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 - 현명진 회장의 오판과 현상희의 미련...

까칠부 2011. 6. 1. 10:09

명백한 현명진 회장(오미희 분)의 실수였다.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데. 현기준(강지환 분)의 마음이 어느새 공아정(윤은혜 분)에게로 향하고 있어도 오윤주(조윤희 분)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무엇보다 그녀를 사랑했던 기억은 여전하다. 그런데 결혼했으니 헤어지라.

 

한창 기분 좋게 진도를 나가고 있던 터였다. 답장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문자 보내는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그만큼 진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의 답을 보내면 어떨까? 저런 내용의 답을 보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괜찮다고 할까? 괜찮지 않다고 할까? 어떻게 하면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보고 1분이라도 더 함께 있고 작은 웃음이라도 볼 수 있을까?

 

전혀 아무 사이도 아닌 상태에서 시작해서 어느새 질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유소란(홍수현 분)이 건넨 전화번호와 주소를 가지고 오윤주의 집을 찾아가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술로 답답한 마음을 달래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도 누군가 연락할 사람이 없느냐는 택시기사의 말에 남편이라며 당당하게 현기준의 이름을 말한다.

 

현기준의 캐릭터에 여자를 골탕먹이고자 콜라병을 흔들어 놓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화장이 망가진 모습도 보이고, 서로 콜라를 끼얹으며 장난도 친다. 그리고 어느새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지며 눈빛이 오가고 진한 키스를 나눈다. 이쯤 되면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미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진심이 되어 있다. 그것을 확인했다.

 

아마 그대로 두었다면 자연스럽게 오윤주는 정리되었을 것이다. 물론 미안함이나 연민이 사랑을 대신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오윤주는 그 순간 현기준의 곁에 없었다. 현기준의 마음이 공아정에게로 향하려 할 때 그의 곁에서 그를 붙잡아 세우지 못했다. 이제 와서 다시 오윤주에게로 돌아간다는 것은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히는 것밖에는 되지 못한다. 그것은 또 하나의 비극이다.

 

하지만 그러자면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것을 알고 있기에 오윤주 역시 다급해했던 것이었다. 다급해 하며 현상희(성준 분)에게 매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현상희의 마음이 어떠한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 행동인가를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러나 자신이 다급하니까. 현기준이 멀어지려 한다.

 

현상희를 지금 지배하고 있는 것은 후회다. 미안함이다. 여전히 그는 오윤주를 사랑한다. 그리고 형 현기준을 사랑한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조금 더 냉정해질 수 있었을 때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사랑 - 아니 집착이 오윤주를, 그리고 형 현기준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내가 안 끝났다구!"

 

그 역시 그래서 아직도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 자기가 망쳐놓기 전으로. 자기가 모든 것을 망쳐놓고 두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 그 전으로. 공아정을 도와 현기준을 곤란하게 만든 것은 그의 치기어린 복수였으며, 어느새 현기준에게 너무 깊숙이 다가가려는 공아정에 화를 내는 것은 모든 것을 이전으로 돌려놓고 싶다는 그의 본능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면 잡으라구! 나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현기준의 오윤주에 대한 마음이 어떠한가는 상관없다. 현기준이 아직도 오윤주를 사랑하고 있거나, 아니면 시간의 장난으로 어느새 오윤주로부터 멀어져 있거나, 그도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거나. 하지만 그가 바라는 현기준이란 그 시절의 현기준이다. 현기준이 오윤주를 사랑하고 오윤주가 현기준을 사랑하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리라.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며 웃으며 돌아서리라.

 

"너 좋은 일 있냐?"
"티나?"
"완전! 목소리가 아주 날아갈 것 같다, 야!"
"확실히 끝난 것 같네?"

 

처음 드라마를 보면서 무엇이 끝났다고 하는 것이었을까? 전체적인 맥락을 찬찬히 살펴보니 오래전 두고 온 자신의 미련과 아쉬움, 미안함을 비로소 털어버릴 수 있었다는 뜻이었을 게다. 그때 그가 하지 못한 행동들. 그가 했어야 했던 행동들. 오윤주가 찾아와 하소연했을 때 그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못 다 한 일들을 마무리지었던 것이다.

다만 끝났다기에는 그가 바라고 믿고 생각하는 현기준은 5년 전의 현기준이다. 그리고 지금 그의 앞에 있는 현기준은 지금의 현기준이다. 과연 그 괴리를 그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는 여전히 오윤주를 사랑하고 있으며 오윤주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현기준의 행복이기도 하다고 믿고 있다. 오해는 얽히고 섥혀 비극을 만든다.

 

어쨌거나 결국 현명진 회장이 제대로 현기준을 자극해 버리는 바람에 공아정 또한 진심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일 것이라 생각했다. 별 다른 일 없이 이대로 서로 좋게 웃으며 함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때로 장난도 치고, 때로 투닥거리기도 하며, 때로 감미롭고, 때로 열정적으로. 하지만 현명진 회장으로 인해 거의 정리되어 가던 현기준의 감정이 일깨워지자 위기의식은 그녀로 하여금 더욱 간절하게 절실하게, 그리고 진실하게 만든다.

 

"연극을 해도 내가 해요!"

 

진심이 되고 나면 그것을 거짓으로 만들 수는 없다. 이미 진심이 되었는데 그것이 거짓이고 아무 의미없는 것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자존심보다 더 강한 것이다. 아니 그것이 바로 자존심이다. 현기준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거짓으로 만들 수는 없다.

 

천재범(류승수 분)과의 부부싸움을 끝내고 난장판이 되어 있는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는 유소란의 모습은 바로 그 순간 공아정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휑하니 스산한 폐허 위에 홀로 버려진 듯한. 그 순간 공아정에게 유소란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이겨야 하는 경쟁자가 아닌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동지였을 것이다. 그 종류는 다르더라도.

 

역시 드라마에는 긴장이 있어야 한다. 뭔가 야릇하게 자극하는 것이 있어야 보기에도 재미가 있다. 로맨틱 코미디란 남의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닭살 긁어가며 보는 것이 아닌 우연과 오해로 인한 헤프닝에 곤란해하고 당황해 하는 모습을 즐기는 것이다.

 

의외의 곳에서 터져 버렸다. 과연 앞으로 현기준과 공아정의 관계는 어떻게 이어지게 될 것인가. 이미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을 안다. 이미 스스로의 감정을 확인했고, 단지 또 한 번의 우연이 서로에 대해 오해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만나 사랑을 이루어야 하는 것. 로맨틱 코미디의 법칙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결국 현실을 이유로 헤어져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되면 그것은 멜로가 된다. 그런 이야기는 아니리라.

 

유소란이 사실을 알고, 천재범과 유소란의 사이는 최악을 달리고, 현상희는 만족했으며, 현기준은 당황하고 있다. 그리고 공아정은 더욱 간절하다. 너무 진지해지지만 않는다면. 하지만 가끔은 이런 분위기도 괜찮다. 다음이 궁금해진다. 어떠할 것인가. 바짝바짝 조여온다. 긴장된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