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뮤지션들이 공연으로 먹고 산다. 한국에서는 뮤지션들이 행사로 먹고 산다. 차이는?
간단하다. 공연은 보러 가는 것이다. 행사는 불러들이는 것이다. 공연은 뮤지선이 주체가 되어 여는 것이고, 행사는 뮤지션이 객체가 되어 참가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무한도전 아니었으면 네 음악은 안 떴어!"
"무한도전 때문에 네 음악도 알려진 거야!"
"무한도전과 대중이 네 음악을 뜨게 한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하라는대로 들어!"
그래서 심지어,
"작곡가의 저작권보다 대중의 요구가 우선한다!"
하긴 그래서 연예인이다. 연예인이라는 말이 얼마나 굴욕적이냐면, 한국에서 연예인이란 아티스트가 아니다. 단지 대중을 위해 봉사하는 노예지. 그래서 때로 쉽게 이런 말도 내뱉는다.
"뮤지션의 음악이 내 취향이 아닌데 다음에는 내 취향의 음악 좀 하지."
차라리 마음에 안 들면 듣지를 말든가, 어디 클럽에서 신청곡 요청하면 바로 틀어주는 그런 게 뮤지션인가? 그런데 그런 게 통한다. 왜? 대중이거든?
지난번에 이어 진짜 아주 더럽다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어째? 그러면 가수와 상의해서 쓴 모든 곡에 대해 저작권은 작곡자에게 없는 거겠네? 앨범을 내는 쪽에서 요구한대로 음악을 만들었으면 그 곡에 대한 권리도 작곡자가 아닌 그쪽에 있는 거겠네?
어차피 음악이 히트치는 거야 대중이 좋아해주니 히트를 치는 것이고, 그러나 정작 음악이 허술했으면 사람들이 그리 좋아했을까?
탁 까놓고 말해보자. 과연 윤종신의 영계백숙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아니었으면 전혀 관심도 두지 않았을 그런 노래이던가?
참 굴욕이다.
"네 음악 따위는 쓸모 없어!"
"그보다는 무한도전이야!"
"그보다는 취지야!"
"그보다는 대중이야!"
그래서 전에 그런 글을 쓰기도 했다.
"듀엣가요제 곡이 좋은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이라는 이벤트가 좋았던 것이다."
"곡 자체보다 이벤트가 우선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결국에 뮤지션에 대한 본능적인 멸시가 깔려 있는 것이다. 전에도 말한,
"내가 사줘!"
"내가 들어줘!"
"내가 칭찬해줘!"
"그러니까 내말대로 따라!"
하긴 음악만일까? 모든 분야가 그렇다.
"나는 읽어주거든?"
"나도 플레이해주거든?"
"그러니까 내가 시키는대로 해야 하거든?"
그러니까 뮤지션들이 음악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예능 나와서 웃기려 드는 것이다.
또 그러지.
"예능 나와 웃기기보다 음악으로 승부하라!"
그러나 이번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 음악만으로는 전혀 인정을 안 해주잖아? 무한도전이라며? 무한도전이 먼저라며? 윤종신따위는 가치가 없다며?
어떻게 해도 영계백숙은 윤종신이 만든 곡이다. 윤종신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곡이다. 설마 주영훈이 그런 곡을 쓸까? 윤일상이 그런 곡을 쓸까? 아니 쓸 수는 있어도 분명 영계백숙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윤종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야 어쨌든.
그게 더럽다는 것이다. 도저히 그런 것들을 인정하려 들지 않으니까. 그것을 만든 것이 윤종신이고, 윤종신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고, 그 음악을 듣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은 윤종신 때문이라는 것을. 작곡자 때문이라는 것을. 오로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 감상하며 비웃고 - 뭐라도 대단한 존재가 된 양... 그런데 무슨 적절한 댓가를 지불하고 음악을 듣기씩이나 하겠는가?
그래서 이벤트빨이지 곡 자체는 별 거 아니다? 그러면 안 사면 된다. 안 들으면 된다. 별 가치도 없는 것을 왜 사고 왜 듣는가? 당연한 거다. 결국 나가는 것은 내 돈인데.
그러나 그렇다고 윤종신의 작곡가로서의 역량이나 가치마저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무시하더라도,
"무한도전이 아니었으면 너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가 아니라,
"음악 자체는 그리 매리트가 없네. 안 살래."
이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네 음악따위는 별 것 아니니까 그걸로 돈 벌 생각 하지 마!"
가 아니라,
"그다지 좋지 않으니 나는 구입하지 않겠지만 뭐 좋아하는 사람은 사겠지!"
이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윤종신은 작곡가니까. 그가 쓴 곡이니까. 그가 곡을 쓴 사람이니까.
물론 그러겠지. 그런다고 반드시 존중해주어야 하느냐?
그래서 한국 대중음악의 바닥이라고 하는 것이다. 도대체 창작자를 존중해줄 줄 모르니까. 그러니까 태연하게 MP3로 불법으로 다운로드받아 들으면서도,
"나도 팬이야!"
"그런데 이번 음악 별로였어!"
"다른 걸로 해봐!"
이따위 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네 음악따위 무한도전 아니었으면 별 것 없었거든?"
"그러니까 무한도전의 취지에 무조건 따라!"
"네 저작권따위는 없어!"
"대중의 요구가 먼저야!"
이따위 소리도 지껄일 수 있는 것이고.
당연히 뮤지션이 앨범을 내도 그것을 굳이 돈주고 사려는 사람은 더 적어질 테고.
"이런 것도 음악이야? 좀 잘 해!"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으면서,
김윤아씨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한국 대중음악판은 한 번 바닥까지 뒤집어 엎고 새로 짤 필요가 있다."
먼저 대중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네티즌을 비웃는 이유도 그것이다. 진짜 자기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거든.
다시 말한다. 음악에 대한 평가는,
"굳이 돈 주고 들을만 하다, 그럴 가치가 없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그럴 가치가 있으면 돈을 지불하고 듣는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고,
"나는 네 음악을 들어주니 내 말대로 따르라!"
네가 직접 곡을 써서 부르고 연주하고 녹음해서 즐기라는 말이다.
하여튼 보다보다 이렇게 바닥이 드러나 보이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여러 번이네. 처음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워낙 이런 경우를 많이 본 터라.
한국대중음악이 어떻다? 다시 말하지만 윤종신씨는 대한민국에 태어난 게 죄다. 내가 한국인인 게 죄다. 한국 대중음악이 이 모양이 된 것도.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그냥 웃긴다.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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