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이래서 남자의 자격이다...

까칠부 2009. 7. 27. 06:53

지난회는 조금 생뚱맞았다. 그러나 어제 방송분을 보면서 하나의 아름다운 일관성을 찾게 되었다. 이경규가 작년에 말했지.

 

"이제는 아저씨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올 것이다."

 

그래서 그 스타트를 끊은 것이 평균연령 39.5세의 남자의 자격이었다. 그리고 그 첫출발이 오랜동안 항상 가장 가까운 곁에 있어주었던 아내에 대한 감사...

 

그러나 솔직히 그 다음 미션들은 그리 특별한 이렇다할 차별점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왜 이것이 아저씨 버라이어티여야 하는가? 금연이든, 해병대든, 아이돌보기든, 꽃중년되기든, 결국 굳이 아저씨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그런 미션 아니었던가 말이다.

 

그런데 어제 비로소 왜 남자의 자격이 아저씨 버라이어티인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렇다. 나도 그리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요즘 나오는 아이돌 버겁다. 인터넷이나 컴퓨터, 전자제품이야 일상이 그러하니 별 문제가 아니지만 도무지 요즘 아이돌들 음악은 취향에 안 맞아 못 듣겠다. 아니 요즘의 트랜드 자체를 쫓아가기 버겁다. 내게는 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의 스타일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래서인지 어느새 점차 아이돌이나 최신의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져가는 것을 느끼는데, 그나마 나야 아직 결혼을 안했으니 자식과 세대차이 날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미 결혼하여 아이가 있고, 아이가 자라 자기만의 문화를 향유하는 나이가 된 아버지들에게는? 이건 때로 매우 절박한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남자의 자격은 "젊은 그대"의 미션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었다. 연예인임에도 최근의 트랜드로부터 한 걸음 벗어나 있는 쉰세대 오빠들을 통해서, 그들의 뜻밖의 무식함을 통해서,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까지.

 

그러고 보면 지난주 아르바이트 미션도 옛날을 돌아보면서, 그리고 자식세대와의 소통을 위해서 한 번 쯤 체험해 볼만한 소재이기는 했었다. 아직까지 아르바이트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기에, 그런만큼 아르바이트에 대해 다시 체험해 본다는 것은 젊은 시절을 돌아보는 추억이면서 지금 세대에 더욱 접근해가는 수단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더 절실하고 피부에 와 닿는 문제인 문화적인 세대차이까지.

 

물론 버라이어티니 재미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냥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을 모색할 것이라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야겠지. 그러나 남자의 자격은 그것을 버라이어티의 방식으로 해결한다. 멘토로 깜짝출연한 유세윤과 남자의 자격팀과의 잠자리퀴즈라든가, 아니면 미니홈피에 사진올리기 미션, 그리고 2PM으로부터 춤 따라배우기까지. 알면 알아서 재미있고, 모르면 또 모르는대로 따라가며 재미있고,

 

하여튼 어제 제대로 터졌었다. 같이 모르는 부분에서는 공감대에서, 아는데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컴퓨터에 미숙한 모습에서는 여전히 컴퓨터를 켜고 실행하는 데 있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부모님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만큼 공감가고 그만큼 친근하고 그만큼 피부에 와닿는 과제였고 그런 만큼 더욱 재미있게 다가온 미션이었다.

 

정말... 사실 남자의 자격은 굳이 공익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포맷 자체를 제대로 살릴 때 공이이 된다. 남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란 무엇인가? 남자로 태어나 한 번 쯤 반드시 해보아야 할 일이란 - 특히 아저씨들이 해보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란 도대체 무언가? 그 자체로 공익이 되는 것이다. 지난번 육아미션이나 지난주의 육아미션이나 어제의 젊은그대처럼.

 

확실히 왜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와 김태원이 투톱인가를 보여준 회였다. 정말 실컷 웃었다. 이렇게 웃어본 적이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일이 많아 그리 웃을 기분이 아니었음에도.

 

그나저나 다음주 예고... 일곱명이 나란히 탈 수 있도록 제작된 특수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가는데, 그 뒷자리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뒤집어진 우산을 쓴 김태원... 아아, 진짜 할머니 포쓰였다. 그것도 외할머니. 도대체 어떤 장면일까 기대된다. 예고편만으로 이렇게 웃기기도 처음이리라.

 

 

 

끝으로 남자의 자격 병풍논란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병풍은 병풍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여기서 강한 캐릭터가 몇 더 더해져서 서로 날뛰면 정신사납다. 앞에서 관심을 받는 것은 두셋 정도면 정당하고, 나머지는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역할로 가끔 터뜨려주면 좋을 것이다. 김국진이 마치 지금 교통정리를 맡은 듯 보이는 것처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크게 웃기지는 않아도 상황을 정리한달까? 아니면 리액션을 보이던가. 다만 이정진에 대해서는...

 

확실히 패러글라이딩 편에서 한참 만담하고 있는데,

 

"그럴 거면 여기는 왜 나오신 거에요? 집에 계시지."

 

그리고 어제도,

 

"시끄러우니까 빨리 끝내요."

 

춤을 출 때도 혼자서 멍때리고 앉았었고. 뭐랄까 도무지 예능에 대한 자세가 안 되어 있달까? 초반에는 그래도 하는 척 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아예 다 포기한듯한 느낌이다. 이건 뭐 병풍수준이 아니라 분위기킬러인데...

 

아무튼 조치가 필요하겠다. 요즘 가장 눈에 거슬린다. 차라리 무존재라면 모를까 혼자서 튀면서 분위기를 해치려면 더 이상 이 프로그램에는 무용하다. 계속 같이 가는 것이 좋기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의 가치란 그런 정도다. 제작진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남자의 자격의 앞날이 무척 기대되는 요즘이다. 예전에는 참 방향도 못 잡고 헤매고 있었는데, 요즘도 그런 경향이 강했는데, 이제 슬슬 무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알아가는 느낌이다. 과연...

 

아, 그리고 한 가지 아이디어,

 

"남자의 자격, 죽기전에 해야 할 101가지 - 남자, 그리고 보이스카웃!"

 

어떨까? 남자들끼리만 여행을 가서 서바이벌을 해 보는 것이다. 평소 안 하던 음식도 해 보고, 이것저것 야생에서 이야기도 나누어 보고, 그러면서 관계도 더욱 돈독해지면 좋지 않을까? 남자들끼리 여행을 가보는 것도 사실 나이 먹고는 힘든 일이니. 혹시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