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퀴즈 육감대결 - 나른한 일요일 오전이 활력으로 깨어나다!

까칠부 2009. 7. 14. 17:33

퀴즈 프로그램이란 기본적으로 참가자의 지식수준에 달린 경우가 많다. 얼마나 많이 정확히 알고 있느냐... 거기에서 승자가 갈리고 패자가 갈리는 것이다.

 

그러나 퀴즈 육감대결은 다르다. 오리지날 포맷인지 아니면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특이하게도 퀴즈 육감대결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를 가지고 승부를 겨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얼마나 더 상대를 속이고 그 속임수를 간파해내느냐로 승부가 갈린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태원.

 

아마 남자의 자격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김태원의 상식이란 처참한 수준을 넘어서 있다. 실제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몇 가지 전혀 뜻밖의 문제들에서 전혀 뜻밖의 지식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정답을 모르거나 틀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김태원은 강자다. 왜?

 

바로 여기에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 있다. 많이 아는 건 중요하지 않다. 정답을 많이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가운데서도 다른 출연자를 기만하고 또한 그 기만을 간파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세창 김지연 부부로 하여금 오답을 썼을 것이라 완전 착각케 했던 식초 문제라든가, 마지막 한승연팀과의 최종승자를 겨루던 웨지힐 문제에서 그랬다. 포커페이스에, 능청맞은 연기, 그리고 4차원을 넘어서 16차원을 넘나드는 엉뚱한 대답들...

 

이와 대비되는 것이 아마 유세윤일 것이다. 육감대결사상 최악의 몰상식이라 일컬어지는 유세윤은, 그러나 컨셉인지는 몰라도 문제도 못맞출 뿐더러 서로를 속이고 그것을 파헤치는 두뇌게임에조차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것이 또 웃음을 주기는 하지만 역시나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지난주 육감대결을 보면서 어쩌면 김태원과 같은 캐릭터에 가장 딱 맞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생각했다. 물론 자주 나오면 질린다. 그런 것도 가끔이지... 그러나 그 가끔이 참 미묘한 재미를 준다. 이제껏 방송한 것을 어지간히는 찾아 보았지만 확실히 이만한 재미는 드문 것 같다. 몰상식이 그 몰상식을 이용해서 끝까지 살아남고 마침내 승리한다...?

 

참고로 김나영에 대해서도 방송을 보면서 호감이 되었다. 흔히 나댄다, 싼티난다 하면서 비웃고 욕하고 하는데, 그러나 나는 그녀의 하는 것이 귀여웠다. 어린 소녀와도 같이 호들갑떨며 감정을 가감없이 내보이고, 그런가 하면 산전수전 다 겪은 성숙한 여인의 냄새도 풍기고, 어딘가 그에 어울리는 배역이 있다면 연기에도 도전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를테면 노류장화로써 순진함과 요염함과 달관한 모습을 모두 갖는.

 

아, 이경규의 진행도 빼놓을 수 없겠다. 퀴즈 육감대결의 재미는 이경규가 기본적으로 30%는 책임지고 있으니까. MC로써 중립을 지키기보다는 적절히 게임 내에 개입함으로써 퀴즈 육감대결만이 갖는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그다. 무모하게 3GO에 도전케 한다거나, 느닷없이 힌트를 주어 대세를 뒤집는다거나, 아마 다른 퀴즈프로그램이었다면 대놓고 욕먹었을 테지만 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인 터라. 그야말로 이경규이기에 가능한 진행이고 가능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인데, 하여튼 이경규 때문에라도 웃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일요일 오전 - 한참 늘어지게 자고 이불 속에 뒹굴거리고 있을 때 깔깔거리며 웃으며 보기에 딱 좋은 프로그램이다. 가족오락관과도 다르고, 명랑운동회와도 다르고, 다른 어떤 가족오락쇼와도 다른, 긴장이 되면서도 또 그렇게 긴장이 안되는 독특한 매력의. 일요일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프로그램이랄까?

 

일요일 오전 이부자리에서 뒹굴거리며 나른하게 시작하고자 한다면 한 번 쯤 보기 바란다.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서, 아무런 긴장이나 부담을 갖지 말고. 강추다. 내가 이렇게 강추하는 경우가 드문데 강추다. 좋다.

 

 

그나저나 지난주 분... 김지훈 부부가 출연했던 것 같은데 그 분량이 통째로 지워진 것이 보기에 그랬다. 여섯 팀이어야 하는 것이 다섯 팀으로 줄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통째로 사라지고... 마치 옛기록에서 역적이라 모든 공식문서에서 이름이 사라지는 그런 것을 보는 것 같달까? 마약을 한 김지훈이 잘못이기는 하지만... 또 일요일 오전 가족시간대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래도...

 

아무튼 그랬다. 무척이나 재미있었으면서도 - 김태원이 육감왕에 오르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  씁쓸한... 재미있었기에 더 허전했던 그런?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