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환타지스타라는 게 있다. 주로 이탈리아에서 쓰이는 용어인데, 이탈리아는 워낙 수비를 강조하다 보니 최전방공격수와 수비수 사이의 공간이 넓다. 바로 그 공간을 채우는 초특급 플레이어를 칭하는 이름이다. 홀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경기를 빛내는 스타. 그래서 환타지스타다.
그러나 현대축구에 있어 환타지스타는 그 빛을 잃고 있다. 당연한 것이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좁히면서 더 이상 개인의 플레이만으로 돌파하기엔 무리가 생긴 때문이다. 그래서 충실하게 팀전술을 소화할 선수를 더욱 원하게 되다 보니 환타지스타라도 그렇게 진화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마 수원의 경우라면 그런 환타지스타가 활약할 여지가 많을 것 같지만... 워낙 선굵은 축구라.
아무튼 청춘불패를 보다가 구하라를 보면서 든 생각이 그것이었다. 혼자서 놀라면 잘 논다. 함께 모아놓아도 혼자서만 자기 개성을 잘 드러낸다. 그러나 다른 멤버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적절하게 주고받는 관계에 대해서는 어떨까?
구하라가 두각을 나타낸 에피소드와 그렇지 않은 에피소드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런 점이 두드러진다. 혼자 풀어놓으면 잘한다. 다른 멤버와 섞어 놓아도 굳이 관계가 필요치 않은 상황이면 혼자서 잘 논다. 그런데 섞어 놓고 역할을 부여하면? 아마 낯을 가리는 것일까? 아니면 너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일까?
지금에 있어 구하라의 위치가 애매해진 것은 그 때문이다. 이미 캐릭터 사이의 관계는 거의 정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유리와 선화, 김태우, 그리고 써니와 김신영, 현아는 막내고, 나르샤는 지난주나 이번주 보였듯 일반인과의 관계에서 강점을 보이고, 그런데 구하라는?
구하라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효민이다. 그나마 구하라는 그동안 적립해 놓은 유치개그라는 게 있어서 버티지만 효민은 그대로 잊혀지고 있다. 어제 효민의 대사가 뭐였더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 효민과 구하라의 차이란 바로 유치개그 하나.
아마 고민스러울 것이다. 관계란 틀 속에 가두어 두기엔 그동안 구하라가 보여준 것이 너무 컸다. 기대치라는 게 있다. 그런데 그 기대치는 관계 속에서 충족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풀어주기에는 이미 만들어진 관계가 너무 공고하고. 과연 민호가 게스트로 출연했던 6화 만큼 다시 자연스럽게 누빌 수 있는 기회가 올까?
하긴 그게 문제가 아니기는 하다. 벌써부터 체력의 저하가 보이고 있다. 카라 베이커리에서도 보인 것은 체력의 저하 때문인지 자꾸 늘어지려는 모습이었다. 평소 구하라의 모습이 아니었다. 지난주 지지난주 청춘불패에서도 구하라는 제 컨디션으로 보이지 않았고.
남자 가운데서도 리얼버라이어티를 - 그것도 야외에서 뛰는 것을 둘이나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은 유재석과 김C 정도다. 그나마 그들도 청춘불패에서처럼 일만 하지도 않고, 헌터스에서처럼 산을 뛰어다니지는 않는다. 더구나 구하라는 이제 몇 달 있으면 우리나이로 스무살이 되는 어린 아가씨다. 어떨까?
솔직히 헌터스를 그만두었으면 싶다. 잠시 봤는데 이건 뭐 평가할 가치도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생각한 가장 최악의 길을 가고 있었다. 별 도움도 되지 않고 괜히 몸만 다치기 쉽다. 먼저 체력부터 세이브하지 않으면, 아니면 청춘불패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관계를 잡아가던가.
최근 청춘불패에서 구하라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개인플레이에 많이 의존하던 것에서 이제 관계가 정립되면서 그 위치가 모호해졌다는 것과, 리베로로써 개인플레이를 하기에는 다른 프로그램의 출연으로 체력이 전같지 않다는 점. 여러가지로 상황이 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알아서 해결할 문제다. 제작진이나 구하라 자신이나. 소속사에서도 계산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청춘불패에서의 구하라의 비중은 지금 정도로 만족하고, 헌터스와 병행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을지도. 헌터스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입장으로서는 참 아쉬운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확실히 청춘불패에서 구하라가 예전만 못하다. 기복이 있다 그런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청춘불패 내에서 붕 떠있다. 겉도는 느낌? 전문용어로 쩌리라 하지? 성공적인 리베로서 정착할 것인가? 실패한 개인플레이어로 도태될 것인가? 아니면 팀플레이에 녹아들 것인가? 축구는 아니지만...
더 문제는 구하라 없이도 이미 청춘불패가 재미있어졌다는 것이다. 굳이 구하라가 활약하지 않아도 청춘불패는 재미있어졌다. 그만큼 자리를 잡은 것이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여기서 더 지나면 진짜 이대로 흐지부지되기 쉽다. 어찌할 것인가? 과연... 팬심으로 재미있으면서도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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