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트로트 가수로서의 유현상...

까칠부 2009. 7. 25. 23:08

사실 락이 붐을 이루고 락보컬 출신들이 가요계에 진출하면서 고음에 대한 탐닉이 시작되어서 그렇지, 원래 가요계에서 고음이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물론 높이 올라가면 좋지. 팔렛트는 클수록 넓을수록 좋은 거니까. 그러나 중요한 건 느낌이고 그것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트로트 가수들은 전통적으로 감정처리와 그를 위한 기교를 중요시여겼다.

 

그런데 역시나 락보컬 - 그것도 메탈보컬 출신이라서일까? 어느날 갑자기 트로트로 전향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 사실 놀랄 일도 아니었던 것이 조용필도 트로트를 불렀고 현철도 밴드출신이었다. 김흥국도 마찬가지. 나는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 유현상의 창법은 그런 전통적인 트로트에서 약간 벗어나 있었다. 지난번 상상플러스에서 김영호가 제대로 지적하고 있었는데,

 

"백두산에서 하던 그대로 부른 것 같은데."

 

이렇게.

 

말 그대로였다. 트로트는 기본적으로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기교를 중요시여긴다. 그런데 유현상의 트로트에서는 그런 게 없다. 유현상 특유의 분위기 있는 저음을 바탕으로 한 솔직담백한 읊조림이 있을 뿐이다. 말 그대로다. 유현상의 트로트는 읊조림에 가까웠다. 포크같기도 하고, 락같기도 한.

 

솔직히 그동안 많은 가수의 노래를 들었지만 유현상만한 분위기 있는 목소리도 드물었다. 묵직하고 허스키하게 깔리는 저음에 매력적인 고음, 그리고 적절한 기교와 성량까지, 메탈보컬로써는 고음에서 약점을 보여 가성에 가까운 샤우팅을 함께 사용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샤우팅이 있기 전, 그 사이의 저음은 정말 매력적이다. 트로트로서는 타고났다고나 할까? 그런데 쓸데없는 기교로 그것을 가리기보다는 정직하게 그 자체를 들려주고 있으니.

 

그래서 참 좋았었다. 원래 내가 또 트로트를 좋아하는 터라. 일본식 엔카와는 또 다른 - 일본식 엔카는 진짜 기본적으로 사람 늘어지게 만든다. - 한국식 트로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솔직담백한 활력이랄까? 그런데 그것을 더욱 솔직한 창법으로 불러제끼고 있었으니. 어쩌면 트로트를 불렀어도 그는 천성이 락커가 아니었을까...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아무튼 트로트가수 유현상도 무척 좋아하기에 메탈로 돌아온 지금도 가끔은 트로트를 들려주었으면 한다. 지난번 초콜릿에서 김도균과 함께 기타를 치며 여자야를 부른 것도 좋았는데, 밴드한다고 솔로활동 전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은 밴드하는 사이사이 트로트 싱글도 들려주었으면 한다. 락커가 들려주는 트로트, 트로트가수가 들려주는 락, 얼마나 새로운가?

 

유현상씨의 방송출연을 반기며, 그가 성공적으로 정착해서 즐거운 웃음을 주는 것을 너무나도 축하드리며, 다시 한 번 백두산과 "여자야"의 전성기를 열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제 인생의 황혼기 이루고자 하는 바를 모두 이루고 끝내기도 모자를 테니. 다시 그를 보아서 즐거웠다. 세바퀴를 보면서 오늘도. 더불어 대한민국 최고의 기타리스트 김도균씨와 노익장밴드 백두산의 무궁한 발전도 기원하며.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