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다카오카 쇼스케의 한류비난...

까칠부 2011. 7. 28. 21:11

예전 한국만화시장이 일본만화에 잠식될 때도 그런 반응들 꽤 되었다.

 

"일본만화가 한국인의 정신을 해친다!"

"일본만화로 인해 한국만화가 죽어간다!"

"장차 일본만화의 범람으로 한국만화는 사라질 것이다."

"이는 곧 일본의 문화침략으로 이어질 것이다."

 

솔직히 한국만화에서조차 일본의 승려가 나오고 일본의 무녀가 나오는 상황에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기는 했다. 일본식 어휘와 문장, 표현들. 사고방식과 일상의 문화들.

 

나 역시 당시 일본만화 비판론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터라. 그래서 항상 비판하던 것이 한국만화 속의 일본만화의 영향이었다. 한국적이지 않은 것들. 일본스러운 것들. 하지만 일본만화를 보면서, 일본만화를 추구하면서, 출판사 입장에서도 대중이 그런 것을 바라니.

 

아마 다카오카 쇼스케의 한류비판에는 그런 동종업계에 있어서의 위기의식도 있었을 것이다. 한류란 다시 말해 일본 대중문화의 파이를 가져가는 것이니. 그 만큼 일본의 연예인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혹시나 이러다가 일본의 대중문화가 한국에 점령당하는 것은 아닌가. 아니 최소한 그런 만큼 수입이 줄어들고 한 연예인도 있을 것이다. 더 나은 컨텐츠로 승부하면 되겠다 하겠지만 그게 쉬운 것도 아니고.

 

사실 조금은 이해하는 것이 있었다. 당시 일본만화에 의해 붕괴되어가는 한국만화시장을 보며 분개했던 것이 있는 터라. 물론 당시 한국만화와 지금의 일본 대중문화의 힘이나 무게가 같지는 않다. 설사 한류가 유행한다 하더라도 당시 일본만화처럼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의식이란 사람마다 다른 것이니까.

 

문화적 국수주의란 단순한 폐쇄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내 동종업계 종사자에 대한 보호를 의미하기도 한다. 일본만화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당장 먹고 살 길이 막혀 버린 한국의 다수 만화가들처럼 말이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그것이 고깝기도 하겠지만, 당시 일본만화가들도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 일본만화보다 더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란 말이다, 한국 머저리들아!

 

그냥 든 생각이었다. 그래도 한때는 일본만화와 충분히 경쟁할만한 수준에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사실 패인은 물량이었다. 두 달 걸려서 한 권 나오는 만화와 한 달이면 한 질이 끝나는 만화, 어느 쪽을 볼까? 물량에는 장사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수입된 만화는 어느 정도 검증된 만화였다.

 

배부른 투정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나마 주목해주는 일본의 배우와는 달리 한국의 만화가들 하는 소리는 누구도 들어주지 않지. 얼마전 무사 백동수 일도 있고. 그렇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