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홀에 대한 찬양이 지나쳐서 SBS의 드라마는 보지 않는다는 평소의 신조를 저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한 번 보았다. 그리고 어이가 없었다. 이게 그렇게 칭찬받을 드라마인가?
물론 초반이라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미래의 1인시위 장면... 여기서 나는 어이없다 못해 구역질이 치밀었다.
처음은 부시장 조국이 신미래에게 연대를 제안하는 자리에서,
"이용당하지 않을 만큼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1인시위하는 자리에 이국장이 나타나 합류하자 다시 몰려드는 머리띠들...
"전문시위꾼들이에요!"
이것이 얼마나 어이없느냐면 현정부가 특정 시위에 대해 하는 말과 같은 소리다.
"정치적이어서는 안 된다!"
"순수해야 한다."
"외부세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자기들끼리만 해결해야 한다."
물론 그럼에도 신미래는 마침내 자가 자존심을 꺾고 이국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조국과 손을 잡는다. 그러나 그 과정이...
그 논리대로라면 지금도 국민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는 방법으로써 기존의 정치세력과 연대해서는 안 된다. 야당인 다른 정당들을 지지해서도 안 되고, 그들의 도움을 구해서도 안 되고, 그들에 도움을 주어서도 안 되고,
뿐만 아니라 시위를 하는데 외부에서 도움을 준다고 해도 그것을 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며 노조 등 이익집단과의 연합이며, 모두 의미가 없다. 순수하게 자기들끼리...
앞으로 어떻게 내용이 전개될까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마디로 그거지.
"정치란 더러운 것이다!"
"보다 순수한 정치!"
"보다 순수한 시민!"
하긴 신미래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렇다. 좋게 말해 순수한 거고 나쁘게 말해 멍청한 거고, 딱 한국 국민들. 가장 열받는. 저런 순수함이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이놈저놈 싫다고 기권하고, 촛불시위때도 불순하다고 오히려 욕하고, 딱 그것 아니던가? 그나마 낫다면 워낙 상황이 절박하니 그 순수함을 버린 점이랄까?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다 해도...
미디어가 국민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가장 더러운 수단이 바로 정치를 혐오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민을 순수하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 드라마처럼. 아주 순수하지. 아주.
그러나 끝까지 보겠다. 설마 아무 생각들이 없이 이 드라마를 그렇게 칭찬할까? 보다 보면 보이겠지. 다만 지금까지의 감상이 그렇다는 것 뿐. 앞으로야 어떻든.
아무튼 간만에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을 정도로 열받는 드라마였다. 역시 SBS.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최고다.
아, 한 가지 떠오른 것이 신미래의 라이벌이자 악역 민주아 - 민주화던가? 불임이었지? 드라마가 처음 방영하던 시점이 떠오르지 않는가? SBS는 어쩔 수 없는 SBS라는 거다. 그래도 결국은 끝까지 보겠지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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