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헌터스에 대한 감상...

까칠부 2009. 12. 16. 12:43

목표가 너무 컸다. 멧돼지라... 멧돼지와 어떻게 방송분량을 뽑을까? 멧돼지가 화면에 나타나는 순간 바로 피가 튈 텐데. 멧돼지는 말이 돼지지 맹수다. 어떻게?

 

그래서 정작 제목은 헌터스인데 아직까지 멧돼지는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띄엄띄엄 봐서 그런가... 인간적으로 아무리 까는 글 쓰자고 보기엔 너무 재미가 없었다.

 

긴장감이 없으니 웃기라도 해야 하는데, 주제가 또 그러기에는 너무 무겁다. 농가에 피해를 끼치는 멧돼지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익버라이어티에서 그냥 무작정 웃기자?

 

내가 처음 포맷을 듣고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살기와 웃음을 어떻게 버무리는가? 차라리 멧돼지를 사냥하는 것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죽이는 장면은 나오지 않더라도 멧돼지로 인한 피해와 그를 쫓는 인간의 절박함을 긴박감으로 녹여냈다면...

 

그러나 결국 시민단체등의 반발로 죽이는 것이 아니라 쫓는 것이 되어 버리면서 긴박감이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웃음코드라 할 만한 것도 없고. 설마 어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출연자 개인의 개인기만 가지고 웃기는 것도 무리 아니겠는가?

 

차라리 조금 더 작은 목표들... 뉴트리아라든가, 황소개구리 - 이건 지금 철이 아니다. 뭐 기타등등 환경에 해가 되는 요소들이 많다. 들고양이 문제도 그렇고, 들개 문제도 그렇고. 차라리 그쪽이 훨씬 장면도 그럴싸하게 나올 수 있으련만.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 차라리 아예 지역주민들과 연계해서 멧돼지를 쫓는 쪽으로 바꾸면 어떨까? 어차피 헌터스팀 철수하고도 멧돼지와 직접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지역주민들 아닌가? 그들의 현실이고. 그렇다면 아예 헌터스 팀이 조교가 되어서 멧돼지를 상대하는 요령을...

 

즉 주위의 산을 살피면서 멧돼지의 서식처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불어 공익의 목적에 맞게 그러나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오지 않아도 되도록 멧돼지의 서식지에서 멧돼지가 먹이로 삼을만한 도토리나 칡 등에 대해 보전해주는 방법도.

 

오히려 그런 쪽이 지역주민들과도 분량이 나오겠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에서 내려오는 민담이라든가, 놀이라든가, 민요라든가... 민요도 이제는 많이 사라지고 있는데 그것도 의미가 있겠다.

 

아무튼 지금 상태로는 답이 없다. 구하라 하나 때문에 팬심으로 보려 했건만 그나마 남은 거라고는 굳이 챙겨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분량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정도다.

 

요체는 그거다. 긴장과 그 긴장을 이완시키는 웃음. 어떻게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프로그램 안의 긴박함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인가? 지금은 그게 없다. 그러니 웃음도 없고.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는가만 한 번 다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이 공익이고 무엇이 예능인가?

 

먼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를 정하고,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다음에는 그것이 적합한 것인가를 의견을 나눈다. 기획의 기본이다. 진짜 어련히 알아서 하겠는가만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한 마디로 최악. 이렇게까지 사람의 몰입을 거부하는 예능도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구하라에 대한 빠심으로, 그 다음에는 한 번 제대로 까보자는 까심으로, 그러나 마침내 두손두발 다 들었다.

 

"나 몰라!"

 

그리고 끝으로 한 마디 하자면, 구하라 안 빠져도 될 것 같다. 앞으로 한 3주 할까? 이대로는 답이 없다. 폐지할 때까지 버티다 다른 거 하면 될 듯. 그건 걱정 덜었다. 그 사이 다른 심각한 문제만 없다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