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랐다. 설마 윤시내였다니. 반전이 있을 거라고는 했지만 윤시내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감히 단언하건대 대한민국 대중음악역사상 세손가락에 드는 여성보컬리스트일 것이다. 열창이란 말은 바로 이 윤시내를 위해 만들어졌다. 힘과 호소력을 함께 갖춘 목소리에서 뿜어나오는 처절함은 전에도 뒤에도 어떤 여성보컬리스트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당대에 조용필과도 비교되던 최고의 보컬리스트.
기억한다. 'DJ'에게, '공부합시다', 하지만 역시 '천년'. 몇 년 전 우연히 동네 나이트클럽에 출연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다시 찾아듣게 되었는데. 아마 윤시내의 직계를 말하자면 맨발의 디바 이은미일까? 어쩐지 목소리도 비슷한 듯하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윤시내가 더 나은 듯하다.
노래는 확실히 부활표 발라드다. 김태원만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러면서도 조금 더 경쾌하고 조금 더 빠르고 강렬하며 더 아련하고 몽환적인 것은 편곡을 달리한 때문일까? 멜로디 자체도 지금까지와는 그 구성이나 전개가 사뭇 다른데, 건강이 좋아져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분주하게 퉁기는 기타가 또 느낌이 새롭다. 그동안 부활의 노래에서 절반은 기타가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13집에서 추구하는 바인지도 모르겠다. 절제되었지만 그러나 전반을 가득 채우는 밴드의 연주. 드럼소리는 스틱을 휘두르는 채재민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채재민의 드럼을 무척 좋아한다. 느낌이 확실히 남다르다.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게 윤시내의 목소리를 받쳐주는 느낌이다. 윤시내 역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여전히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예전의 폭발하는 느낌은 없지만 한결 섬세해진 감정의 선이 역시 윤시내임을 느끼게 한다.
역시 김태원. 박완규. 정단. 이성욱. 부활의 역대 보컬들을 불러 다시 기회를 주더니, 이제는 묻혀 있던 원로들을 무대 위로 다시 끌어올린다. 김태원이 2009년 예능에 출연하면서 했던 말이 올더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 과연 다음 콜라보는 누구일까? 기대되는 이유다.
아무튼 멜론무료듣기하려다 기다리기 뭣해서 바로 도시락에서 다운로드받았다. 멜론의 시스템점검이 이래저래 내게 피해가 크다. 하지만 윤시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말했듯 그녀는 대한민국 역대에 속하는 보컬리스트다. 그 힘과 호소력은 지금도 누구도 따르지 못할 것이다.
좋다. 하긴 이만한 음악에 고작 그만한 비용이면 너무 싼 거겠지. 음악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노력에 비하면 너무 싸게 음악을 소비한다.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윤시내가 무대에서 노래부르는 모습을 다시 볼 것을 설레어한다. 너무 좋다.
하여튼 김태원이 술 끊은 보람일 것이다. 너무 곡을 많이 쓴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부지런하지 못했었는데. 나로서는 좋은 현상일 것이다. 신대철도 한 번 본받아 보기를.
아, 9월 25일 시나위, 백두산, 부활, 여기에 블랙홀까지 모여서 합동공연한다. 모두 80년대 밴드들이다. 보러 가고 싶은데 그날 스케줄이 안 나서. 장소도 멀고. 갈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이 가기를.
이른 새벽에 좋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기분좋게 들으며 자야겠다. 덥다. 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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