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가장 멋있을 때는 역시 무언가에 열중할 때가 아닐까? 그리고 남자가 가장 귀여울 때는 그렇게 열중하고서 그 성과물을 자랑할 때. 남자는 아무리 늙어도 그럴 때는 애가 된다.
이경규는 제빵사 - 나이 먹어서 손주들 오면 할아버지가 만든 빵이라며 먹여주고 싶다고... 그러고 보니 이경규도 벌써 50줄이다. 시간이란 이렇게 빠르구나 싶으면서도...
로망 아닐까? 솔직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할머니께서는 무어라도 먹을 게 있으면 꼭꼭 숨겨두셨다 내게 주셨다.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빵이라... 어쩐지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경규옹은 보면 볼수록 따뜻한 사람같다. 욱사마라 알려졌지만 참 귀여운 듯.
그리고 또 발견한 의외의 재능. 빵을 만드는데 계량이 정확하다. 놀랐다. 그렇게 한 번에. 그리고 빵 모양을 빚는데도 어색하지만 능숙하다. 맛이야 못 봐서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복불복쇼 팀 나왔네? 조원석 입원하기 전인가? 퇴원했나? 의외로 프로그램에서 까칠한 것과는 달리 맹정민과도 사이가 좋은지 모르겠다. 하긴 사이가 나쁘고서 그렇게 오래 같이 방송할 수 있을까?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복불복쇼 새로운 4차원 터프가이 김보성,
"사나이의 빵!"
그걸 먹어보라고 일부러 촬영장까지 싸들고 가고, 또 스텝들에게 나누어주고, 같이 배웠다고 사인까지... 가게이름이 미정이라니까 "To 미정"이란다. 귀여운 아저씨.
김태원은 어쩌면 정말 잘 어울리는 알공예사. 고등학교 때 미대를 지망했었고 필기만 아니었으면 유망했었다더니만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김태원과 부인 이현주씨, 그리고 김국진, 어찌나 각자의 개성을 한 번에 포착해 잘 그려냈는지 놀랐다. 그 작은 메추리알에 김태원과 이현주, 김국진 세 사람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으니.
다만 손을 떤다는 것이... 기타리스트로서 손을 떤다는 건 참 치명적일 텐데도... 하지만 술을 끊었다는 게 반갑다. 알공예를 하면서 담배를 잊었다는 것이 반갑고. 연말 그렇지 않아도 외로울 때 마음을 의지할 것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게 반갑고. 그리고 알공예를 하면서 털어놓는 이야기들이 반가웠다. 역시 외로웠던 모양이다.
딸아이가 남아공으로 유학을 갔다고... 그 이야기는 들었다. 기숙사제 음악학교라던가? 딸아이에게 자기가 만든 알공예품을 선물로 보내고 싶다고 했다. 역시나 아버지의 마음이 절절이 느껴지는 이유였다. 어쩌면 이경규나 김태원이나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같은 순수한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래는 김태원이 만든 첫 작품이다. 감상하시라. 정말 꼭 닮았다.
역시나 귀여운 김국진. 나이를 먹고서도 여전히 귀여울 수 있는 것은 김국진 뿐일 것이다. 하는 하나하나가... 그러나 허투루 하는 법은 없다.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그것을 여유로써 관조한다. 연륜이라는 것일까? 처음 무언가 쫓기는 듯하던 모습에서 이제는 지금의 자신을 즐기는 여유가 느껴진다. 주름살조차도 자연스레 웃음을 짓는 것처럼 보일 정도. POP자격증이 있다는 건 그를 통해 처음 알았다.
여전히 어수선한 김성민. 온갖 자격증은 다 따고 싶단다. 그래서 처음 선택한 것이 포크레인 - 굴삭기. 아니나 다를까 잘한다. 문제는 필기일까? 말 많은 것만 빼놓으면 - 그리고 멘트 가운데 버려지는 것이 많다는 것만 빼놓으면 참 괜찮은 친구인데. 할 때는 집중하고, 그리고 그것을 마음껏 자랑스러워하고. 어린아이같은 순수함이란 또 이 친구를 위해 있는 것이리라.
이윤석 - 김태원이 국민약골의 캐릭터를 가져갔다지만 역시 이윤석은 영원한 국민약골이다. 누가 있어 이렇게까지 폼이 안 날 수 있을까? 뭘 해도 폼이 안 난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난다. 김태원이, 아니 우리나라의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폼 안나는 몸개그의 지존. 웨이크보드 때도 그렇게 웃겼었다. 도배하는 것 하나 가지고도 이렇게 웃길 수 있다니. 진지하고 또 성실하기에 그래서 더 웃기고 더 뿌듯하다. 오히려 김태원이 국민약골의 캐릭터를 가져감으로써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예전에 나도 도배 아르바이트 좀 했었는데. 아는 형이랑 동네 도배는 다 하고 다녔었다. 일당 5만원. 술값.^^
윤형빈 - 이번에 또 왕비호로 구설수가 있더라. 그러나 이제는 그를 옹호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윤형빈씨 좋은 사람이에요."
"착한 사람인데 컨셉이 그런 것 뿐이에요."
여초사이트였다. 정경미씨에게는 미안하지만 기뻐해도 좋으리라. 여성분들에게도 최근 호감 상승이다. 아무리 나쁜 남자가 인기라 해도 역시 착한 남자만 못하리라. 왕비호의 독설캐릭터를 넘어선 윤형빈의 착한 남자 캐릭터. 더구나 오늘 뜨개질을 하면서 공격하던 캐릭터에서 철저히 공격당하는 굴욕캐릭터로 자리를 굳혔다. 남자의 자격 꼴지, 밖에 나가면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연예인, 그래서...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것이리라.
우리 막내... 절로 그 말이 나오는 착한 윤형빈이었다. 하필 또 선택한 게 뜨개질이다. 국민할매 떠주겠다고. 자기 만큼이나 따뜻한. 좋았다.
오늘의 에이스 이정진. 말하지 않을 때가 더 멋있는 비덩 - 비주얼덩어리답게 말하지 않는 수화를 선택했다. 그 이유가 정말 아름답다. 봉사활동을 하는데 수화를 배워두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잘생긴 남자가 착하기까지 하면 정말 재수없다. 말이라도 못해... 요즘은 또 입까지 터져서는. 역시나 여자들에게 인기 짱.
수화를 배우는데 누가 배우 아니랄까봐 표현력이 대단하더라. 이정진은 비주얼만이 아닌 몸개그로 나가도 이윤석과 쌍벽을 이룰 듯. 그럼에도 또 모양이 망가지지 않는다는 게...
"말하지 않을 때가 가장 멋있어요."
그래, 수화 배워서 진짜 비주얼덩어리로 가보자. 입 열지 말고 오로지 수화로만 그 훤칠한 외모로.
수화라고 일부러 사운드를 죽은 제작진의 배려는 정말 고마웠다. 자막이야 실수가 있어도 이런 세심한 배려는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솔직히 웃기다 할만한 장면은 그리 없었다. 그러나 원래 남자의 자격이 그렇게 웃기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어느새 흐뭇한 웃음을 머금고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나의 일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남자이기에. 바로 같은 남자의 이야기이기에.
그러나 토크로 들어가면 연륜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들 일곱 남자의 토크는 전혀 다른 세계로 안내해준다. 뭐 이리 빵빵 터지는지. 별 것 아닌 이야기인데도 이리저리 오가다 보면 웃다가 헤어나지 못한다. 마치 미리 짜 놓은 듯 기다렸다는 지 던지고 받도 치고 후리는데... 팀웤이라는 거구나...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고 주제 하나만 던져주면 그렇게 수다스러울 수 없다.
하긴 또 그게 남자다. 여자보다 사실 더 수다스러운 게 남자다.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났을 때,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할 때, 말이 없어 수다스럽고, 말이 많아 또 수다스럽고. 왁자하니... 마치 어느날 친구 집에 모여 밤새며 이야기하고 노는 느낌으로. 나도 저 자리에 있었으면...
남자의 자격만이 줄 수 있는 재미. 그러고 보니 나도 자격증 하나는 따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늙어서 의지할 수 있는 방편은 있어야겠기에. 과연 무엇이 좋을까? 지금부터 시작해서 늙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이란. 때로 예능을 통해서도 이렇게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과연...
좋았다. 항상 그랬듯. 기대한 만큼. 기대했던 이상. 그리고 다음을 기대하며.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좋은 밤이 될 것 같다. 흐뭇한 밤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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