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요즘 남자의 자격을 보면 뿌듯하다...

까칠부 2009. 12. 8. 17:46

아무래도 남자의 자격 첫회부터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챙겨보고 있는 오리지날 팬이다 보니, 초반 그 때문에 많이도 투닥거렸지.

 

어땠느냐면 허구헌날 나오는 게 1박 2일과 비교, 패떴과 비교, 무한도전과 비교였다. 게임을 넣어라, 멤버를 교체해라, 캐릭터를 어떻게 해라, 심지어 이경규더러 이래라 저래라...

 

그때마다 발끈해서는 글을 올리고 했었다. 뭐 기억하는 사람이나 있는가 모르겠다만... 아, 그나마 그 블로그도 지금 휴면상태지?

 

"이게 남자의 자격이다."

 

그래서 거의 매회 빼놓지 않고 보고는 리뷰를 올리고 했었는데...

 

그러나 재미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거라. 그렇게 묵묵히 관심도 안 갖는 남자의 자격을 지켜보며 혼자서 좋아하며 감동받아가며 이제까지 왔는데,

 

그런데 어느샌가 남자의 자격도 시청률이 10%대 중반으로 안정되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한 글들도 많이 늘어나고.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초반부터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온 사람들은 안 그런다. 나도 그랬거든. 이윤석 어떻가, 윤형빈 어떻다, 이정진 어떻다... 그러나 보는 동안 마치 가족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그냥 이대로 함께 갔으면 싶다. 윤형빈은 윤형빈대로 착한 막내로써, 이정진은 이정진대로 비덩으로, 이윤석이야 이번 마라톤으로 두 말 할 것 없는 남자의 자격의 한 기둥이 되었고. 누구 하나 빠져서는 안 되는 이들이야 말로 남자의 자격이라는 느낌?

 

그런데 새로 유입된 시청자들은 안 그런 모양이다. 어차피 그들에게 남자의 자격이란 패떴이나 1박 2일과 같은 그런 그냥 조금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에 불과할 테니까.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그들은 냉정하고 이기적이다. 자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때로 얼마든지 냉혹해질 수 있다.

 

예능이란 웃겨야 한다... 그러니 웃기지 못하는 사람은 나가라! 남자의 자격에는 감동이 있다... 그러니 감동을 주지 못하는 사람은 나가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도 남자의 자격을 지켜왔던 그들에게.

 

물론 그 또한 저변을 넓혀가는 과정이다. 소수의 마니아들에게만 인정받던 어떤 것이 대중에게로 다가갈 땐 항상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마니아들만 만족하면 되었던 것을, 더 다양하고, 더 넓고, 더 크고, 더 깊은, 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 자기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그들을 만족시킨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마니아들에게는 인정받았지만 결국 메이저로 올라가지 못한 경우게 그래서 허다하다.

 

다만 좀 기분이 그럴 뿐...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건 아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마니아로서의 고집이라. 정말 어쩔 수 없는 거다.

 

아무튼 남자의 자격이 잘 되었으니 기분은 좋다. 특히 다시 한 번 일요일예능에 자기 자리를 굳힌 이경규옹의 재기를 축하하며, 남자의 자격은 이경규 옹의 프로그램이다.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봉창 김성민, 국민약골 이윤석, 국민할매 김태원, 비덩 이정진, 막내 윤형빈... 모두가 고생했다. 이러니저러니 말들도 많았는데... 그들의 인내가, 뚝심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리라. 고맙다. 다시 한 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