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위대한 탄생 - 드디어 대단원, 출연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까칠부 2011. 5. 28. 09:51

전에도 말한 바 있을 것이다. 어째서 오디션인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개인의 실력이나 재능보다 주변의 이야기나 서사에 더 관심이 많은가. "지망생"이기 때문이다.

 

음악인이 아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들려주는 사람들이 아니다. 단지 음악을 꿈꾸고 음악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다. 그런 열정이 있는 이들이다.

 

그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들의 도전을 통해서. 그들이 노력하는 모습들을 통해서. 그들이 성장하고 마침내 성취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그것은 짜릿한 대리만족이기도 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게 된 신인들이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오디션이 끝나고 나면 어찌되었거나 그들은 더 이상 지망생이 아닌 신인이 되어 데뷔하게 될 텐데, 과연 그때에도 대중은 지망생이던 시절과 똑같이 그들을 대할 것인가.

 

물론 그런 경우도 아주 없지는 않다. 해외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해서 톱스타의 자리에까지 오른 이들이 적지 않다. 다만 모두가 그렇지는 못하다. 누군가는 괴리를 경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다. 오디션 동안에는 그렇게 관심도 인기도 높다. 하지만 오디션이 끝나고 나면 그때부터는 전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조건에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디션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톱스타가 따로 없지만 지금은 간간히 그 소식이나 바람결에 들려올 뿐이다. 여러가지 다른 사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중이 잊었기 때문이 아닐까.

 

오디션 프로그램도 많다. <슈퍼스타K> 시즌1이 끝나고 1년도 안 되어 시즌2가 시작되고, <슈퍼스타K> 시즌2가 끝나고 나니 바로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 1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다시 <슈퍼스타K> 시즌 3와 <위대한 탄생> 시즌 2가 맞붙게 되었다.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으로 인한 관심과 인기는 다시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으로 돌아간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디션과 오디션 사이의 아주 짧은 시간 뿐. 어필하지 못하면 뒷물에 밀려나게 된다.

 

지망생은 어느새 서툰 신인이 되어 데뷔하게 되고, 그들이 지나온 자리는 새로운 지망생이 채우게 된다. 지망생을 향하던 눈은 새로운 지망생으로 향하고, 데뷔한 신인은 프로로써 냉엄한 평가를 받게 된다. 이미 거기에는 아마추어에 대한 관용이나 온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 돈을 지불하고 음악을 구입해 들어야 한다. 돈이 개입되면 사람들은 한없이 냉정해진다. 비즈니스다.

 

결국 프로로써 데뷔하고서는 아마추어 시절의 지망생으로서의 인기따위는 모두 잊고 처음부터 신인된 자세로 자기 실력으로 직접 부딪히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 알려지고 했을 테니 다른 신인들에 비해서는 한결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실력이 대중이 요구하는 바에 미치지 못할 때... 가차없다. 버려지고 잊혀진다.

 

과연 지금 이 상태로 프로로 데뷔해도 좋겠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끌게 되면 자칫 <슈퍼스타K>에서의 몇몇 출연자들처럼 영영 대중들로부터 잊혀질 수 있다. 역시 고려할 부분이다. <위대한 탄생>에서의 인지도를 알고 바로 데뷔하는가. 아니면 프로로서의 실력을 갖추고 진검승부를 펼치는가.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 좋다.

 

김태원의 말마따나, 아니 신승훈도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 끝은 아니다. 백청강 자신도 말하고 있었다.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시작조차도 아니다. 진정한 시작은 방시혁의 말처럼 무대가 끝나고 직접 자신의 노래로 밥벌이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일 것이다. 그때에도 지금과 같은 호의적인 시선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자만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으며. 자만하기에는 이미 선배들이 있었다. 이미 <슈퍼스타K>를 통해서도 두 차례나 적지 않은 신인이 데뷔하고 있었다. 과연 그들은 어떠한가.

 

사실 그다지 상품성이 높은 참가자들은 아니었다. 백청강이나 이태권이나 노래실력과는 별개로 과연 <위대한 탄생>을 거치지 않고 데뷔했어도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겠는가. 거꾸로 프로로써 현실에 도전했을 때 지금 그들이 가진 매력이 대중들에 어필할 정도가 되겠는가.

 

그러나 그렇더라도 대중이 그들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했던 이유는 그들에게 꿈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임을. 누구보다 꿈을 향해 열심이고 용감할 수 있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임을.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그들이 그러하듯 대중 역시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까.

 

솔직히 실망스런 무대였다. 이태권과 백청강의 단점이 모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이태권의 노래는 지루할 정도로 밋밋했으며, 백청강의 노래는 저음에서 아예 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김태원의 자작곡을 부르는 동안에도 나타났는데, 김태원 특유의 고음에서 폭발하는 에너지를 잘 살린 이태권에 비해 이야기하듯 시작해야 하는 도입부에서 백청강은 흔들리고 말았다. 안정감은 있지만 매력은 부족하며, 매력은 있지만 안정감이 없다. 이렇게 대조적인 파트너가 어디 있을까.

 

하긴 다른 TOP12의 무대는 더 끔찍했다. 그동안 생방송 경쟁에서 떨어지고 연습부족인 것은 알겠지만 너무 성의가 없다. 오히려 던보다 더 못한 느낌이다. 아예 그랜드 파이널에서의 최종우승자에 대해 우승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그리 허술한 무대를 준비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역시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살린 것은 제자들을 위해 무려 두 곡이나 새로 써서 선물한 김태원. 공교롭게도 부활의 역대 음반에서 일관되게 찾아볼 수 있는 두 개의 흐름,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부터 최근 "생각이나"까지 이어지는 발라드의 계보와 "회상3"로부터 최근의 "Yellow""거미의 줄""순수""나비"로 이어지는 프로그레시브적인 곡들의 계보. 이태권이 받은 "흑백사진"은 전형적인 부활표 발라드였고, 백청강의 "이별이 별이 되나 봐"는 프로그레시브적인 멜로디와 연주를 따왔다. 물론 "사랑이란 건"을 통해 두 개의 흐름이 서로 만나고 있기는 하다.

 

곡 자체는 역시 백청강의 "이별이 별이 되나봐"가 더 내 취향에 맞았다면 소화하기는 이태권의 "흑백사진"이 더 나았다. 하지만 그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 첫곡이라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가수라면 처음 부른 자기 노래가 평생토록 기억에 남을 테니. 눈물의 의미를 잊지 않는다면.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을 잊어도 좋을 정도로 대스타가 되거나.

 

7개월간의 대장정. 너무 길었다. 사실 그것도 컸다. 마지막 그랜드 파이널을 앞에 두고서도 봐야 하나. 아니 그 전에 또 봐야 하는가. 최근 시청율이 주춤한 것도 너무 늘어지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전에 말한 대로 멘토간의 승부는 끝났다. 김태원이 심사를 하지 않고 김윤아까지 빠지게 되니 심사위원은 달랑 셋. 시즌 2에서는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마디 덧붙이자면 <위대한 탄생> 시즌 2에서는 지망생들이 몰릴 것이다. MBC <대학가요제>의 1회가 그랬다. 샌드페블즈가 나와서 "나 어떡해"로 우승트로피를 안았는데, 그것을 본 모든 대학가의 음악인을 꿈꾸던 대학생들이 야심을 품게 되었다.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다."

 

음향의 문제도 있고. 프로그램의 구성의 문제도 있고. 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체력적으로 부치는 것도 있고. <슈퍼스타K>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 더구나 멘토로부터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데다, 우승을 하게 되면 신곡까지 받을 수 있다. 3억의 상금 가운데 2억이 앨범제작을 위한 비용지원이다. 자기 노래를 무대 위에서 부를 수 있다는 것.

 

다만 시즌2에서는 김태원이 빠지게 되지 않을까. 너무 밸런스를 무너뜨려 버렸다. 김태원의, 김태원에 의한, 김태원을 위한. 결승마저도 김태원의 멘티들끼리. 일찌감치 김이 빠져 버렸다. 아마 김태원이 시즌2에도 나서게 된다면 경쟁은 치열해질 테지만.

 

용머리에 뱀꼬리. 그리고 그 뱀꼬리는 무척 길었다. "김태원과 외인구단"에서 느꼈던 감동은 어쩌면 반칙이었다. 좋은 점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더 큰 시행착오도 많았던 시즌1이었다. <슈퍼스타K>가 그러했듯 시즌2에서는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나 역시 7개월 - 아니 TV로 시청한 것만으로 따지면 6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그 동안의 긴장도 감동도 흥분도 뒤로 하며. 행운이 함께 하기를. 지켜볼 것이다. 모두의 앞날을. 여전히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리고 이루는 모두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다시 한 번 우승한 백청강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다. 2위를 했지만 여전히 훌륭한 무대를 선보인 이태권에게도 역시. 물론 탈락했지만 멋진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다른 모든 TOP12, 참가자들에게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축복이다.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함께 꿈을 꾸엇었다. 어느새 다시금 뜨거워질 수 있는 꿈을.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감사한다. 진심으로.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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