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전혀 기대도 안 했다. 지난주 방송분이 워낙 엉망이었기에...
물론 다시보기 하니 그럭저럭 재미는 있더라. 여전히 이경규는 고군분투하고, 김성민의 노필터 멘트는 사람 벙찌게 만들었다. 김태원 또한 4차원이라는 말 그대로 기본은 해 주었다.
"공부 잘 해봐야 얘(이윤석)처럼밖에 안 돼."
"안 틀리면 레코드지!"
"기타치다가 까먹잖아? 그러면 치는 시늉만 해."
즉 평타는 되었다는 건데, 그러나 워낙 편집이 제대로 엉망이라 도저히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만들었다는 거다. 그래서 실망이 컸고, 그렇지 않아도 아나운서들과의 토크라는 주제도 별로 땡기지 않고, 그래서 이번에도 그따위면 남자의 자격 접는다... 그렇게 결심하고 보았는데...
이거야...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날도 더운데 웃느라 아주 온몸이 땀으로 목욕을 했다. 웃는 것도 보통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 아니라, 아주 지치도록 웃었다.
그래, 바로 이거였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부분이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입으로 웃기는 사람들이라고. 이경규의 강점도 토크에 있고, 김국진, 김성민, 김태원 역시 마찬가지다. 더 이상 국민약골의 이미지를 벗어던진 이윤석도 그렇고.
그동안에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매번 멤버들이 모여 토크를 할 때 만큼은 제법 터져주었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짜증난다는 표현까지 썼던 눈물편에서도 우는 와중에도 엉뚱토크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제대로 살릴 기회가 없었을 뿐.
아니나 다를까... 말로 웃기라 하니 죄다 물만난 고기들이다. 특히 김성민...
진짜 장에서 직접 뽑아 올라온 노필터 애드립이 무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T자 모자를 쓰는 건 T팬티를 즐겨입기 때문일 거에요."
아주 방바닥을 떼굴떼굴 굴렀는데,
"오늘의 토론으로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았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쩐 의견을 말하면 잘 들어주시길..."
오죽하면 <환상의 커플>을 재미있다고 해서 보는데 김성민 얼굴 보이니까 웃음부터 터질까? 이경규의 말마따나,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것이다."
이제 웃겨서 드라마 어떻게 보나? 코믹한 캐릭터에 연기라면 모를까 진지한 내용의 드라마이기라도 하면 웃느라 뭐 제대로 보지도 못할 거다. 그만큼 남자의 자격에서 가장 성공적인 캐릭터였다.
그리고 김태원,
"적은 물로 그릇 씻는 게 기술이거든. 내가 보여줄게."
"남자의 자격 넘버 3로써 당당하게 반기를 들고 싶었습니다."
4차원이 왜 4차원인가를 보여주었다.
"부활의 결성이 왜 기적이냐면 그 전까지 주위에서 자기를 모두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더라.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서 운전면허를 따니까 친구들이 파티까지 열어주었는데, 밴드를 만들고 리더까지 되었으니..."
참으로 아픈 이야기일 테지만 그것을 저리 담담하게 풀어놓을 수 있다는 자체가 김태원의 매력일 것이다. 아주 7인의 교도소 탈옥기가 참으로 사람을 뒤집어 놓았는데... 이미 무한도전에서 어제 비슷한 컨셉을 시도했으니 한 번 남자의 자격만의 컨셉으로 재해석해볼만도 하다.
이밖에도 면접 당시 이윤석의 애드립도 좋았고, 역시나 이경규의 버럭도 방송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었고, 다만 김국진이 조금 부진했던 것이나, 이번에도 병풍이었던 윤형빈과 이정진... 그나마 이정진은 잘생기기라도 했지. 그래도 잘리는 컨셉으로 이번에는 윤형빈이 조금 웃겼나? 하지만 일단 기본으로 잘 터뜨려 주었으니...
결국은 남자의 자격의 중심은 이경규다. 보면 고군분투한다고 할 정도로 이경규 혼자 오버하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러면 김국진의 리액션이 들어오고...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전혀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되는 것을, 엉뚱하다는 게 무엇인가를 몸으로 보여주는 김성민과 김태원의 생뚱맞은 애드립이 들어오고... 그리고 약간의 양념으로 이윤석, 이정진, 윤형빈... 이정진은 잘 생긴 것 하나로 자기 몫은 하니까 이정진은 빼고 아무튼 이것이 기본구도인데, 이번에 바로 그것이 제대로 터져주면서 - 김성민과 김태원이라는 엉뚱남 콤피가 터뜨려주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즉 이야말로 남자의 자격이 나아갈 방향이라고나 할까? 어차피 다른 리얼버라이어티들과는 달리 남자의 자격은 몸으로 때우는 것으로는 힘들다. 이윤석과 김태원만으로도 마이너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열심히 하는 티가 안 나는 두 사람을 가지고 뭘 하자고?
그러나 토크만큼은 되지 않은가? 아직 자기 캐릭터를 잡지 못해서 그렇지 이윤석이나 윤형빈이나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정진은 얼굴로 밀면 되는 거고, 그밖에 이경규, 김국진, 김성민, 김태원 모두 기본은 터뜨려줄 수 있는 입담과 엉뚱함의 소유자들이고. 어떤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아마 다음 미션인 퀴즈대회 도전하기도 그런 컨셉이지 않을까 싶다. 당장 예고편에 나온 것만 보아도,
"중국의 수도는?"
"베이징!"
"북경 아닌가?"
아마도 아이돌이 나와 저런 애드립을 쳤으면 제대로 안티가 생겨났을 법한 애드립이지만 어쩐지 아저씨들이라 용서가 되더라는 말이지. 오늘도 tolk가 있지 않았던가? 7人이 아닌 7시도 있었고. 흐흐흐흐흐...
아무튼 기대가 되는 다음주다. 다음주에서도 오늘만큼 제대로 웃음을 주는 엉뚱토크가 된다면 아마 오늘만큼은 재미를 주지 않을까... 슬슬 남자의 자격도 자리를 잡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회였다. 다음주도 이만큼 재미있기를.
아, 그나저나 진짜 가장 빵 터졌던 장면이 아나운서팀의 고민정과 남자의 자격팀의 김태원이 자리를 바꾸던 부분,
학교를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100일도 안 나갔다고 하지 않나, 공부도 안하고, 거기다 대마초로 구속수감까지, 그런데도 부모님은 야단 한 번 안 쳤다고 하지.
"저런데도 가만 놔두시겠어요?"
윤형빈의 지적에,
"매를 들어야겠네요."
그리고 고민정이 일어나 남자의 자격팀으로. 편을 나누어 극한대립만을 반복하던 토론프로그램에 익숙해져서인지 그 모습이 참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앞으로 토론프로그램들도 이런 컨셉이면 얼마나 좋을까? 토론하다 말고 생각이 바뀌면 자리를 바꿔앉기도 하고...
다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의도적으로 이경규와 남자의 자격 팀을 무시하는 듯한 아나운서팀의 태도였다. 자기들이 얼마나 잘났게? KBS가 언론인가? KBS 아나운서따위가.
그러나 이래저래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재미있는 방송이었다. 이 맛에 남자의 자격을 본다고나 할까? 재미있었다. 좋았다. 앞으로가 기대가 된다.
'남자의 자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눈물... (0) | 2009.12.14 |
---|---|
남자의 자격 -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0) | 2009.12.14 |
남자의 자격 - 한국의 교육현실을 생각하다... (0) | 2009.12.14 |
남자의 자격 - 남자가 가장 멋있을 때, 귀여울 때... (0) | 2009.12.14 |
요즘 남자의 자격을 보면 뿌듯하다... (0) | 2009.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