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야 겨우 오빠밴드 지난회차를 볼 수 있었다. 아주 재미있었다. 특히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김건모의 센스라는 것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정도로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바로 이것이 오빠밴드가 나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밴드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밴드음악이다. 말 그대로 밴드가 생산해낸 음악이다. 밴드가 만들고 밴드가 연주하는 - 모든 밴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처음에는 커버곡에서 마침내는 자작곡으로 자기들만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밴드음악은 어떻게 만드는가? 말 그대로다. 밴드가 만든다. 어떻게?
아마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를 보신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윤밴과 길이 만난 안편한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음악을 만들었던가? 노브레인과 노홍철이 만난 돌브레인의 음악은 또? 그리고 타이거JK와 윤미래, 유재석이 만난 퓨처라이거의 음악은 어떻게? 그러고 보니 에픽하이와 정형돈의 삼자돼면도 그랬다.
그대로다. 누군가 멜로디를 하나 떠올린다. 가사도 좋고, 리프도 좋다. 멤버 가운데 누군가 아이디어가 떠올라 즉흥적으로 흥얼거리거나 연주를 해 보이면, 그에 공감할 때 멤버들이 하나둘 다시 아이디어를 더한다. 보컬은 보컬대로, 기타는 기타대로, 베이스는 베이스대로, 드럼은 드럼대로, 키보드는 키보드대로,
안편한 사람들에서도 길이 가사와 멜로디를 떠올리자 즉석에서 윤밴의 멤버들이 각자 아이디어를 더하지 않던가? 유럽풍의 모던락으로 갈 것인가, 연주할 때 헤드뱅잉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사는 또 어떻게, 그러면서 처음과는 사뭇 다른 멜로디와 가사가 되어 버렸다.
돌브레인도 노브레인과 노홍철이 서로 상의해가며 음악과 퍼포먼스를 만들었다. 타이거JK도 굳이 유재석으로 하여금 리듬을 넣고, 멜로디를 만들게 하고, 다시 가사까지 쓰게 함으로써 그를 중심에 두었다. 팀이라는 것이다. 타이거JK의 유재석에 대한 배려는 방송의 컨셉 이전에 한 팀으로써의 당연한 배려이며 매너였던 것이다. 무시하고 놀리는 듯 보여도 그래서 에픽하이도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정형돈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스스로 내놓는 아이디어도 적잖이 차용하고 있었다.
왜? 말했듯 팀이라는 것이다. 팀이란 함께 음악을 해야 할 사이다. 즉 서로가 음악적 지분을 나누어 갖고 있다는 뜻이다. 누구 하나가 독주하는 것이 아니라 한 팀으로써 음악에 대한 책임을 함께 나눠 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는 것은 음악에 있어 팀원의 의견이란 절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기성작곡가의 곡을 받아 부르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연주하고 부를 것인가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팀원에게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야.
그래서 사실 밴드음악에서 작곡자나 작사자의 이름이란 큰 의미가 없을수도 있다. 누군가 멜로디를 만들고 연주를 붙였어도 어느새 그것을 연습하는 가운데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아이디어가 들어가며 모두의 것으로 바뀌어갈 테니까. 정상적인 밴드의 경우는 그렇다. 바로 무한도전에서 보인 그것처럼.
이야말로 밴드음악의 정점이라는 것이다. 밴드의 멤버들이 모여서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쓰고 연주를 덧붙여가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음악이라는 것이. 그리고 물론 당연하게도 그 과정에서 많이들 싸운다. 코드 하나 때문에 멱살잡이 하고, 주먹다짐 하고, 그러다 완전히 깨지고...
더구나 또 다른 예로 부활의 김태원의 경우 이승철의 탈퇴로 팀이 깨지고, 따로 만들었던 게임이라는 팀마저 깨져 야인으로 있던 시절 미완성의 사랑할수록을 들고 이근형이나 이태윤 등의 지인을 찾아 도움을 구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이야기를 김태원은 그렇게 풀어놓았었지.
"모두가 이 노래는 힘들다고 얘기했다. 여름에 발표하기에는 너무 길고 덥고 지루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송골매의 경우도 아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우연히 연습실에 들른 김수철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노래였을 것이다. 구창모가 붙들고 머리를 싸매고 있던 것을 김수철의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하나의 곡으로 완성된 경우다. 뮤지션이라면 서로간의 교류도 문제는 없다는 뜻이다.
즉 서로 아이디어를 더해가며 곡을 만드는 가운데 외부의 도움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지지난주 백두산의 유현상과 김도균으로부터 공연퍼포먼스에서 배운 것이나 지난주 김건모로부터 무대공연에 대해 조언을 들은 것처럼. 그렇게 스스로, 그리고 다른 뮤지션의 도움도 받아가며 자기들만의 밴드음악을 만들어가는 거다.
물론 이 경우 팀에서 가장 음악적으로 뛰어나고 곡쓰기에 있어서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보유한 유영석이 자기를 죽일 필요가 있다. 유영석이 나서면 그때는 완전 원맨밴드가 되어 버릴 것이므로. 음악만 좋으면 그만이라 하는 것은 실제 현역밴드의 이야기고 그래서는 밴드의 그림이 안 나온다. 따라서 유영석은 필요할 때 잠깐씩 조언을 하는 것으로 끝내고 나머지 멤버들이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그러면서 싸우기도 하고, 갈라서기도 하고, 극적인 화해도 하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오빠밴드만의 앨범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어떨까? 오늘은 메탈사운드를 위해 블랙홀을 만나고, 내일은 얼터너티브를 위해 노브레인을 만나고, 펑크를 위해서는 크라잉넛을, 모던을 위해서는 뜨거운 감자를, 인디씬의 실력있는 밴드를 찾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일단은 예능이니까. 그렇게 오빠밴드만의 오리지날 곡으로 앨범을 만들고 공연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극적이지 않을까?
아마 제대로만 된다면 시청자가 느끼는 성취감도 지금과는 남다를 것이나. 누가 보더라도 말도 안 되는 멜로디와 사운드를 점차 다듬어가며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해가는 것이 -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가 화제를 불러모은 것도 그 때문 아니던가? 음악도 좋지만 그것을 만들어가는 뮤지션들의 열정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것을 더욱 극대화시킨다면?
물론 그냥 아이디어다. 내가 방송을 만드는 입장도 아니고,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 실제 현실에서 제대로 반영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아마 아니기 쉬울 것이다. 다만 지지난주, 그리고 지난주 오빠밴드를 보면서 밴드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느낌이 있더라는 것이다. 어떨까? 재미있지 않을까?
아무튼 오빠밴드가 성공하자면 커버곡만이 아닌 오리지널 곡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기성작곡가의 곡이어서는 안된다. 엉터리더라도 오빠밴드가 스스로 만들어낸 오빠밴드만의 음악이어야 한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아이디어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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