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적으로 가사란 멜로디와 보컬의 목소리를 전하는 셔틀이라는 입장이라, 가사 자체의 매력보다는 얼마나 그 음악의 사운드에 어울리는가를 먼저 본다. 그래서 Wanna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가사는 무척 마음에 들어했는데... 싫어했던 건 그 손에 입맞춤하는 퍼포먼스. 굉장히 손끝이 오그라들었다.
그런데 정작 보니까 Wanna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 가사다. 하긴 우리나라 대중음악이란 곧 가사니까. 나와는 반대다. 나는 가사를 셔틀이라 보는데,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멜로디와 보컬이란 그 가사를 전달하는 셔틀이다. 반주는 아예 듣지도 않고. 아마 여기서 갈리는 모양이다.
사실 후크송 자체는 그리 나쁜 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반복되는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만으로 사람들 머릿속에 박혀든다는 자체가 대단한 거다. 기존의 노래들에서 버스와 브릿지, 하일라이트로 이어지는 서사적인 구조를 취한 것도 마지막 하일라이트에서 터뜨릴 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그것을 짧은 멜로디의 반복을 통해 구현하자면 더 많은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 가사 역시 마찬가지. 가사가 멜로디와 따로 놀아서는 후크가 의미가 없다.
다시 말해 후크송으로서 히트를 쳤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귀를 잡아끌 수 있는 멜로디에 적절한 가사를 붙여 제대로 사운드를 만들었다는 뜻이 된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써 그것이 가능하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너무 대세를 이루어 죄다 그러고 있으니 문제지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거다.
Wanna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보다 복잡한 가사였다는데 니콜이 못외웠다던가? 그건 아마 니콜의 한국어 실력이라기보다는 가사가 충분히 멜로디에 어우러지지 못해서일 것이다. 반면 지금의 Wanna는 반복되는 멜로디가 그대를 사랑해라고 하는 가사와 함께 충분히 어우러져 전달되고 있다. 더구나 같은 멜로디 같은 가사에서 안무를 달리 함으로써 무대를 통해 변주하고 있기도 하고. 아마 다른 가사였다면? 그다지 다른 가사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Wanna의 가사가 충분히 그 노래 속에 녹아들었다는 뜻이 것이다.
아무튼 이래서 내가 누구에게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 게임을 추천하지 않는다. 워낙 취향이 마이너해서. 확실히 Wanna의 가사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드문 모양이다. 나는 진짜 마음에 들었었는데. 그 손에 입맞춤하는 안무만 아니었으면. 듣고 있으면 좋은데... 역시 한국가요는 가사라. 뭐...
그나저나 이번 새로 나오는 앨범은 다른 것 관두고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한재호, 김승수 콤비던가? JPOP스타일의 락에 기반한 흥겨우면서도 단순한 멜로디와 사운드로. 거기에 맞춰 섹시와 큐트의 경계에서 성장한 만큼 여성미를 강조했으면. 그러고 있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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