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는 내가 아직 일본 대중음악에 관심이 없던 때라 자세히는 기억 못하겠지만, 일단 당대를 휩쓸었던 댄스그룹 소방차도 원래는 일본의 아이돌 소년대를 본따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박세민이 일본의 소년대 공연동영상에 소방차 노래 씌워서 아주 잘 가지고 놀았었는데.
그리고 연도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세또래라고 괴악한 팀이 하나 나왔었다. 노래도 가물가물한데 아마 키가 셋이 1센티 차이난다고 해서 만화잡지 읽다가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하게 소방차가 소년대니 얘들은 소녀대다. 이 가운데 한 명이 90년대 말에 모 아이돌그룹 멤버로 다시 활동했다는 소문을 들은 것 같은데... 확인은 못했다. 생각해 보면 딱 아이돌스런 팀이었다.
또한 최초의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이지연 자체도 유현상이 백두산 해체하고 일본 가서 쇼비즈니스에 대해 배우다가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쿠도 시즈카와 같은 청순형 아이돌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것이었다. 이지연은 원래 백두산의 열혈팬이었다고 하는데, 공연장에서 만난 그녀에게 반해 유현상이 그 길던 머리까지 자르고 부모님 설득해 데뷔시켰다고. 그리고 이지연을 벤치마킹하면서 강수지와 하수빈이 연이어 데뷔했으니, 특히 재미교포로 송승환에 의해 데뷔했던 강수지는 JPOP에 관심이 많던 윤상의 곡까지 받으며 아이돌의 완전체로 나타나게 된다. 물론 강수지는 이지연이 미국으로 야반도주할 때까지 이지연을 이긴 적 없었다.
아마 이 밖에도 몇 있었을 것이다. 90년대는 더 심해서 불과 몇 주 전에 보았던 일본 가수의 코디까지 고대로 베껴서 무대에 오르곤 했었다. 기억에도 희미하지만 노래마저 거의 비슷해서 이게 뭔가 했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고. 뭐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국의 대중음악 - 쇼비즈니스 산업이 발전해 온 것이다. 철저히 일본 아이돌을 베끼며 - 벤치마킹하면서.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 그거다. 과거 일본도 우리를 보고 그러지 않았을까? 우리가 지금 중국더러 그러고 있듯.
"쟤들 뭐야?"
"짝퉁민족 같으니라구!"
"표절국가!"
사실 할 말이 없는게 만화면 만화, 소설이면 소설, 드라마면 드라마, 쇼면 쇼, 하여튼 안 베끼는 게 없었다. 차라리 일본 대중문화에 관심이 없었다면 모르겠는데 어설프게 아는 탓에 충격은 더 컸었다.
그렇게 중국도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며 자기들 나름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겠지. 과거 일본의 아이돌을 벤치마킹하며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왔듯이 중국도 그렇게.
너무 심각할 것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문화는 돌고돌고돈다. 모방이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라, 보다 나은 것이 있으면 베끼고 싶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고, 그러면서 발전한다. 심각하게 위법성이 있다면 모를까 그냥 베껴서 노는 것 가지고 난리치기에는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거다.
아무튼 지금도 기억나는 건 쿠도 시즈카였던가? 우연히 보게 된 일본 아이돌 가수의 무대에서 그 끔찍하던 노래실력... 이지연도 노래 못한다고 무지 까였는데. 강수지도 노래 못한다고 무지 욕먹었다. 이선희도 노래 못한다 욕먹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래서 내 머릿속에 박힌 이미지,
"일본애들은 노래를 못 부른다."
물론 터무니없는 오해였지만. 잘하는 애들은 잘한다. 못하는 애들이 끔찍해서 그렇지.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괜한 것으로 인종적인 편견으로까지 가져가는 것은 좋지 못하다. 일본도 미국과 유럽의 대중문화를 카피하며 지금의 일본만의 고유한 특징을 만들었고, 우리도 미국과 일본을 베끼며 지금의 한류라 불리우는 어떠한 경향을 만들었다. 중국이나 타이도 다른 나라도 그러지 않을까?
조금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기를. 정 위법한 것이 있고 그로 인한 피해가 크다면 그건 그것대로 처리하면 되는 거고, 모두가 그렇게 하며 발전해 왔음을 알고, 단지 그들이 우리보다 몇 걸음 뒤쳐져 따라오고 있음을 알고. 그것으로 서로를 미워하고 경멸하고 조롱하고... 어리석다. 현명하기를. 아직 우리도 갈 길이 멀다.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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