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보면 사람들은 캐릭터라는 단어에 대해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뭣만 보여주면 이게 캐릭터다, 저게 캐릭터다, 뭐만 하면 그것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아마 꽤 되었지? 김신영이 캐릭터 잡는 것과 이미지 소모하는 걸 혼동하는 것 같다고 아마 쓴 적 있을 텐데,
하지만 캐릭터라는 건 사실 자기 자신의 개성에서도 나오지만 주위의 관계로부터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청춘불패에서 현아의 캐릭터가 그것이다. 물론 혼자서 징징거리는 건 있다. 그러나 그 징징거림을 주위에서 어떻게 받아주느냐에 따라 그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거다. 만일 주위에서 그것을 짜증으로 받아들이면? 그때도 과연 지금의 막내 캐릭터가 나왔을까?
캐릭터란 다른 말로 역할이기도 하다. 가진 바 개성은 이러한데 과연 그 개성으로 프로그램 안에서 무얼 할 것이냐? 웃기지 않는 캐릭터가 되어 그것으로 웃길 것이냐? 아니면 사기꾼 캐릭터로 악역을 맡을 것이냐? 막내가 되어 착한 역할을 맡을 것이냐?
남자의 자격에서 윤형빈이 보이는 모습이 그렇다. 그 자체로는 사실 웃기는 게 없다. 그래서 비난도 많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만이 갖는 훈훈함에서 윤형빈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만일 유세윤이었다면? 물론 자신의 캐릭터로 재미는 줄 수 있겠지만 아마 지금까지의 남자의 자격과는 그 흐름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최소한 이경규로부터 윤형빈까지 마치 한 가족, 한 형제같던 분위기는 사라질 것이다. 아니면 유세윤이 윤형빈처럼 예의바르고 착한 동생의 이미지로 자신을 바꾸어 나가던가.
청춘불패에서 내가 김신영에 대해 위화감을 느낀 것도 그래서였다. 아마 김장편에서였을 텐데, MC라면 각자의 캐릭터에 맞는 상황을 부여하고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별 의미는 없을지라도 다른 멤버와도 자주 엮어주고 해야 한다. 그런데 하는 것이란 특정한 개인기 반복하기, 특정한 상황 반복해 강조하기...
그러나 그런 건 그냥 이미지일 뿐이고, 반복되는 만큼 소모되고 말 뿐이다. 지금 구하라의 유치개그도 과연 현아가 한 번 하고, 구하라가 한 번 하고, 그런 식이면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반복하면 피로해지고, 피로해지면 지겨워진다. 그러고 나면 당사자의 이미지도 손상된다. 그런데 다른 역할이 남아 있지 않다면?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개인기가 개인기로서 두드러지지 않게. 개인기로써 개인의 이미지가 소모되지 않도록. 항상 새롭게. 새롭지는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매번 변화를 주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캐릭터다. 그것이 MC의 역할이고.
이른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일류 MC들을 보면 그런 게 더 명확해진다. 그들은 실제 개인플레이도 뛰어나지만 그보다는 팀플레이에 뛰어나다.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또 당장의 모습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앞을 보고, 팀의 여러 멤버들을 이용할 줄 안다. 프로그램 자체를 설계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캐릭터라는 것도 부여되는 것이고. 그냥 어떻다가 아니라 프로그램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것으로써.
그러나 그런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에 하여튼 조금만 뭐라도 마음에 안 들면 하는 소리가 이 멤버 바꿔라, 저 멤버 넣어라... 멤버 하나 바꾸고 새로운 캐릭터 집어넣으면 재미있어질 것 같으니까. 생각이 없는 거다. 그 하나의 캐릭터로 인해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 지. 그로 인해 장차 프로그램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멤버 하나 바꾸는게 단지 이 캐릭터를 저 캐릭터로 바꾸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한 마디로 뭐냐면 미드필드에서의 패스웤을 통한 압박전술을 시도하려는데 정작 스트라이커만 잔뜩 사들이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와 같이 수비를 튼튼히 하다가 역습으로 한 방 노리려는데 정작 핵심수비수를 팔고 골 잘 넣는다고 스트라이커만 잔뜩 들여오고. 아예 미드필드 생략하고 수비에서 바로 최전방으로 찔러주거나, 양측면 사이드에 집중하려는데 미드필더만 또 좋다고 들여오고.
슬러거만 잔뜩 있는 팀에 슬러거 더 들여오면 뭣하나? 선발투수만 열 명이다. 그런데 시장에 선발투수 좋은 선수 나왔다고 중간계투 팔고 선발투수 들이고. 더구나 죄다 오른손투수다. 겨우 하나 왼손투수 있는데 그해 승률 1위의 오른손투수가 시장에 나오자 맞트레이드한다. 하긴 선발투수도 중간계투나 마무리로 돌리면 되니까. 오른손투수라고 항상 왼손타자에게 맞으라는 법도 없고. 그런가?
예전 꽁트와 버라이어티가 다른 점은 대본이 따로 없다는 거다. 물론 대본이 없지야 않다. 그러나 최소한의 대본으로 주어진 상황에 대해 자기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런 만큼 출연자의 재량이 중요하며, 서로의 연기를 받아줄 수 있는 팀웍이 중요하다.
최전방 공격수는 스스로 골을 넣는 것도 넣는 것이지만 상대의 수비진을 흔들어 다른 선수에게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할 수 있으면 상대팀 수비를 분쇄하고 바로 골을 넣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다른 선수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발판역할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 점이 필요한 상황, 선두타자가 1루에 진루해 있다. 한 방을 노릴 것인가? 아니면 다음 공격을 위한 발판을 놓을 것인가? 주인공이 될 것인가 조연이 될 것인가? 역시 1사 2, 3루, 왼손타자가 타석에 섰다. 원포인트 릴리프로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하는 것은 단 한 타자. 그 날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다. 그렇다고 과연 그의 가치가 떨어지는가?
그런 다양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때 가진 바 장점과 개성들도 빛을 발하는 것이다. 팀에 있어서도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그런 선수들인 것이고, 그런 선수들이 있을 때 팀도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팀플레이다. 그리고 팀플레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다는 것이고.
모두가 웃길 필요는 없다. 모두가 웃기면 좋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그 프로그램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무언가다. 왁자하게 웃으며 떠드는 것인가? 아니면 조금은 산만하더라도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인가? 아니면 보다 단단하고 끈적한 무언가를 보여주려 하는가? 그렇다면 그 안에서 그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웃겨야 하는가? 웃기지 않아도 좋다. 존재감이 없어도, 심지어 비난을 듣고 욕을 먹는 역할이어도 좋다. 과연 그 프로그램에서 그에게 요구하는 바가 무언가? 아니 당장 프로그램 안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역할이란 무언가? 스스로 치고 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사람이 치고 나가도록 받쳐줄 수도 있고, 그와의 관계를 통해 크게 두드러지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역할을 찾을 수도 있다. 모두가 웃길 수는 없으니 그것을 받아줄 사람도 있어야 하고, 또 그를 부추길 사람도 필요할 것이고.
그것이다. 그런 것이 바로 캐릭터인 것이다. 캐릭터가 갖는 개성이라는 것도 그런 안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고. 프로그램 안에서 그의 개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 어떤 비중을 갖는가? 어떻게 드러나는가? 그런 점까지 포함했을 때 그것을 캐릭터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기니 하는 것도 그런 때 그를 위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개인기 자체가 캐릭터인 것이 아니라.
만화든 소설이든 뭐든 캐릭터를 정할 때는 두 가지 과정을 거친다. 각자의 개성을 설계하고, 그리고 그것으로써 관계 속에서 역할을 만든다. 개성이 없어도 안되고, 역할이 없어도 안된다.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질 때 그것을 캐릭터라 부른다. 리얼버라이어티도 마찬가지다. 아니 리얼버라이어티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각자의 개성과 역할이 충실히 부여되었을 때만이 리얼도 리얼스러울 수 있으므로.
뭐만 있으면 넣어라 빼라... 뭐만 불만스러우면 얘 넣어라, 쟤 넣어라, 걔 빼라... 짜증나는 이유다. 초창기라면 또 모를까, 아주 초반이라 아직 관계고 역할이고 없는 때라면 또 모를까, 김종민 넣는 것 하나로 1박 2일이 저리 시끄러운 이유다. 과연 김종민은 1박 2일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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