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한국의 교육현실을 생각하다...

까칠부 2009. 12. 14. 07:11

IQ81... 그러나 솔직히 보면서 그 IQ81이 무척 부러웠다. 어떻게 그런생각을 할 수 있지?

"단풍 = 설악산에 가고 싶다."

김태원의 가사가 왜 그리 4차원적인가를 알겠다. 나쁜 뜻에서가 아니다. 그 짧은 가사 안에 시공간을 넘나드는 서사가 있고 서정이 있으니.

그러나 IQ는 뒤로 하더라도 그 성적이란,

"가가가가양양가가양양양..."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다. 중학교 240명 가운데 148등, 고등학교 때는 700여 명 가운데 680등인가 그랬었다. 특히 눈에 뜨이던 대목,

"학습동기유발이 필요하다."

저번 방송에 나와 한 말 그대로라면 거의 초중고 12년동안 학교를 100번밖에 안 갔다는 건데, 그만큼 학교생활 자체에 대해 어떠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더구나 김태원은 매우 집요할 정도로 노력하는 성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타를 치기 시작했을 때 손이 찢어지면서도 화장실에 가서도 기타를 쳤다고 할 정도이니. 그림도 꽤 잘 그렸다고 하고. 다만 The End의 결성도 그렇고 뭔가 할 때마다 여자와 관계되어 있더라는 게... 솔직히 부럽다. 남자에게 여자는 전부거든.

그런 노력을 하는 학생이 학교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부모가 너무 방임한 탓도 있지만 동기유발을 시키지 못했던 학교의 탓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하긴 나도 그랬다. 누구는 안 그랬을까?

"왜 공부해야 해?"

그렇게 물었을 때 그에 대해 당당히 대답할 수 있었던 이가 몇이나 되던가?"

"하라니까!"
"대학에 가야 하니까!"
"취직해야 하니까!"

더 재미있던 것은 김태원의 음악성적과 그리고 그의 음악적 재능을 눈치채는 선생이 아무도 없더라는 것이다. 물론 있기야 했겠지. 자기 말로는 당시 서울에서 가장 기타를 잘 치는 고등학생 - 고1을 기준으로 - 이었다고 했으니 선생 가운데서도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가를 안 했지.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내 경험으로,

"공부를 못해서!"
"학교에 잘 안 나와서!"
"그런 건 별 쓸모가 없어서!"
"그게 뭔 상관?"

그러나 정작 학교 성적 좋았던 학생들보다도 김태원이 더 성공한 것 같더라는 말이지. 굴곡도 있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오랜 밴드를 이끌고 마침내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한국락계에서 0.3%에 드는 정도가 되었고, 또 음악적으로도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그를 알아채고 평가하고 이끌어준 선생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과연 교육이란 무엇때문에 존재하는가? 무엇을 위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또 가르치는가? 머리가 좋다는 건 또 뭐고 한 사람의 가능성이란 또 무엇일까?

물론 시대적인 한계가 있기는 했다. 80년대 초반이라면 확실히 그런 쪽으로는 많이 부족했었다. 그러면 지금은? 지금에 있어서는?

내가 가장 어이가 없었던 게 대학에서 대학 신입생들 자질 떨어지더라고 대학입시며 고등학교 교육에까지 개입하려던 것이다. 고등학교가 대학진학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던가? 고등학교 교육이라는 것이 오로지 대학진학만을 위해 하는 것이던가? 그런데 그게 통하더라는 거다. 만일 그런 상황에 어딘가 또다른 김태원이 있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될까?

세상에는 참 많은 가능성이 있다. 사람마다 많은 가능성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일깨우고 계발해주는 것이 교육의 원래 목적이 아니었을까? 모든 아이들이 자기 자리를 찾고 당당히 사회의 한 부분으로써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이끌어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 아니었을까?

그런 점에서 김태원이 자기가 충암에서 제적당하고 기로에 섰을 때 숭실에서 받아준 것이 지금도 고맙더라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렇게 문제학생이고, 학교에도 잘 나오지 않고 성적도 안 좋았음에도 - 아마 야간이라는 것도 있었겠지만 끝까지 끌어안고 있었더라는 거지. 그 이상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학생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무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듯하다.

한때의 부족함이야 누구나 있을 수 있다. 한때의 미숙함이야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다. 방송 보아하니 김성민도 중학교 때 무척 방황하고 있었더만.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을 이겨내고, 마침내는 자기 길을 찾아 번듯하게 성공하고 있지 않던가? 과연 그런 아이들을 한때의 문제로 저버리고 하는 것은 옳은가? 실제로 그렇게 도태되어 버려지는 수많은 아이들이란 그렇게 버려져야 할 존재인 것일까?

한국 공교육의 실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IQ81에, 학교성적은 바닥을 기고, 출석도 않고, 학교에 나가도 잠이나 자고, 의욕도 없고... 그러나 그런 학생이더라도 무언가 하나는 가능성이 있고 그 가능성을 이룰 역량을 가지고 있을 수 있더라는 거다. 그것을 계발해주는 것이 학교인 것일 테고.

물론 방송을 제작할 때는 그에 대한 아무런 생각도 없었을 테지만. 만일 그런 생각을 갖고 만들었다면 프로그램 당장 폐지되지 않았을까. 다만 보는 입장에서 그렇더라는...


그나저나 아무리 그래도 그 무식함이란 참 경악스럴 정도네. 어휘에 대해서는 4차원스런 창의성과 개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뒤로 펼쳐지는 무식의 향연이란...

"추사체입니다!"

모르니까 대충 그려놓고는 뻔뻔하게스리... 그리고는 대놓고 보고 베끼고, 그럼에도 아홉 구九를 힘 力으로 잘못 써서 틀리고... 미치는 줄 알았다. 세상에 이렇게 무식한 사람이...

그러나 또 무식한 것과 그의 사회적인 능력과는 별개더라는 것이지. 참으로... 완전 한국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려 나타난 존재같다. 눈도 안 보여, 귀도 안 들려, 아는 것도 없어... 아주 미친 듯 웃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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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써놓았던 글들이다. 시간 역순으로 퍼올까 한다. 귀찮기는 한데... 어째 남자의 자격에 대한 글들이 중간에 뚝 끊겨 있는게 눈에 걸려서. 카테고리 나눠놓고 나니 그렇게 눈에 밟히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