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연예인론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다. 이경규더러,
"그러지 마라!"
혹은,
"이래라!"
심지어는 한참 후배인 유재석을 닮으라는 진지한 충고까지 있었는데,
그러나 묻고 싶다. 만일 이경규가 유재석과 같으면 이경규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지난주 KBS 아나운서 나부랭이들이 나오는 걸 보고는 중간이 끊어버렸는데 샴페인에서 김태원이 중요한 말을 하더라.
"붐은 5천 만 대 1이다. 붐은 5천 만 가운데 한 명 밖에 없으니까."
말 그대로다.
아무리 싼티네 뭐네 해도 붐에게는 붐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붐의 역할을 기대하고 방송국도 그를 쓰는 것이고, 사람들도 그가 나오는 방송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붐이 붐이 아니고 강호동이라면? 유재석이라면?
이경규도 그렇다. 이경규라고 하는 캐릭터는 이경규 개인의 고유영역이다.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바로 그것이 있기 때문에 이경규는 방송에서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점이 다른 연예인과 차별되어 이경규를 찾게 만드는 이유인 것이고.
그런데 이경규가 어느날 느닷없이 시류에 따른다며 유재석을 닮는다. 강호동을 닮는다. 혹은 버럭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심술궂은 모습을 버리고 바른생활 사나이가 된다. 재미있나?
정히 그런 캐릭터를 바란다면 다른 비슷한 연예인을 찾으면 된다. 유재석 스타일이 좋으면 유재석의 방송을 보면 되는 거지 이경규에게 유재석을 바라서는 안 된다. 마치 누군가 서태지더러 자기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해달라는 것이나 같다. 서태지가 서태지 음악을 해야지 다른 누구의 음악을 하는가?
하여튼 또 이런 걸 보면 지난 대선이 떠오른다.
"공약엔 반대하지만 인물을 지지한다."
"인물을 선택해서 찍었다. 공약은 차근차근 반대하거나 해서 여론으로 바꾸어나가면 된다."
비슷한 논리 아닐까? 인물은 좋은데 그 스타일은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먼저 인물을 선택하고 나머지를 내가 바라는대로 바꾸어간다. 그래서 그에 따르지 않으면 또 비난하고.
이경규는 이경규면 된다. 만일 이경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시청율 10%가 한계라면 그 만큼만 하면 그만이다. 모든 프로그램이 20%를 넘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모든 프로그램이 10%를 넘기는 것도 아니니까. 유재석이 진행하는 "놀러와"나 강호동이 진행하는 "야심만만"이나 부침이 꽤 심하더라. 그러면 그런대로 자기 영역 안에서 그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면 되는 것이다. 그게 연예인이다. 팬이라는 거고.
나는 나일 뿐, 좋은 말 아닌가? 이경규는 이경규일 뿐. 유재석은 유재석이고 강호동은 강호동일 뿐. 김C나 MC몽이나 다 각자 자기 역할이 있는 것이다. 김구라든 택재훈이든 신정환이든 마찬가지. 도대체 뭐가 그리 바라는 것들은 많은지. 이미 방송에는 그들이 바라는 이미지들이 널려 있는데. 김태원의 말마따나,
"그들이야 말로 하나하나가 다 5천 만 분의 1일 텐데"
그래서 이를 두고 하는 말,
"쓸데없이 오지랖만 넓다."
내 장담컨데 한국이 망하면 그놈의 오지랖 때문에 망할 거다. 연예인에 대해서조차 한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그런 사람들의 심리가. 분위기가.
왜 이경규를 이경규대로 내버려두지 않는 것인가? 그게 한국이라는 거다. 한국인이라는 거고. 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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