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TOP밴드 동영상 보러 가면 그런 리플들을 보게 된다.
"뻔하다."
"새로운 것 없나?"
밴드란 솔로가수가 아니다. 혼자 새로운 장르 연구해서 창법 바꾸고 안무 배워서 나오는 무대가 아니다.
밴드에서는 멤버 개개인이 1/n의 지분을 갖는다. 누군가 혼자 새로운 것 하겠다 해서 그게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접점을 찾다 찾다 보니 나오는게 지금 하는 장르. 변화가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 생각하는 밴드란 딱 "나가수" 백밴드다. 항상 새로운 장르와 스타일에 도전하는데 훌륭하게도 커버해내지 않던가. 그래서 기대한다. 새로운 것.
당장 윤종신이나 이승철이나 밴드의 멤버가 아니다. 과거 밴드의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현재 이들에게 밴드란 뒤에서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반주해주는 밴드 이상이 아니다. 당연히 밴드로써 항상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야 하고 소화할 수도 있어야 한다. 서로 음악적 성향이 너무 다르다고 그게 뭔 문제? 인순이가 나와도 조관우가 나와도 바비킴이 나와도 맞춰주는 게 밴드인데?
윤종신과 이승철만이 아니다. 저런 동영상을 문제없다고 공개한 슈스케나, 그것을 보고 여전히 예리밴드 욕하기에 여념없는 대중도 마찬가지다.
헤이즈와 예리밴드의 음악적 성향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동영상에서도 나온다. 둘이 서로 합을 맞추기 어려운 이유들에 대해서. 여성드러머의 터치는 아무래도 남성 드러머보다 약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예리밴드가 죽어야 한다. 해 오던 리듬이 다른데 어떻게 리듬파트가 즉석에서 서로에게 맞춰갈 수 있겠는가. 결국 어느 한 쪽이 주가 되고 한 쪽이 부가 되지 않는 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헤이즈가 보컬키를 양보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예리밴드가 양보하면 예리밴드가 망한다. 과연 어디에서 중간을 찾으면 되는 것일까?
착각하는 모양인데 콜라보에 주어진 시간이 단 하루다. 단 하루만에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진 두 팀이 합을 맞추어 연주를 해내야 하는 것이다. 솔로가수가 서로 맞추기도 어려운데 그 다양한 악기들이 맞춰서 그것도 전혀 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 말했듯 충분한 시간만 있으면 해낸다. 아니면 아예 아무 의미 없이 잼을 통해 연주력을 과시하거나. 과연 그 상황에서 중간점을 찾아 타협을 하는 게 가능한가.
예를 들어 두 남녀가 수갑으로 묶여 있다. 그래서 화장실을 가려는데 왼쪽에는 여자화장실, 오른쪽에는 남자화장실, 그러면 중간에 구멍내고 들어갈까? 판테라랑 본조비 불러놓고 콜라보하라면 하루만에 잘도 만들어내겠다. 절반 판테라, 절반 본조비면 중간? 중용? 공생?
그런데도 예리밴드더러 양보 안했다 지랄. 양보할 상황이었으면 양보한다. 그래서 헤이즈 대신 예리밴드가 양보하고 떨어졌어야 한다고?
그리고 일방적이었다 하는데, 대화라는 게 스스로 납득하지 못했는데도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이 반드시 예의바른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그건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다.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데 동의해서 그 결과가 나쁘면? 그때는 상대를 탓하려고? 그만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한 생각도 해야지. 약한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한 것이 잘못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여튼 어째서 TOP밴드가 인기가 없는가. 최소한 블루니어마더 나와서 오늘은 알앤비, 내일은 테크노, 모레는 메탈, 그 정도는 해주어야...
아니지. 하루 밤새서 톡식이 오늘은 부활스타일, 내일은 WMA와 시나위 스타일, 모레는 크라잉넛. 그러면 대박 터지겠다. 진짜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 있을지도 모르겠다.
밴드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천박한가. 심사위원이나, 제작진이나, 그리고 시청자나. 그런데 TOP밴드 대박을 기원했으니. 하다못해 어째서 예리밴드가 그토록 강하게 자기주장을 해야 했는지 이해해 보려는 노력은 없나? 헤이즈가 피해자가 되지 않으면 예리밴드가 피해자가 되어야 한다. 그같은 개같은 상황을 만든 것이 제작진과 심사위원들이고. 개인적으로 윤종신에 대한 호감이 마이너스가 되었다. 이건...
그래서 밴드가 슈스케 나가는 게 아니었다. TOP밴드에 나갔어야지. TOP밴드에서였다면 리카밴드 욕들었다고 PD가 사과했던 것처럼 예리밴드 욕먹으면 그때도 사과부터 하며 진화에 나섰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밴드가 그럴 수도 있겠지 이해해주었을 테고.
딱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이라 하겠다. 화가 나서 욕도 아주 대놓고다. 짜증난다. 그래서 열심히 낚여서 예리밴드를 멍청한 놈 못된 놈 만들고. 하긴 네티즌이란 단지 물어뜯을 대상이 필요할 뿐이지.
반성? 그런 건 고통을 수반될 때나 이루어지는 것이다. 과연 고통스러운가? 지금 현실이?
토요일에는 드라마보다 톱밴드. 그냥 톱밴드나 다시 보자. 영혼을 정화해야겠다. 한숨도 힘에 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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