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블로그에 달린 리플을 보고서 정말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를 깨달았다.
"돈보다 음악이 먼저다!"
물론 좋은 말이다. 돈을 밝히기보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 들려주는 것이 뮤지션의 본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이 끝내 음악을 접고 마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그 돈 때문이다. 돈이 안 되거든. 돈이 없거든. 생활은 해야 하는데 돈이 안 되니 그래서 음악을 접고 마는 것이다.
그나마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앨범도 1만 장, 2만 장은 팔리던 때는 좋았다. 그 정도 팔고 나면 공연수익까지 해서 어떻게 버틸 정도는 되었으니까. 지금은? 한 뮤지션의 공연포스터를 보는데 그렇게 쓰여 있더라.
"관람료 1만 5천 원. 찾아주시는 분들께 시디를 증정합니다."
물론 싱글이다. 그런 절박한 처지에서 많은 뮤지션들이 음악을 한다.
생각해 보라. 나이 먹고, 가족 생기고, 주위의 눈도 있고, 그런데 돈은 안 벌리고, 음악 하겠는가?
당연한 거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일단 살아가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뭔가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해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당장 먹을 쌀도 없는데 무슨 음악? 스튜디오를 빌릴 돈도 없는데 음악?
이번 윤종신의 경우도 그렇다. 리믹스하느라 스튜디오도 빌렸을 것이고 그만큼 다른 일을 미루고 음악에도 몰두했을 것이다. 무한도전 버전이야 코믹하게 나가느라 조금 허술하게 했더라도 돈 받고 팔 생각이었으니 그만한 노력은 기울였을 것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기에 내놓은 것일 게다. 그런데 그 비용조차 받지 말라고 한다면?
그나마 윤종신은 돈을 좀 번 경우다. 이런 거 하나 어떻게 된다고 아예 생활 자체가 안 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이런 일로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그런 뮤지션이었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 하나 만들어 내놓는 비용이 회수 안 되면 당장 경제적인 곤란에 처하는 경우는?
그런데도 말한다.
"돈보다 음악이다."
"지불할 가능성이 있는 더 많은 대중이 들어주고 불러주는 것이다."
"직접 돈을 지불한 팬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면 묻겠다. 회사에서 돈을 기부하려는데 이번달 월급은 받지 말라고 하면 그러겠는가?
같은 거다. 일껏 노력해 쓴 곡이다. 기껏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서 만든 음악이다. 그런데 대중의 권리 어쩌고 하면서 돈을 받지 마라? 윤종신이니까 참은 거다. 진짜 언더뮤지션이었으면 그걸로 쫑이었다.
내가 음반을 사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조금 더 오래 계속 음악을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얼마 안 되는 돈이더라도 생활하고, 작업실 빌리고, 스튜디오 빌리고, 이것저것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고 보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다음 음반도 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윤종신이 다음에도 무한도전 듀엣가요제 같은 자선이벤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는가? 그러면 먼저 돈을 지불했어야 했다. 억지로 기부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나온 음악에 기꺼이 돈을 지불함으로써 다음에도 또 나올 수 있는 밑천과 근거를 마련해주었어야 했다.
까놓고 말해 묻는다. 당신이 윤종신이라면 다음에 다시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참가하겠는가? 기껏 만든 곡이 자선에 쓰인다는 이유로 제작비조차 건지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세상에 공짜란 없는 것이다. 무엇이든 그것을 만드는데는 돈이 들어간다. 그런데 돈보다 음악? 돈보다 뜻? 돈보다 선의? 돈보다 대중? 웃기는 것이다.
바로 이게 문제다. 음악은 공짜로 만들어지는 줄 안다는 것. 만화도 공짜로 그냥 슥슥거리면 나오고, 게임도 대충 골방에서 라면 먹으면서 밤샘 몇 번 하면 나오고, 그래서 누구도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시장에서도 팩키지 게임 망할 때 그랬다.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 대중"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소비자다."
"소비자에게는 즐길 권리가 있다."
"우리는 그 게임을 즐겨주는 것이다."
"우리가 그 게임을 알리는 것이다.
필요없거든?
참 더러운 대중들이다. 음악이 무슨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인지 아는 것인지...
"편곡비와 스튜디오 대여료만 나와도 다행이겠다 생각했다."
이 말이 어떤 뮤지션들에게는 얼마나 치명적일까 생각한 사람이란 과연 있었을까? 가슴이 찢어지는 거다.
"돈벌레!"
한국은 근대화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개인의 저작물에 대한 가치인정에 이렇게 인색해서야.
다시 말하지만 공짜란 없다. 공짜를 밝히는 그 순간 그 공짜 때문에 누군가는 그 일을 포기하고 만다. 한 번 포기하고 나면 다시 돌아오기란 어렵다. 다시는 그것을 즐길 수 없는 이유다. 공짜란 바로 그러한 그런 것들을 포기하는 비용인 셈이다.
한국 대중음악이 괜히 이 모양이 된 게 아니다. 확실히 느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바로 저 정의로운 대중이 문제다. 네티즌이 문제다. 누구를 탓할까? 자업자득인 것을. 괜한 피해자로 도리어 욕만 뒤집어쓴 뮤지션들이 불쌍하지.
다시 한 번 윤종신씨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동정한다. 정말 미안하다.
'대중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산이 해체된 이유... (0) | 2009.08.02 |
---|---|
윤종신 사과야 말로 한국 대중음악의 현실이다...2 (0) | 2009.07.28 |
인순이 - 오만하다! (0) | 2009.07.27 |
윤종신 대중의 폭력에 굴복하다... (0) | 2009.07.26 |
트로트 가수로서의 유현상... (0) | 2009.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