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란 곧 소통이다. 소통은 쌍방향적이면서도 또한 일방향적인 것이다. 내가 상대에게 다가가는가? 상대가 나에게로 다가오는가? 상대에게 중심을 두는가? 나에게 중심을 두는가? 흔히 전자를 두고 대중예술이라 하고 후자를 두고는 순수예술이라 한다.
방송도 예술이다. 이보다 더 훌륭한 예술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모여 아이디어를 짠다. 무엇이 재미있을까?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 장소를 섭외하고, 출연진을 섭외하고, 소품을 만들고, 각종 장비를 동원해 장면을 만들고 그것을 화면으로 옮기고, 편집은 또 얼마나 고난이도의 작업이겠는가? 그를 통해 대중을 울리고 웃기고, 때로 자기 자신과 자기 주위에 대해 보다 주의를 갖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도록 환기시키기도 하고...
결국은 무언가? 대중에게로 다가가는 것이다. 대중에게로 다가가 그들로 하여금 보도록 하는 것이다. 보고 듣고 그리고 제작진과 함께 느끼고 생각하도록. 공감하도록. 그리고 마침내는 함께 기뻐할 수 있도록.
참 어이없는 것이다.
"늬들이 뭘 알아?"
그건 순수예술하는 사람들이나 할 소리다. 아니 순수예술하는 사람들도 그런 말 잘 않는다. 대중이 다가오기를 바라지만 자신 역시 다가가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만일 어느 가수가 앨범을 냈는데 실패했다. 그가 인터뷰에 대고 이리 말한다.
"대중이 내 음악을 잘 이해하지 못해 실패한 것 같다."
그런 걸 개소리라고 한다. 대중이 이해하지 못해 문제라면, 이해하도록 만들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다. 이해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는데 그것을 먼저 대중이 다가가 이해할까? 아주 소수의 또라이들이라면 그것을 가지고 으스대며 좋아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런 또라이들 이야기일 뿐이다.
방송이라는 것도 그렇다. 방송이 목표하는 바는 더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보아주는 것이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볼만 하게 만들면 된다.
대본이라? 그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보다 치밀한 대본으로 더 큰 재미를 준다... 그건 창작자로서 당연한 선택이다. 더 재미있어지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릴 게 무언가? 문제라면 그것을 들켰다는 것...
그게 문제다. 기왕에 리얼버라이어티라 했으면 철저히 시청자를 속일 수 있었어야 했다. 리얼이라 해놓고서 그것을 리얼이 아니라 여기게 만들었다면 순전히 제작진 책임이다. 리얼을 표방했는데 대중이 그것을 리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건 오로지 자신들이 내세운 컨셉조차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한 제작진의 무성의와 안이가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어느 정치인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 있다.
"농부가 밭을 탓해서는 안된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이리 말하고 있었다.
"최악의 정치는 백성과 싸우는 것이다."
정치인이 대중과 싸워서 뭐하게? 정치인이 대중과 오해네 뭐네 싸워 이겨서 뭐하게? 싸워 이기는 것이 목적인가? 아니면 대중으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구하는 것이 목적인가?
마찬가지다. 오해네 뭐네, 잘 알지도 못하네 뭐하네, 그래서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대중을 이기는 것인가? 아니면 대중들로 하여금 자신의 프로그램을 보도록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찌해야겠는가? 오해다 모른다 윽박지를까? 설사 아무것도 모르고 근거없는 오해를 하더라도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까?
사실 패떴이 어떻게 되든 나와는 상관이 없다. 나는 아예 그 프로그램을 안 보니까. 다만 인터뷰를 보다가 답답해서 이리 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과연 패밀리가 떴다는 아트인가 컨텐츠인가. 대중으로 하여금 다가오기를 기대하는 아트인가? 아니면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컨텐츠인가?
말하지만 대중이 요구하는 리얼은 현실에서 말하는 리얼을 넘어선 리얼을 말한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리얼은 리얼보다도 더 리얼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 치열한 사고가 필요하다. 대중이 그것을 리얼이라 보지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제작진 책임이다. 그것이 설사 터무니없는 오해라 할지라도.
하긴 어떻게 해도 시청률은 나온다. 그것도 아주 잘 나온다. 내가 인기연예인이 한 순간에 훅 가는 공식을 안다. 음반을 냈다. 성공했다. 아주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그 순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해도 대중은 따라와 주겠지?"
그러다가 결국 대중과 유리되면서 그는 철저히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만다. 어떤 순간에도 대중에게 다가가야지 다가오기를 기다려서는, 하물며 그들이 나에게 이끌리리라 생각해서는 결국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그들 자신이라는 것이다. 어느 순간에도 대중을 우습게 봐봐야 결국 우스워지는 것은 자기 자신인 것이다.
묻는다. 패떴은 아트인가? 순수예술작품인가? 대중들로 하여금 먼저 다가가 이해하면서 보기를 요구할만한? 그리고 제작진은 아티스트인가? 오로지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는 이들만을 상대하려는 긍지높은? 그렇다면 그냥 아트를 하면 된다. 버라이어티를 찍을 게 아니라.
하여튼 국민과 싸우려 드는 정치인이나, 시청자와 싸우려 드는 제작진이나, 도대체 주제를 모르는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아트는 혼자 공방에서 하면 좋다. 혼자 자기만족으로. 괜하게 오해다 뭐다 오히려 우습게 보고 징징거릴 것이 아니라 말이다. 민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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