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와 구하라...2

까칠부 2009. 12. 12. 13:18

써놓고 나니 뭔가 걸렸다. 왜 구하라는 청춘불패에서 저렇게 떠버렸는가? 아무리 생각이 없다고 초반 청춘불패의 에이스로서 온갖 화제를 불러일으키던 구하라를 저렇게 붕 떠버린 존재로 내버려 둘 수 있는가?

 

그런데 생각해 보니 원래 청춘불패의 에이스는 구하라가 아니었다. 가만 기억을 더듬어보기 바란다. 이미 청춘불패가 시작하기 전부터 김태우와 유리의 러브라인은 만들어져 있었다. 1화에서 써니와 김신영의 친목라인도 이미 보이고 있었고. MC 네 명 가운데 두 사람이 유리와 써니 이 두 사람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에 유리를 며느리감으로 꼽는 노촌장... 중립적인 사람은 군민MC 남희석이다.

 

즉 이미 처음부터 구도는 그렇게 짜여져 있었다. 김태우와 유리, 김신영과 써니, 그리고 나머지는 그를 따라 배치되는 식이었다. 실제 이후로도 팀을 나눌 때 유리와 써니가 한 팀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김신영과 김태우도 그에 따라 나뉘었다.

 

한 마디로 원래 제작진의 의도에 구하라는 들어가 있지 않았던 것이다. 유리와 써니를 양대 축으로, 그에 따라 나머지 걸그룹을 배치할 생각이었는데, 그만 예상치 못하게 구하라가 갑자기 치고 나가버린 것이다. 원래는 둘 중 어느 한 쪽에 속해야 하는데 거기서부터 계산이 어긋난 것이다. 그러면서 갈 길을 잃은 게지.

 

아마 제작진의 생각으론 원래 구하라가 지금의 선화의 역할을 맡도록 되어 있지 않았을까? 분명 그렇게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왜 그렇게 못했는가? 구하라가 너무 커버렸기 때문이었다. 구하라가 너무 커버리는 바람에 삼각구도에 무리가 생긴 것이었다. 한선화 정도면 모를까 지금의 구하라로서는 괜한 분란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부담이 크다. 그래서...?

 

그러고 보면 초반 구하라가 그렇게 치고 나갈 때 생각있는 제작진이었다면 구하라를 중심으로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갔어야 했었다. 내가 김신영에게 느낀 위화감도 그것이었다. 왜 구하라에게 개인기는 시키면서 관계를 만드는 것에는 소홀했던 것일까? 써니와의 관계를 보더라도 그것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보면 그동안 구하라의 방송분량이라는 것도 거의 혼자서. 혼자서 준비하고 혼자서 리액션하고 혼자서 놀고... 반면 써니나 유리는 충실히 MC들의 서포트를 받으며 활약했다. 더구나 별 재미도 없는 유리의 요가교실을 굳이 집어넣으려는 것도 그렇고.

 

지금의 구도도 그렇게 형성되었다. 김태우와 유리, 선화, 여기에 김신영과 써니... 어차피 나르샤는 그런 라인에 들 처지가 안되고, 효민은 마찬가지로 상당히 위치가 애매해진 덕분에 떠버린 것일 테고.

 

물론 당연한 선택이다. 아무리 엉덩이춤으로 떴다지만 카라와 소녀시대는 그 이름값이 다르다. 팬덤의 규모부터가 다르다. 누구를 더 우선해야 하는가? 프로그램 제작진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다만 구하라가 예상 이상으로 잘하는 바람에 오히려 스스로 손해를 보게 된 셈.

 

그렇다고 이제 와서 기존에 만들어 놓은 구도를 깨뜨릴 수도 없고, 또 다시 구하라를 중심으로 또 다른 라인을 만들기에도 부담이 있고... 어쩌면 5일장에서 효민을 구하라에 붙여준 것도 다른 라인을 만들라는 배려였을지 모르지만 그조차 효민의 소극적인 태도로 말미암아 실패하고 말았으니.

 

내가 느낀 것이었다. 도무지 어디 섞일 곳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현아야 막내로 아무데나 섞여 들어가면 되지만 초반에 너무 존재감이 강했던 탓에 왠지 혼자 겉돈다는 것. 아니 지금 구하라의 위치에 현아를 갖다 놔도, 구하라가 하는 일들을 현아가 대체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다. 구하라가 아니라 현아더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프로그램은 그렇게 안정을 찾고 있다. 도대체 왜?

 

그 안정을 찾았다는 게 중요한 거다. 유리와 태우 라인, 써니와 신영 라인, 그리고 막내 현아와 언니 나르샤, 여기에 유리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한선화, 이상하게 딱딱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어수선하고 부산하던 것에 비해 너무 급작스레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정작 그동안 활약하던 구하라 없이도.

 

아무튼 뭔가 잃어버린 퍼즐을 맞춘 기분이다. 이것이었구나. 하라불패라 할 정도로 구하라의 활약이 대단함에도 정작 프로그램에는 안 섞이는 것 같던 그런 느낌이란. 과연...

 

물론 단순한 추측이다. 제작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알게 무언가? 단지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일 뿐. 첫회부터 빠뜨리지 않고 지켜보아온 기억으로 그렇겠거니 할 뿐. 신빙성은 없다. 단지 그럴 뿐.

 

구하라로서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여전히 에이스로서 개인플레이를 밀고 나가느냐. 기존의 유리와 써니 한 라인을 타고 들어가느냐. 아니면 자기 라인을 만드느냐. 제작진의 생각에 달려 있겠지만.

 

헌터스가 조금만 괜찮게 나왔어도 차라리 청춘불패 그만두라 하고 싶건만,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구하라에게 청춘불패는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느낌이 그렇다. 기우일지는 몰라도. 알아서 하겠지만.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