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예능에서의 김태원의 모습은 락커 그 자체였다. 아직 예능에 익숙하지 않을 때 그에 대한 대중적 호기심과 관심을 견인한 것이 바로 그런 모습들이었다.
이를테면 라디오스타 녹화를 하면서 물병에 술을 담아 온다거나, 라디오스타 기러기밴드를 하는데 연습실에 술에 취해 나타나 태연이 겁먹고 울었다거나, 혹은 연습하는 도중에도 소주를 벌컥벌컥마시더라는 태연의 증언과 함께 당시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기타연주도 안 되더라던가,
원래 락커라는 게 그런 이미지가 있거든. 알콜은 기본. 마리화나는 마약도 아니고 헤로인에 코카인데 필로폰에, 여성편력은 옵션으로 따라가 준다. 하고 다니는 것이며 뭐며 하여튼 죄다 파격이다. 바른생활사나이여서는 락커라 보기 힘들지. 아, 이미지가 그렇다는 거다. 오지 오스번도 알고보니 착실한 가장이었다니.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그런 것이 허용되는가. 뭐만 나오면,
"청소년 정서상..."
"청소년들 교육에..."
요즘은 또 추가되었다.
"공인으로서 대중에 모범을 보여야..."
나는 연예인이 내 말이나 행동이나 생각에 있어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전혀 생각지 않거든? 그냥 유명인이다. 유명인이다 보니 영향력도 상당하지만, 굳이 그렇다고 대중에 도덕적인 모델이 되어주어야 할 필요가 없다. 엔터테인먼트. 오히려 일상을 통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재미를 줄 수 있으면 좋다.
그러나 나같은 사람은 오히려 소수니까. 오죽하면 예능에 나와 한 말이며 행동 가지고 괜히 심각해져서는 개인의 인격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한다. 욕하고 비난하고 조롱하고. 인간 이하로 인격을 무시하고. 즐기자는 예능인데. 재미있자는 예능인데. 더구나 그런 모습들도 우리 사회의 다양성 가운데 하나일 텐데. 실수도 있고 오류도 있고 잘못도 있고. 과연 그것이 반드시 잘못인가도 있고.
그런데 그게 안되니까. 물론 카우치의 경우는 좀 심각한 데가 있다. 너무 나갔다. 자기네 콘서트에서 그랬으면 어차피 팬들과 함께하는 자리니까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런 것 많거든. 다만 고구마의 경우처럼 카메라에 침을 뱉는 행위 정도는 퍼포먼스로 이해해도 좋지 않았을까. 나는 통쾌했는데 결국 그것이 삐삐밴드가 방송에서 퇴출되는 이유가 되고 말았다. 하긴 한국에서 대중음악이란 방송을 통해서만 존속이 가능하던가?
되바라짐이 없으니까. 시건방짐도 없으니까. 오만해서도 안 되니까. 음악적 자부심을 내세울 수도 없고, 대중에 거스르는 말이나 행동도 어림도 없다. 겸손하고 예의바를 것을 강요하는 한국사회에서 해외의 락커처럼 그러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음악도 그에 따라 얌전해진다. 오죽하면 노래가사에 단어 하나 가지고도 법이 어떻네 사회적 규범이 어떻네 시비걸고 할까?
그런 점에서 아이돌은 딱이다. 아이돌 전에는 발라드가 있었다. 발라드 역시 얌전하다. 댄스그룹 역시 선을 넘기지 않는다. 하긴 그래서 힙합도 한국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힙합이라는 자체도 상당히 불손하고 되바라진 문화일 테니까. 주류에 섞이지 않는 비주류의 음악이다. 주류가 되려면 그래서 많은 걸 희생해야 한다. 힙합이 주류무대에 오르기 힘든 이유다.
사회분위기 자체가 그렇다. 일탈을 거부하는 사회. 개인의 특별함에 대해 용인하지 않는 사회. 더구나 연예인에게 도덕적인 롤을 요구하는 그런 대중 앞에서 과연 록이란 그 자유분방함을 내보일 수 있는가. 해외의 밴드들처럼 그런 자유분방함으로 대중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락밴드들은 참 착하다. 올곧고. 바르고. 카우치가 이상한 거지. 뭐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그렇게 오버하는 것도 그다지 보기 좋지는 않다. 자연스럽게. 우러나서. 진심으로.
원래 록이라는 자체가 당시의 엄숙한 사회에 대한 저항과 비판에서 출발한 것이다. 정확히는 그런 젊은이의 감성이 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출된 것이다. 그 선두에 우드스탁이 있었고, 지미 핸드릭스가 있었고, 비틀스가 있었고, 롤링스톤즈가 있었고, 레드제플린이 있었고.
록의 저항정신이라는 것도 바로 그런 반문화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기존의 엄숙한 도덕적 질서에 대한 회의, 부정, 조롱, 비난... 그 가운데 기존의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 록을 들여온 것은 해외의 인기있는 음악의 장르 가운데 하나였던 터라. 이미 일상이었고 삶이었고 시대였던 해외의 록에 비해 한국의 록은 단지 음악장르였다.
그 차이다. 록을 통해 시대를 말하고 사회를 말하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 했던 해외의 밴드들과 대중에 비해 단지 양식으로서만 소비하려 들었던 한국의 밴드와 대중들의 차이라는 것은.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록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나 자세에도 영향을 주었다. 올곧고 바르고 착하고 단정하다. FT아일랜드보다 씨엔블루가 훨씬 대중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그런 영향이 없잖아 있을 것이다. 이홍기와 정용화의 차이라고나 할까? 예능을 통해 바른생활로 돌아온 부활이 뒤늦게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이유다.
가끔 아쉬워지는 것이다. 왜 우리나라 음악인들은 하나같이 저리 착할까? 서로에 대해 디스를 할 만도 할 텐데. 이은미가 아이돌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던 것처럼.
"그게 음악이냐?"
"너따위가 하는 그런 게 음악이야?"
"음악은 그렇게 하는 게 아냐."
"가수 때려쳐!"
그런 것도 하나의 재미일 텐데. 서로 욕하고. 서로 디스하고. 그러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하고. 아이돌이나 그러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심심해서 재미없다는 것이다. 예능도 너무 착하면 재미없다.
되바라짐. 불손함. 건방짐. 나댐. 까칠함. 하지만 예능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탈락했다고 그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말한 것조차 대중을 거스르는 것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현실일 것이다.
'대중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산 5집 Rush To The World... (0) | 2011.04.13 |
---|---|
부활 콜라보 - 누구나 사랑을 한다... (0) | 2011.04.12 |
노래를 잘해야 가수???? (0) | 2011.04.10 |
DJ DOC - Join & Pain... (0) | 2011.04.07 |
부활 콜라보 - 누구나 사랑을 한다... (0) | 2011.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