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밴드

TOP밴드 - 신대철조 조별경연 후기...

까칠부 2011. 7. 22. 23:59

남궁연조는 어제 시간이 미묘하게 맞지않아 가지 못했다. 결국 신대철조만 보게 되었는데...

 

결론은 헤드폰 비싼 것 써야겠다. 아니면 TV란 역시 제대로 된 사운드를 잡아내지 못하는구나.

 

하비누아주의 연주를 듣고 놀랏다.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와의 어우러짐이 정말 대단한데. 더구나 간간히 치고 나오는 베이스의 연주도 흥미롭다. 드럼의 비트는 단단하면서도 절제되었고. 하필 스피커 바로 앞에 앉은 터라 드럼의 비트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보컬은 또 얼마나 시원한가.

 

게이트플라워즈는 열외로 치고 리카밴드가 가장 유력하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받은 느낌은 다르다. 리카밴드의 여성보컬도 한 카리스마 하는 파워풀한 목소리를 자랑하지만, 하누비아즈의 보컬 역시 한여름밤의 청량음료같은 시원함을 선사한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다만 노래 부를 때와 평소 목소리의 반전이라는 면에서 캐릭터에 있어서는 리카밴드가 우월하다.

 

리카밴드 역시 현장에서 보고 놀란 경우다. 무대매너가 정말 파워풀하고 다이나믹하다. 각자 따로 노는 것 같은데 통일감이 있다. 특히 기타리스트의 쇼맨십은 라이브 체질이라 할 것이다. 이같은 퍼포먼스를 보지 못하고 TV카메라만을 쫓는 TV란 얼마나 심심한가. 라이브에서 직접 보니 진가를 알겠다. 방송은 이들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게이트플라워즈 역시. 베이스가 이렇게 펑키했던가. 역시 헤드폰을 바꿔야겠다. 10만원짜리로 상당히 괜찮은 놈이라 여겼는데 음반으로도 이 소리를 못 잡아냈다. 현장의 제대로 된 음향으로 들으니 전혀 다르다. 기타가 그렇게 대단한데 기타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하다. 보컬 박근홍의 목소리는 뭐... 보컬이란 밴드의 일부다. 밴드음악이란 연주에서 파생된 것이다. 제대로 된 사이키델릭과 원초적 파워가 사람을 그대로 미치게 만든다. 스탠딩이 아니라서 아쉬웠던 무대.

 

하긴 리카밴드도 스탠딩이었다면 호응이 더 좋았을 것이다. 제대로 놀 수 있었던 무대였다. 무엇보다 밴드 자신이 무대에서 즐기고 있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저희 무대에서 에너지를 비축했다가 게이트플라워즈에서 폭발시키라."

 

여느 경연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음악적으로 서로 연대할 줄 아는 밴드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경연이지만 그러나 인정할 줄 알고 존경할 줄 안다. 각자가 그저 자기를 드러내기보다 모두가 함게 만들어가는 무대임을. 게이트플라워즈도 그래서 앞서 무대에 오른 이들에 대해 경의를 보내고, 비스 역시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부담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이고. 이것이 음악이라는 것이겠지.

 

비스는 좀 아쉬웠다. 어쩐지 어수선하다 했더니 만든지 얼마 안 되는 팀이었다. 역시 미션곡보다는 자작곡이 더 훌륭한 팀이었다. 리카밴드 역시. 신중현의 곡을 재해석하는 미션이었는데 역시 자기 음악을 할 때 가장 빛이 난다. 밴드라는 게 그런 거니까. 그나마 비스는 신중현곡의 재해석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 같고, 리카 밴드는 단지 자작곡에 더 최적화되었을 뿐이다.

 

하누비아즈가 선곡한 신중현의 곡 "꿈"은 밴드의 개성과도 잘 어울렸고 편곡도 잘 되었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의 조합이 환상이었다. 조심스러우면서 잘 맞물려 들어간 밴드의 앙상블도 물론 훌륭했고. 보컬의 목소리가 시원스럽더란 것이야 이미 말했다. 게이트플라워즈의 "꽃잎"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있을까? 블루스와 사이키델릭, 그리고 전통의 한이 녹아내린 최고의 편곡. 압도당한다. 게이트플라워즈의 자작곡은 말했듯 헤드폰이 너무 아쉬웠고. 집에서는 그런 소리가 안 난다는 것이다.

 

밴드는 라이브다. 아마 있는 돈 다 때려넣어 음향에 투자하더라도 결국은 라이브일 것이다. 어떻게 해도 음악이 직접 심장을 두드리는 느낌은 라이브 현장에서밖에 못 느낀다. 스피커 덕분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불만스러웠었는데 나중에는 그것이 좋았다 싶기도 했다. 어차피 가장 오른쪽에 선 기타리스트로 훤히 보였으니 별 불만도 없었고.

 

한 가지 또 만족스러웠던 것은 김바다를 보았다는 것. 머리자른 신대철과 머리자른 김바다. 그리고 TV보고 찾아온 관객이란 음악을 듣기 위해 찾은 팬과는 또 다르다. 호응이 없다. 현장에서 스탠딩도 하고 해야 뭐라도 호응을 할 텐데. 앉아서 소리만 지르려니 뻘쭘하다. 손도 치켜들고 방방 뛰기도 하고 땀을 흘리며 해야 소리를 질러도 맛이 나지.

 

아무튼 마지막에 앵콜을 요청하는데 게이트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의 한 마디,

 

"오세훈 시장이 지어준 극장이 한강 생태계에 그다지 좋지 못하다더라. 그래서 이만..."

 

역시 락커. 콘서트 하면 간다. 그러고 싶어졌다.

 

사진을 몇 장 찍기는 했다. 그러나 폰카가 뭐 그렇지. 거리도 있어서 멀리서 줌으로 찍었는데 만족할만한 해상도는 아니다. 그래서 그것은 패스.

 

어쨌거나 라이브는 현장이다. TV로 보는 건 라이브도 아니다. 땀은 조금 났지만 아주 시원했던 시간이었다. 박근홍의 말처럼 지하철요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공짜였는걸. 결과는 이번주 토요일에. 어느 정도 감은 잡히지만. 최고였다. 그냥 최고였다. 말이 필요없다. 좋다.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