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인순이 - 오만하다!

까칠부 2009. 7. 27. 13:53

물론 선후배 관계 중요하다. 후배의 선배에 대한 예의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대중을 상대로 하는 직업인으로서의 프로의식이다. 나는 프로라고 하는 자의식,

 

생각해 보라. 인순이보다 선배인 가수가 나타나서,

 

"너 트로트 해라!"

 

그런다고 주종목을 트로트로 바꾸려는가?

 

"너 락 해라!"

 

그런다고 이제 와서 락보컬로 바꾸려는가?

 

마찬가지다. 얼마전 락페스티벌에 갔는데 미미시스터즈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더라. 별 것 아니었다. 장기하와 함께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춤을 추고, 담뱃불을 붙이는 건방퍼포먼스를 해 보였을 뿐이었다. 왜였을까?

 

미미시스터즈를 정의하는 것은 바로 그 무표정, 무반응, 무언이다. 표정도 없고, 반응도 없고, 말도 없고, 마치 인형처럼, 마치 마네킨처럼, 춤도 딱 그렇게 춘다. 그것이 미미시스터즈의 대중예술인으로서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선배 앞이니 그것을 허물라?

 

물론 선후배 사이에 그것이 더 중요할 수 있겠지. 그런데 인순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보게 된다면?

 

"알고 보니 미미시스터즈는 선배에게 매우 깍듯해서 인사도 잘하고 그러더라..."

 

그렇게 이야기가 새어나간다면? 그래도 과연 미미시스터즈는 지금까지의 기껏 쌓아 온 이미지를 지킬 수 있을까? 미미시스터즈만의 존재감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들이 과연 미미시스터즈일 이유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인순이를 무척 싫어하던 내 동생의 한 마디다.

 

"그 여자는 자기가 무슨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생각한다."

 

하긴 대단한 존재기는 하다. 그녀와 동년배에서, 그녀와 마찬가지로 원래 자기가 추구하던 음악으로 젊은 가수들과 경쟁하고 있는 가수가 또 누가 있겠는가? 오로지 새것만을 찾는 가요계에서 아직까지도 현역이라는 자체만으로도 그녀는 대단하다는 말조차 부족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그것 이건 이것, 아무리 그렇다고 과연 후배 연예인의 정체성이나 존재까지도 선배라는 이름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아무리 선후배관계가 중요하더라도 미미시스터즈에게는 그녀들이 보다 충실해야 할 팬이 있을 텐데. 그것을 알만한 위치고 나이 아니던가?

 

초심을 잊지 말기 바란다. 대중가요 가수라는 이유로 예술의 전당에 서는 것을 거절당한, 마찬가지로 자기네들 나름의 컨셉으로 팬들에 충실하고자 하는 후배들의 심리도 슬슬 고려해 보라는 것이다. 무작정 선배입네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말이다.

 

하여튼 그동안의 인순이에 대한 호감이 완전히 허물어지는 그런 뉴스였다. 아무리 생각이 없기로 이럴수가... 선후배는 보이고, 미미시스터즈의 그러한 캐릭터를 사랑하는 팬은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그 팬과 미미시스터즈 사이의 교감도. 생각이 없는 걸까? 생각을 넘어설 정도로 오만해진 것을까?

 

한 뮤지션이 인터뷰에서 한 대답을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다.

 

"함께 무대에 서게 되면 그때부터는 같은 프로고 뮤지션이지 나이고 선후배고 없다. 큰일날 소리다. 그대로 인정해주고 그대로 존중해주고 배울 게 있으면 또 배울 뿐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미미시스터즈의 입장에서. 미미시스터즈였다면? 그게 가요계의 큰어른으로서의 행동일 것이다. 격이라는 것이다. 그만한 때가 되었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