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눈물...

까칠부 2009. 12. 14. 07:24

확실히 이번편은 에러였다. 남자의 눈물이라니... 나도 남자란 말이다!

나도 우는 걸 좋아했다. 좋아했다기보다는 눈물이 많았다. 참 별 같잖은 일로도 눈물을 펑펑 쏟곤 했었는데, 그래서 아버지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남자는 세 번 우는 거다!"

그러나 아마 지금까지 그 백 배는 울었을 걸?

후련하기는 하다. 진짜 울고 나면 굉장히 후련해진다. 맺힌 것도 뚫리고 막힌 것도 쓸려내려가고,

다만 문제는 내가 너무 비참해진다. 너무 나약한 것 같고, 너무 성급한 것 같고, 무엇보다 주위 보기에 면이 안 서고... 남자라는 거다.

언젠가 말한 것처럼 남자는 폼에 죽고 폼에 죽는다. 차라리 고개 뻣뻣이 들고 있다 총에 맞을지언정 총알 피하자고 바닥을 구를 수는... 물론 있지. 참 창피하지만.

아무튼 운다는 건 그런 거다. 어디 가서 남 앞에서 운다는 건. 그래서 남자는 울 때도 항상 혼자서 운다.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울려면 잠시 자리를 피해 울고. 그래서 또 다른 남자의 눈물을 본다는 것도 꽤 부담이다. 어릴 때야 비웃고 욕하고 하지 나이 먹으면.

"이거이거 어쩌지?"

아주 난리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편은 확실히 에러였다. 뭐한다고 남자 우는 거 보라는 건데? 알지도 못하는 영화에, 약간은 슬픈 노래에, 별 웃기자는 고추에, 별 관심도 없는 남의 가족 이야기에... 그러다가 진짜 울면 어쩌라고?

나도 남자라는 거다. 어디 남자가 눈물을! 눈물을 흘리는 놈들도 그렇고! 내가 감동컨셉을 잡은 1박 2일을 왜 안 보는데? 남자라는 거다! 그까짓 쥐어짜기 감동따위는 아닌 거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방송의 히어로는 김국진이었다.

진짜 멋있었다. 남자였다. 아버지의 무덤에서 한 약속을 끝까지 지켜서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면서도 끝내 눈물을 참는 그 모습이라니. 눈물이 날 것 같은데도 끝까지 눈물을 참고 의연함을 지켰다. 바로 남자라는 거다. 새삼 김국진의 멋진 면을 하나 더 발견했다고나 할까?

남자는 정말 힘든 일을 마주했을 때 더욱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울고 싶어질 때 더욱 오기로 눈물을 참는다. 슬프고 힘들고 그런 때에도 남자기에 울지 않고 참으며 버틴다. 그게 남자라는 동물이다. 바로 김국진이 그랬다. 히어로! 그는 진짜 남자였다.

확실히 남자의 자격에서의 남자란 마초스런 남자가 아니다. 남자들이 굳건히 지키고 싶어하는 그런 남자다움이 아니다. 그것이 좋지만... 이번은 너무 갔다. 늘어지는 것도 짜증나는 것도 그래서다. 너무 갔다. 최악이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나도 남자인데! 그러다 함께 울지 않게 되면 어쩌려고?

하여튼 갈수록 프로그램이 나가는 방향이 이상해지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이어진 다음편 예고... 이게 아저씨 버라이지 아줌마 버라인가? 웬 남의 집 털기? 부모는 또 왜 만나고? 아예 막가자는 것도 아니고...

결국에 울 수 없었기에 불편하기만 했던 한 시간이었다. 울기도 싫고, 우는 모습을 보기도 싫고, 남자란, 남자의 자격이란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덧) 하지만 또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남자의 자격을 좋아한다는 거거든. 남자란 참 힘든 동물이라.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고,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그러한 가면을 벗어던진 남자의 자격이라는 것이 참 좋더라는 거다.

아무튼 실컷 울고 났으니 시원하기는 할 것 같았다. 눈물이란 마음의 상처를 씻어내는 초여름 단비와 같은 것이거든. 마음껏 울고 나서 하늘을 보면 그렇게 하늘이 맑을 수 없다. 세상 모든 것이 밝고 따뜻하고. 다만 같이 울 수 없었다는 것이... 마지막으로 운 것이 언제였더라? 그것이... 질투다. 단지. 그것이. 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