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유이와 꿀벅지, 성희롱...

까칠부 2009. 12. 21. 23:49

원래 꿀벅지라는 말은 네티즌들에게서 먼저 시작되었었다. 아마 유이가 처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전에 누군가 꿀벅지라는 말을 들은 연예인이 있었을 텐데, 그러나 비로소 유이에 이르러 보다 보편적으로 쓰이게 되었으며, 그래서 유이가 꿀벅지의 상징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었다.

 

이번에 유이 성추행 뉴스가 나오니 반응들이 장난이 아니다. 심지어 자업자득이라... 말했듯 처음 꿀벅지라는 말은 유이나 소속사에서 만들어 퍼뜨린 것이 아니었다. 네티즌들이 꿀벅지 어쩌구 놀다가 그것이 유이에게서 폭발했을 뿐. 그러면 왜 유이나 그 소속사는 꿀벅지라는 말에 거부감은 커녕 오히려 그것을 언플에 이용하고 있었을까? 당연하다 연예인이니까. 연예기획사니까.

 

사람들이 자꾸 착각하는 게 - 아니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 연예인이란 대중 앞에 철저히 약자라는 것이다. 차라리 생필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은 싫으면 안 팔겠다 배짱이라도 부릴 수 있다. 그러나 연예인은 어차피 그가 아니라도 넘쳐나는 게 연예인이다. 유이가 아니면 다른 꿀벅지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자기를 알려야 할 연예인 입장에서 그것을 과연 거부할 수 있을까?

 

꿀벅지 논란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떠올려 보라. 특히 남자들의 반응을.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꿀벅지에 대해 불쾌감을 느낀다던 그 여성은 물론이고 모든 여성을 싸잡아 공격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게 뭐가 문제냐를 넘어 아예 그런 것을 문제삼는 여성 자신이 문제라는 식으로 폭발하고 있었다. 그런 때 유이가 꿀벅지를 모욕적으로 느낀다 말했어 보라.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네티즌 - 특히 남성의 힘으로 지켜낸 것이 꿀벅지였다. 과연 유이를 탓할 수 있을까?

 

차라리 악플이라도 관심을 받기를 바라는 것이 연예인이란 존재다. 테이가 나와 그러더라. 제발 악플이라도 좀 달아달라고. 솔비도 그런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더라고. 그런데 비록 꿀벅지란 그리 좋지 못한 어감의 단어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관심을 보여준다. 그리고 좋아해주고 인지도도 높아진다.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그러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그런 꿈조차 꾸어보지 못한 어린아이 칭얼거림은 무시한다. 이루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는 사람은 그만큼 절박하다. 그 목표가 클수록, 그 목표가 간절할수록, 더 강해지고 또 더 약해진다. 어떤 일이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으며, 그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자신을 포기하고 내던질 수 있다. 그것을 비난할 수 있는가? 말했듯 나는 꿈조차 꾸어보지 못한 어린아이는 그냥 무시한다.

 

그러면 유이에게 할 수 있는 선택이란 무얼까? 받아들이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대신 대중의 온정과 자비를 기대하는 것 뿐이다. 대중의 요구를 받아들이되 그것이 선의에 의한 것이기를. 그것이 선의로 나타나기를. 그 관심을 받아들이고 그 인기를 누리면서도 그것이 선의에 의한 것이고 선의로 나타나기를. 어쩌겠는가? 연예인이란 대중 앞에 철저한 약자일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또 그럴 것이다. 자업자득 아니겠느냐고. 실제로 그러고 있더라. 그동안 그렇게 꿀벅지로 언플해서 인기를 누렸으니 그 정도야 감수해야 하지 않느냐고. 꿀벅지라는 말이 그런 뜻인 줄 몰랐느냐고. 그러면 나는 또 묻는다. 설사 그것이 자기 선택이더라도 그같은 악의에 대해서까지 감수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냐고?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선의를 기대하며 살아간다. 모든 일에 있어 그것이 선의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선의를 받기를 바라며 악의로부터 보호받기를 바란다. 악의란 없기를 바란다. 그것은 누구나 갖는 바람이며 한결같이 추구하는 바다. 그런 사회가 바른 사회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어느 여자가 성매매에 나섰다. 그랬더니만 고용주가 화대를 떼어먹고는 가두고 폭력을 행사한다. 심지어 성폭행까지 한다. 실제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길래 누가 그런 일 하라 했느냐?"

 

군산이던가? 성매매여성들 감금되어 있다가 불이 나 여럿 희생되었을 때도 같은 말이 들렸다. 그래서 과연 그런 말이 타당하게 들리는가?

 

어디선가는 밤늦게 남자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성폭행을 당했다니까 밤늦게 같이 술을 마신 자체가 잘못이란다. 그러면 여자들과 밤늦게 어울려 술마시고 곱게 보내주곤 하는 나는?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방까지 찾아가 같이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다가 잠들고는 그냥 돌아오곤 한다. 친구니까. 모든 남자가 여자와 단둘이 있다고, 술을 마셨다고 짐승이 되지는 않는다. 여자가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 잘못인가?

 

꿀벅지라 했다. 어감은 그리 좋지 못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해준다. 그러면 받아들이되 그래도 선의를 기대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선의가 아닐 때 실망하고 불만을 표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거기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고 분노를 느끼는 것 또한 당연한 심리일 것이고.

 

그런데도 말한다.

 

"자업자득 아니냐?"

"그런 것도 생각지 못했느냐?"

"그러길래 왜?"

 

사람들이 생각이 없다는 것이...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것은 악의가 아니라 바로 저런 생각없음이다. 논리적이라 생각하지? 악의가 보임에도 그것을 감수하고자 했으니 악의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산수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다. 강자와 약자가 있고, 개인의 간절함과 아쉬움이 있다. 꿈이 있고, 희망이 있고, 욕망이 있다. 비논리적이더라도 쫓을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 사는 이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겪게 되는 불합리와 모순에 대해서조차 이해 못하는 주제들 따위, 그렇게 꿀벅지와 그것을 이용한 언플에 분노하면서도, 그럼에도 그런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지 못하는 주제들따위, 세상에 제일 쓸데없는 것들이 그런 생각없는 논리, 생각없는 정의들이다.

 

연예인은 약자다. 꿈이 있기에 약자고, 꿈을 쫓기에 약자다. 그래서 그들은 꿈을 꿀 수밖에 없다. 저 불특정다수의 대중들로부터 선의를 받기를. 그것이 악의가 아니기를. 물론 모두가 그것을 선의로써 대할 필요는 없겠지만 과연 악의까지 감수해야 하는가? 뇌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것을 해보라는 것이다.

 

아무튼 뉴스가 나오자마자 바로 그러겠거니 예상은 했지만 전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반응들이라는 것이... 특히나 잘난 척 정의로운 척 도덕적인 척 논리적인 척 하는 종자들의 반응은 정말 허무할 정도로 내가 기대한 그대로였다. 한심한... 욕도 않나온다. 악플러나 그런 잘난 것들이나. 그냥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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