 것이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든, 과거에 무슨 짓을 저질렀든, 그래서 어떤 문제가 있었든, 그러나 그의 본질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보고 듣고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말했듯 본질은 변할 수 없는 거니까.
인간이란 오류를 범하는 존재다.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만큼 불완전한 존재니까. 오류를 전혀 저지르지 않으면 그게 과연 사람일까? 더 큰 오류를 범하고 있거나, 아니면 자신이 저지른 오류를 애써 숨기고 있거나... 그러나 그 역시 인간이라는 증거라는 거다. 말했듯 중요한 건 현재니까.
즉 지금의 모습이 훌륭하다면 과거 그가 어떤 짓을 저질렀든 그것은 한때의 일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렸으니까. 미숙했으니까. 아직 많이 모자르고 부족했으니까. 어찌되었든간에 그랬음에도 스스로 깨우치고 노력해서 지금의 훌륭한 모습이 된 것 아닌가? 반대로 지금의 모습이 추악하다면 과거의 훌륭하고 깨끗한 모습이란 거짓이 되어 버리겠지. 그 또한 훌륭하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은 현재의 그일 테니. 과거의 이야기란 참고는 할망정 그것이 현재까지 정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더하자면 나는 워낙 게을러서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로 부지런하지 않다. 내 블로그에서 다루는 대상이 한정된 것도 그래서다. 별 관심도 없는 것들을 뭣하러 쫓아다니며 찾아보고 찾아듣고 욕하고 그러겠는가? 그런 건 그냥 스킵하고 관심 있는 것들만 건드리는 거다. 성격상 항상 좋은 소리만 늘어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관심이 있으니 찾아보고 찾아듣고 하는 거다.
일단 나는 내 이야기를 하기 싫다. 그런 만큼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더구나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현재다. 과거가 현재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과거를 정의하는 것이다. 별로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없는 건 어떻게 해도 관심이 없고, 싫은 건 아예 관심을 갖는 것도 싫고. 가장 중요한 현재의 모습이야 바로 앞에 있다. 과거의 모습이야 그로써 판단하면 그 뿐.
그런 거다. 그래서 나는 남의 사생활에 대해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사생활이라는 것이 지난 이야기들이고, 또 지금 있는 일이더라도 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니까. 오히려 그런 것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불쾌할 뿐. 재미있을까? 그렇게 남의 이야기 하고 돌아다니는 것이?
아무튼 그래서 가끔 드는 생각이 내가 다른 사람과는 어울리지 못하는 별종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어려서도 그랬으니까. 남들 다 연예인 사생활 이야기하는데 나만 쏙 빠져 있었다. 이러쿵저러쿵 남들 뒷담화할 때도 나만 뻘쭘하게 한 구석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듣기도 싫고, 말할 것도 없고, 말하기도 싫고...
인터넷 시절은 더 그렇다. 뭔놈의 남의 이야기 할 게 그리 많은지. 같은 말 반복에, 여러 사람 쓰는 게시판에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사실인 양 버젓이 올리고 으스대고. 오히려 윽박지르고. 그리고 어느새 우우우 개떼처럼 몰려다니고. 미친 것 아닌가...
내가 네티즌이라는 종자들을 싫어하는 이유다. 더불어 한국인에 대해 거리낌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뭔 남의 이야기에 그리 관심이 많은가? 관심이 많은 건 좋은데 뭣한다고 다른 사람을 결론짓고 단죄하려 드는가? 오지랖도 이런 오지랖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여튼 어디 뉴스를 하나 보려 해도 딸려오는 리플들... 게시판에서 조금 노닥거리고 있으려 하면 기다렸다는 듯 올라오는 게시물들... 대개는 당연스레 스킵하고 넘어가는데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경우는 정말... 오프라인에서는 그나마 창닫기신공도 안된다. 민폐다, 이것도. 돌겠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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