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이 왜 병풍인가를 보여준 한 회라 할 수 있다.
사실 아이템은 좋았다. 아르바이트, 그것도 다 늙어서... 얼마나 걸리는 것도 많고 부대끼는 것도 많겠는가? 또 손님들의 리액션이라든가, 그런 가운데 일어나는 헤프닝이라든가...
그러나 정말 재미없더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리액션이 전혀 안 보이더라는 것이다. 가장 재미있었던 게 이경규와 윤형빈이 했던 중국집 정도? 그나마 그것도 사장과 이경규 사이의 콩트였지 윤형빈은 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한 마디로 이번 회의 패착은 인원을 너무 잘못 분배한 것이었다.
먼저 도덧 전문점으로 간 김태원과 이정진... 김태원의 4차원스러움은 어느 정도 리액션이 받쳐주어야 재미가 있다. 예를 들어 놀러와나 야심만만, 상상더하기 등에서 시쳇말로 빵빵 터뜨려주었던 김태원이 샴페인에서 죽쑤던 것을 떠올려 보면 되겠다. 유재석과 강호동, 그리고 상상더하기에서는 이경규의 리액션이 김태원을 받쳐주었다면, 그리고 스타골든벨에서도 김제동의 적절한 깐족이 김태원의 캐릭터를 돋보여주었다면 샴페인에서 신동엽과 조형기, 조혜련 등은 그를 놀려먹는데만 급급했다. 제대로 살려주는 리액션이 없을 때 김태원이란 불학무식에 말이나 이상하게 하고 몸도 정상이 아닌 사람에 불과할 텐데.
아니나 다를까 그동안 윤형빈과 쌍벽을 이루는 병풍이던 이정진은 여기서도 전혀 아무런 리액션이 없었다. 김태원이 엉뚱한 짓을 해도 실실 웃기나 할 뿐 그것을 살려줄 어떠한 멘트도 행동도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가만 보면 참 웃음거리도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썰렁했던 것은 그 때문. 이경규나 김성민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나마 리액션이라도 제대로 보여주는 김국진이었다면?
이사짐센터로 갔던 김국진과 김성민도 마찬가지였다. 김성민의 장점은 툭툭 내뱉는 정제되지 않은 멘트다. 때로는 어이없고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울컥해지는... 그러나 그런 말들은 이경규의 격한 반응과 어우러지며 그 재미가 극대화된다. 이경규는 어이없어 하고, 김태원은 버럭하고, 그러나 김국진은...
아마 이경규나 김태원이었으면 사고도 제대로 났을 것이다. 역시나 김성민은 노필터 멘트로 두 사람을 자극했을 테고, 두 사람은 또 특유의 느물거리며 뒤로 빠지는 모습으로 김성민의 멘트와 반응을 유인했을 테지.
사실 또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는데, 김성민은 이번 회에서도 김국진이 말한 그대로,
"촬영을 하지 안혹 일을 했다."
그러나 이전 다른 방송분과 비교했을 때 그러한 김성민의 열심인 모습은 그리 눈에 잡히지 않았다. 왜일까? 바로 김성민의 반대편에서 될 수 있으면 빠지려 발악하던 이경규와 김태원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하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그런 가운데 노필터멘트로 두 사람을 자극하면서 열심인 김성민이 돋보였던 것이지, 그저 열심히만 하는 것으로는 이렇게 그림이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김국진이 그런 김성민과 대립각을 세울 것도 아니고.
이윤석의 분량은 더 처참했다. 도대체 왜 있는지 모르겠는... 아니 아무 준비도 없이 뭔놈의 과외인가? 과외를 아무 준비도 없이 툭 떨구면 되는 건가? 기왕에 과외를 할 거면 일선에서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하던가 정말 뜬금없는 말장난은... 아주 엇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아주 바르자니 예능이 아니고, 이윤석의 그야말로 한계를 보여주었다 할 수 있다.
그나마 나았던 것이 이경규 윤형빈인데... 윤형빈... 김국진처럼 버럭이라도 하던가, 김성민처럼 노필터 멘트라도 날리던가, 김태원처럼 모른 척 말도 안 되는 토크라도 벌이던가, 그냥 멀뚱멀뚱... 거기 사장 아니었어면 어쩔 뻔 했나?
물론 그런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이경규, 김성민, 김태원은 현재 남자의 자격의 에이스들이다. 그래서 병풍이랄 이정진, 윤형빈, 김국진으로 팀을 짜서 캐릭터를 만들어주려 한 것이리라. 어느 정도 방송분량도 뽑고.
그러나 그러기에는 이 세 사람의 예능에 대한 이해가 너무 결여되어 있다. 스스로 웃기던가, 스스로 웃기지 못하면 리액션이라도 제대로 하던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같이 웃겨야 하는데 남 웃기는 것까지 제대로 받아주지 못하니, 결국 그나마 선방하던 이경규와 김태원 김성민만 죽고 말았다. 아니 이경규는 중국직 사장님이 있었나? 그밖에는...
앞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그걸 명심해야겠다. 윤형빈, 이윤석, 이정진은 합쳐서 한 사람 몫이라고. 그리고 김국진은 완전 미스매치였다.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버럭 뿐일 텐데, 김성민과 김국진의 버럭은 안 어울리거든. 차라리 이경규와 같이 세워놓았다면 병풍은 면했을 것이다. 김태원이나. 그런 점에서 이것은 완전 제작진의 실수였다. 출연자 하나 완전 죽여놓을 수 있는 최악의 수였던 것이다.
아무튼 그래도 일단 재미는 있었다. 최소한의 재미는 뽑아주는 소재였으니. 이경규나 김성민 김태원의 캐릭터 또한 너무 재미있고. 그래도 너무 아쉬운, 더 재미있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한 한 회였다. 보다 짜증날 정도로. 제작진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다시 말하지만 프로그램을 살리는 것도 출연자를 살리는 것도 제작진이다. 연출가이고 스텝이다. 그 의미가 무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병풍은 병풍대로 활용하는 법이 있다는 걸. 다음 회를 기대해 보겠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설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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