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었다. 아주 눈물나도록 재미있었다. 오늘의 수훈갑은 현아, 한선화. 막내는 역시 귀여운 맛이다. 잘할 필요도 없고 특별히 두드러질 필요도 없다. 닭을 잡으러 가서 닭을 잡는 것은 언니인 써니의 몫이다. 막내는 그저 징징거리는 것만으로도... 귀여워 죽는 줄 알았다. 애가 어쩌면 이렇게 귀엽냐?
한 달도 안 된 병아리를 가지고 청춘이와 짝을 지어주겠다며... 닭을 잡으라니까 비명만 꺅꺅갹... 두부를 만들 때는 멧돌로 가는데 콩을 넣는 타이밍을 못맞춰서... 여기에 하라구의 제자라며 유치개그까지 따라하며... 웃겨서라기보다는 그 모습들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을 찾미 못하겠다. 확실히 막내는 막내라...
한선화는 드디어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어째서인지 통편집당하면 통편집당한 것으로 기억에 남던 한선화였는데 이제는 대놓고 들이대기 시작했다. 시크릿의 컨셉 자체가 카라를 잇는 생계형 아이돌이었지? 그대로. 무명이고 신인이기에 어떻게든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푼수떼기같은 절박함으로 잘 녹여냈다.
"오빠, 저와 러브라인 안 하실래요?"
어색하기만 하던 곰태우와 유리의 러브라인이 그렇게 살았다.
확실히 선화 아니면 아니었을 멘트였다. 하긴 느닷없이 다른 러브라인 만들기가 애매하지. 아예 대놓고 우리 러브라인 만듭니다... 그런데 그게 누구냐? 카라를 잇는 생계형 아이돌 컨셉에, 신인이면서 무명인 한선화 아니겠는가? 통편녀라 그렇게 놀림받고 구박받고, 노촌장에게 편집을 걱정했더니,
"네 걱정이나 해라!"
그런 한선화이기에... 그녀였기에 어울릴 수 있었다. 꽤나 음습하고 긴장이 느껴질 수 있었던 삼각관계가 그녀로 인해 유쾌하게, 마치 무슨 소꿉놀이처럼 아기자기하게까지 느껴질 수 있었다.
신인으로써, 무명으로써, 어떻게든 자기를 알려야겠다 자신을 내던진 결과였다. 일부러 더 망가지고, 일부러 더 우스워지고, 일부러 더 망신을 자처하면서, 오히려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던 그녀의 적극성과 강함이 가져온 결과였다. 보아하니 다음주에도 그 러브라인이 이어질 것 같은데... 최소한 청분불패에서는 한선화가 유리의 라이벌이다. 이미 더 이상 그녀는 통편녀가 아니다. 정말 귀여웠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던 것이 너무 뻔하지만 곰태우에게 연겨자 찐빵을 먹이려 모의하는 장면. 사실 너무 뻔하다. 이런 장면 분명 하나 나오겠구나...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긴장되냐? 음모라도 꾸미는 듯 진지한 구하라, 써니, 김신영 등의 표정에, 2화에서 곰태우에게 고추를 먹이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별 시답잖은 장난에 시답잖게 두근거리고, 마침내 나르샤까지 일타 쌍피... 푸하!
그런 재미다. 그런 소소한 재미들. 각 멤버 하나하나의 개인기보다는 그렇게 서로 어우러지며 만들어가는 관계들. 현아는 하라구를 - 이제 청춘불패에서는 구하라보다 하라구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 스승이라 얘기하고, 한선화는 대놓고 김태우와 러브라인을 만들며 유리와 라이벌관계를 형성하고 - 그러나 아예 대놓고 러브라인이라 했기 때문에 음습함이 없어 굳이 유리팬이라고 적대감을 가질 것 같지는 않다. - 곰태우를 골탕먹이려 모의하는 것까지...
그밖에 역시나 성인돌이라 잘생긴 수의사가 나타나니 조신한 모습을 보이던 나르샤도 웃겼다. 처음에는 그리 사근사근하더니만 연상은 취향이 아니라 하니 버럭 본모습을 드러내며,
"내가 26살 때는 테이블도 씹어먹었어!"
역시 나르샤만이 보일 수 있는 모습이리라.
곰태우의 하라구의 유치개과는 또다른 개드립의 향연이나, 이번에는 그래도 꽤 웃겼던 하라구의 유치개그... "흙흙""비만관리""세일러문""이미자"... 개그 자체도 웃겼고 문제를 내고 그 답을 이야기할 때의 리액션도 웃겼다. 민망해하고, 당황해하며, 때로는 으쓱거리고... 곰태우의 개드립이 뜬금없음이 매력이라면 하라구의 유치개그는 바로 그런 리액션이 매력이다. 물론 현아에게는 막내다운 어색함과 서툰 모습이 있다. 역시나 이 둘이 아니면 못 살릴 - 내가 이런 유치한 개그를 듣고 이렇게까지 구르며 웃기도 처음이다.
하지만 웃는 건 이쯤에서 끝내고 이번 화의 진정한 가치를 말하자면 - 사실 내가 그동안 불만으로 여겼던 것이었다. 무엇하러 저렇게 불편하게 할까? 요즘 시골에서 그렇게들 힘들고 번거롭게 안하거든. 두부를 만들 때도 멧돌이 아닌 믹서기를 쓴다. 밥을 할 때도 전기밥솥에다 하고, 쇠죽도 번거롭게 굳이 쑤지 않는다. 그런데 왜?
그런데 보고 있자니 정겹다. 멧돌로 두부를 갈고, 그것을 주머니에 짜고 채에 걸러 가마솥에 끓이고, 간수를 부어 엉기게 한 다음 틀에 부어 돌로 눌러 두부로... 확실히 믹서기로 갈아 하는 것보다 더 정겹지 않은가? 가마솥에 밥을 하는 것도 비록 석유곤로이기는 하지만 전기밥솥보다는 정겹다. 저번에 죽을 끓일 때도 고기를 구우면서 철망에 냄비 올려놓고 끓이던데.
그러고 보면 이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 가운데 다수가 서울사람이다. 서울사람들의 시골에 대한 기억이란 대개 그런 정도에 머물러 있다. 나무를 때 불을 지피고, 가마솥에 밥을 하고, 멧돌로 두부도 갈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그것은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세련되고 곱게만 보이던 여자 아이돌들이 그런 시간을 거스른 더 힘들고 번거롭지만 투박하고 정겨운 모습을 보인다? 얼마나 보기 좋을까?
실제 내가 그랬다. 뜬금없는 멧돌에, 콩을 수저로 떠서 조금씩 부어가며 콩을 갈고, 그것을 가마솥에 끓이고 - 가마솥에 끓이다 넘쳐 태반을 흘려버리기도 하고...
어쩔 수 없었다. 그 작업의 난이도라는 게, 그리고 그 장면장면이 주는 그 정겨움이라는 게 두부쪽이 압도적으로 우위일 수밖에 없었다. 반죽을 하고 소를 넣고 찌고... 찐빵과는 비교가 안되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써니와 구하라를 찐빵팀에 넣었는지도. 선화를 위해서. 현아를 위해서. 그동안 분량이 없었던 멤버들을 위해서. 유리는 미끼. 에이스니까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 의도가 뻔히 보이는데도 이렇게 좋으니.
다만 아쉽다면 이번에도 역시 효민은 통편집이었다는 것이었다. 전부터 우려했던 바, 효민에게는 그런 치열함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치열함을 바라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자연스럽게 놀았으면.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웃고 즐겁게 어울리고... 한선화처럼 자기를 내던져가며 방송분량을 따기에는 티아라가 너무 뜬 것일까? 효민도 너무 인기를 얻은 것이고? 그것도 괜찮기는 하지만... 조금 그렇다.
좋았다. 특히 좋았던 것은 제작진의 노골적인 의도가 엿보이는 향수를 자극하는 일하는 장면들... 사실 김장편을 이렇게 했으면 하고 바랬는데. 가장 원초적인, 모두의 추억을 자극하는 시간을 거스른 듯한 그런 모습들에 귀엽고 예쁜 걸그룹 멤버들이 저리 잘 아울릴 수 있다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또 하나 좋았던 것이 비로소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아예 대놓고 설정질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혀 음습하거나 거리낌이 없는 그저 즐겁고 유쾌학까지 한 한 바탕의 헤프닝이고 놀이였다. 시트콤이라기에는 민망하지만 그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놀이. 보기에도 즐겁고 흐뭇하고.
다만 팬심에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하라구 - 아니 구하라, 구하라도 역시 관계를 찾아야겠다. 그러고 보면 초반 구하라의 분량이라는 게 곰태우와의 병장과 일병 구도에서 나온 게 많았다. 샤이니의 민호가 출연한 편에서도 민호와 써니, 그리고 노촌장, 이장, 로드리와의 관계에서 분량을 뽑았었다. 그러나 관계가 사라진 4회 이후부터는 지난회를 제외하고는 분량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었다.
확실히 카라 베이커리를 보니 체력의 한계인지 퍼진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야외에서 일하고 산을 뛰어다니는 리얼버라이어티를 두 개나 한다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체력관리를 위해서라도 조금 더 다른 멤버와 힘을 나누면 어떨까? 김신영과 써니가 콤피릴 이루고, 한선화와 유리가 곰태우와 러브라인을 이루고, 현아는 제자라지만 그냥 막내, 과연 그녀가 위치할 곳은? 보다 장기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고민할 부분일 것이다. 영리한 아가씨이니 알아서 잘 할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내가 바라던 것이 이런 것이었다. 열심히 일을 하면서 전혀 악의없이 서로간에 관계를 만드는. 툭탁거리기도 하고, 아웅다웅하기도 하면서, 그러면서도 왁자하게 웃고 떠들고... 개인기야... 그런 상황에 나오는 개인기야 말로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원초적인 일하는 모습으로써 더욱 정감있게 다가가고.
10점 만점에 10점. 퍼펙트는 아니지만 퍼펙트로 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었다. 병풍이던 한선화가 자리를 잡았고, 현아는 여전히 자신의 매력을 돋보였으며, 나르샤와 써니, 유리, 하라구도 균형을 이루었다. 노촌장과 남희석, 곰태우도 자기 분량을 만들어갔고. 좋았다. 이대로만 계속 가기를. 청춘불패는 이런 소소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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