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현실은 그렇게 리얼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리얼함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슈퍼컴퓨터를 묘사하는데 직육면체의 상자로 묘사해 보라. 느낌이 안 온다. 그런데 애니악 시절의 컴퓨터를 묘사해 놓으면? 느낌이 팍 오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한다. 그래서 슬픔에 울면서 뭐라뭐라 말을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 말이라는 게 기승전결도 없고 맥락도 없고 그냥 울부짖음이기 쉽거든. 그러나 그런 식으로 드라마 만들면 대본 발로 썼다는 소리 듣는다.
대표적인 예가 남자의 자격 아닌가? 리얼 버라이어티를 요구해 놓고는 김태원이 정해진 2킬로미터를 넘어 3킬로미터를 뛰었음에도 차라리 완주에 도전하다 엠뷸런스에 실려가기를 바란다. 즉 이윤석과 이경규의 역주마저도 은연중 방송에서의 하나의 장치로, 당위로, 그것만을 리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가? 그래서 욕먹는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대본이 필요한 것은 그래서다. 사람은 결코 리얼한 것을 바라지 않으니까. 아니 리얼한 것을 바란다. 단 자기 머릿속에 있는 리얼함이다.
패밀리가 떴다가 대본 때문에 문제다? 전혀 잘못 생각하고 있다. 대본이 문제가 아니라 대본이 너무 서툴러서 문제다. 얼마든지 대본 티 안내고 연출해 만들 수 있음에도 시청자를 우습게 본 것이다. 대충 이만큼만 하면 되겠거니...
그러나 말했듯 리얼리티란 리얼 이상의 리얼이다. 리얼을 넘어선 리얼이다. 사람들의 관념에 자리한 리얼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것을 그렇게 안이하게 이루겠다?
그게 패착이었던 것이다. 너무 안이하게 대본을 썼고, 너무 안이하게 대본에 의지해 연출했다는 것. 대본이 문제가 아니라 그 안이함과 무능이 문제인 거다.
리얼이 더 리얼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많은 조작이 필요하다. 리얼이라고 느낄 때 그것은 그만큼 더 치밀한 계산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리얼은 거칠다. 투박하고. 전혀 리얼하지도 않고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그냥 그렇다. 과연 그것 가지고도 재미를 줄 수 있는가... 그럴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꽤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다큐멘터리도 그래서 어느 정도는 연출을 하는데.
리얼을 요구하기에 더욱 대본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 더욱 연출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게 딜레마다. 대본과 리얼, 연출과 리얼의 경계를 어디로 설정할 것인가? 그것이 또 실력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게 리얼이라는 거다. 리얼이라서가 아니라 리얼 같아서. 사람들이 바라는 바고. 그렇다.
'연예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Wanna의 가사... (0) | 2009.12.21 |
---|---|
중국의 카피아이돌을 보면서 문득 80년대 생각을... (0) | 2009.12.21 |
효민의 가능성... (0) | 2009.12.19 |
청춘불패 - 왜 관계인가? (0) | 2009.12.19 |
청춘불패 - 역시 김신영이 구멍이었다... (0) | 2009.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