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해야 학생이다?
혹은 장사를 잘해야 장사꾼이다?
집안일을 못하면 주부가 아니다.
성립하지 않는다.
목수가 대패질을 못해도 목수다.
용접을 전혀 못해도 용접일을 하면 용접공이다.
타율이 1할 이하여도 타자일 테고,
공만 던졌다 하면 두들겨맞아도 투수일 테고,
아니 공식경기에 출전하지 못해도 일단 투수로서 정체성을 가지면 투수다.
노래를 잘하면 가수다?
노래를 업으로 삼으면 가수다. 그리고 그 가운데 노래를 잘 하는 가수가 있다.
이를테면 노래를 잘한다고 하는 것은 가수에 대한 충분조건에 불과하다. 필요조건이 아니다.
가수가 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그래서 업으로 삼으려면 가수라 부르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 노래 잘하는 가수가 있다. 노래 못하는 가수가 있다.
더 잘하는 사람에게 명예가 돌아가는 것이지 못하는 사람을 떨구어내는 것이 아니다.
물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면허라는 것이 필요할 때는 예외다.
검증된 자격요건이 필요한 경우라면 자격증이 그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하니까 하는 거다.
웃기지 못해도 개그맨, 연기를 못해도 배우, 글을 못써도 작가, 인기가 없어도 블로거,
요리 잘하는 요리사와 요리 못하는 요리사가 있듯
음악 잘 하는 음악인과 음악 못하는 음악인이 있고
그 가운데 노래 잘하는 가수와 노래 못하는 가수가 있다.
문득 <나는 가수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다.
마치 가창력이 가수의 전부인 것처럼.
댄서라 조롱하지만 춤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 또한 아티스트로서의 역할이다.
그래서 또 내가 가수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냥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래 잘 하는 사람.
분명한 건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결국 대중이 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거다.
이를테면 위대한 탄생에서의 손진영처럼.
분명 음정이나 박자 리듬감에서 문제가 있었음에도 대중을 움직였으니 살아남았다.
반대의 경우가 권리세. 무대는 권리세가 더 나았다.
결국은 아티스트란 팬과의 1대 1관계라는 것인데...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대중이 판단하고 선택함으로써 그는 존재한다.
물론 그 정체성 자체를 정의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가수이고자 하는가? 아니면 가수란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인가?
위대한 탄생을 다시 보다가. 바로 저런 게 가수다.
손진영이 김장훈 코스를 걸을 것을 기대해 본다. 잘하지는 못해도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노래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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