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조윤정(전혜빈 분)이 임신을 했다. 그런데 아들 고석빈(온주완 분)이 무정자증으로 불임이라 한다. 그런데 조윤정이 임신한 아이로 인해 고석빈은 강정혜(정혜선 분)로부터 회사의 지분을 나누어 받게 된다. 이런 공교로운 새옹지마가 어디에 있을까.
배정자(이휘향 분)는 혼란스럽다. 며느리의 배신을 용서할 수 없다. 그러나 며느리의 부정이 있어 무정자증인 고석빈은 아이를 가질 수 있었고 강정혜로부터 지분까지 마누어 받을 수 있었다. 부정은 용서할 수 없지만 임신으로 말미암아 나누어받게 된 회사의 지분은 고맙다. 혼란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부정했다. 아예 제정신이 아닌 듯 분통을 터뜨리며 원망하고 증오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는 사이 어느새 그것을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입양보낼 아이라며. 그래도 그 아이라도 임신했으니 지분도 나누어 받지 않았느냐며.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받게 될 더 큰 보답에 오히려 고맙다고 여기기 시작한다.
아들을 위한 것이었다. 모두 아들 고석빈을 위한 것이라 그동안 생각하고 믿어왔었다. 그러나 그 아들 고석빈을 위해 배정자는 며느리 조윤정의 부정에 대해서조차 고마워하며 용인하고 만다. 과연 그것은 진정 아들을 위한 것이었을까. 그러나 배정자가 아직 제대로 어른이 되지 못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고 생각되면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이는 오로지 한 가지만을 본다. 자기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 자기가 진정으로 욕심내는 것. 배정자는 줄곧 강정혜의 손에 들린 진성기업의 경영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가 바라는 전부이며, 그녀가 생각하는 아들 고석빈을 위한 모두다. 그것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하는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영웅이의 존재가 있었을 것이다. 고석빈이 불임이고 조윤정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어도 이미 고석빈의 핏줄이 하늘 아래 어디선가 살고 있다. 이미 그녀가 한 번 버린 아이이지만 다시 말하지만 배정자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천진한 아이다. 영웅이가 필요한 순간 이전의 모든 행위들마저 한 순간에 정리되어 버린다. 한 번도 버린 적 없다.
어찌 보면 드라마상에서 가장 냉정한 존재일 것이다. 그녀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 본다. 자기가 바라는 것만을 본다. 다른 것은 전혀 생각지 않는다. 아이처럼 천진하다. 아이처럼 마냥 순수하다. 그래서 누구보다 분노하면서도 누구보다 빨리 자기를 정리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그런 모든 과정을 자연스레 자신의 표정과 몸짓으로써 표현해내는 이휘향의 연기일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매번 놀라게 된다. 이휘향이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사랑 내곁에>에서의 그녀의 연기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소름이 돋는다.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법에는 묘사와 서사가 있다. 묘사란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고 서사란 구조적으로 표현해 보여주는 것이다. 표정 하나, 몸짓 하나, 대사 하나,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 하나하나가 그녀의 캐릭터를 정의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가 아니라 지켜보는 사이 그녀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모른다. 과연 필자의 분석이 옳은가. 그만큼 배정자란 복잡한 입체적인 내면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꽉 짜여진 개연성을 갖는다. 설명되지 않는 행동이 없다. 그리고 모든 이유는 그 이전이나 그 뒤에 어떤 형태로든 그녀를 통해 보여진다. 입을 통해 들려지는 것이 아니다. 미묘한 표정 하나, 눈빛 하나로써 그녀는 유기적이고 입체적인 자신을 가지게 된다.
미친 듯 발작을 하고, 그러다가는 눈물을 흘리며 타협을 시도하고, 그리고 마침내 웃을 수 있을 때. 웃을 수 있게 된 다음 송씨를 만나 공옥순을 만나러 갔을 때의 집요하고도 단호한 모습은 그녀의 또 다른 일면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는 미쳐 있다.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감당할 수 없는 자신의 욕심에. 자기를 잃어가며. 고석빈이 그러하듯.
엔딩에 대한 기대를 다시 갖게 된다. 자신이 불임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윤정의 임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가족들을 보면서 그는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짓는다. 마치 유리상자 속에 벌어지는 거짓된 연극을 보는 관객의 표정이랄까? 아예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그는 불안하게 그런 모습들을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심리일가? 과연 그가 이제까지 그 자신의 의지로 행한 일이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바라는지도. 무엇을 원하는지도.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도. 단지 시키니까. 단지 그리 상황이 이끄니까. 도망치고 피하고 숨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자신조차 사실은 자신이 아니다. 불임과 아내 조윤정의 임신은 그같은 모순을 그에게 일깨워준다. 드라마의 마지막은 그같은 고석빈의 자각일까? 진정한 자신과 진실된 주위의 모습을 찾게 되는 것일까? 조윤정의 임신은 그래서 중요한 계기일 수 있다.
결국 도미솔(이소연 분)은 고등학교 시절 담임인 최은희(김미경 분)와 마주치게 된다. 공교롭게도 그녀는 도미솔이 사랑하는 상대인 이소룡(이재윤 분)의 어머니다. 아직 자신의 학생일 때는 그런 어려움을 딛고 방송국에 취직까지 하게 된 도미솔이 대견하기만 하겠지만 과연 아들의 여자친구로써 도미솔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도 최은희는 같은 마음일 수 있을까? 하필 도미솔의 과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옛담임이 이소룡의 어머니였다니. 하지만 그런 막장스러울 정도로 꼬인 관계야 말로 이 드라마의 매력인 것이다. 힌트는 멀리 있지 않다. 항상 가까이에 있다.
미혼모로써 자기 아이에 대해서조차 엄마가 아닌 누나로 살아가야 하는 도미솔과, 그 도미솔을 대신해서 외손자인 봉영웅을 아들로써 키워야 하는 봉선아(김미숙 분), 그래서 고진국에게 상처를 주어가면서까지 도미솔을 지키려는 그녀의 의지는 인정된다. 다시금 어린 미혼모에 대한 중대한 담론이 시작되려 한다. 개인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과연 사회도 그러한가. 교사로써는 학생을 감싸고 지킬 수 있지만 아들을 둔 어머니로써는 어떠할까.
아무튼 참 전형적이면서도 진부했다. 꿈이라니. 그것도 고작 나무에서 열매를 따려다 뺐기는 것이 조윤정의 임신을 암시한다. 지난번 죽은 선아가 배정자와 강정혜의 꿈에 나온 것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무의식을 반영한 것이라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번의 꿈에 대해서는 무엇이라 해야 할까? 하기는 어차피 전혀 상관없는 꿈도 끼워맞추려면 매우 정확한 예지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대나 타겟연령층을 생각하면 이런 장면도 필요하다.
봉선아의 숨겨진 가능성이 이소룡을 통해 발현되려 한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하냐 말하지만 대부분 큰 가능성은 그런 일상의 평범함 가운데 숨겨져 있는 것이다. 봉선아가 다시 전면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도미솔도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이 모든 사건의 중심이다.
배정자는 마침내 이소룡의 존재를 찾아낸다. 추측이기만 하던 것이 사실로써 확정된다. 이소룡은 강정혜의 버려진 외손자였다. 배정자의 광기와 다시 시작되려는 고석빈의 폭주, 그리고 점차 중심으로 다가가는 봉선아와 도미솔 모녀. 벌써 다음주가 기다려진다. 흥미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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