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부딪혀 버렸다. 벌써부터 김영광(천정명 분)과 서재명(손창민 분)이 충돌하고 있다. 그것도 일개 사원에 불과한 김영광이 서재명에 도전하여 그를 도발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과연 아무리 민주화된 요즘이라고 그런 식으로 오너를 적대하고서 제대로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서재명을 응징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애초의 기획의도였던 윤재인(박민영 분)의 성장과 성공스토리는 이 시점에서 이미 없었던 것이 되어 버렸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광은 서재명에게 시쳇말로 찍혔다. 윤재인 역시 그 이름 때문에라도 서재명 앞에 나설 수 없을 테니 윤재인이 스스로의 힘으로 서재명과 겨룰 수 있을 만큼 성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기는 그래서 벌써 12회째 입사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나중에 적대할 때는 적대하더라도 그만한 위치에까지 오르는 동안에는 그럴 만한 여지를 주어야 하는데 그런 가능성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렸다. 시간도 부족하고, 정작 벌써부터 적대하기 시작한 상대가 회사의 오너라는 점에서 아무리 허영도(이문식 분)의 배경이 있더라도 김영광이나 윤재인이나 스스로의 힘만으로 서재명을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은 병원에서 회복중인 윤재인의 친어머니 여은주(장영남 분)이 그 열쇠가 되지 않겠는가? 아직까지도 서재명을 쫓고 있는 윤재인의 친아버지 윤일구의 친구 오정혜(노경주 분)일 것이다. 서재명이 앓고 있는 병이고, 호시탐탐 그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서인철(박성웅 분)의 속내일 것이다. 김영광과 윤재인의 성장은 그런 것들이 서재명을 응징하기까지 지루하지 않도록 사이를 채우고, 그러한 장면에 이르러 그럴싸하게 그림을 만들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그를 위해 김영광에게는 아버지 김인배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한 단서로써 아버지의 고장난 시계가 주어진다. 서재명에 대한 법적인 처벌을 위해 어설픈 추리물이라도 찍고 싶은 모양이다.
이야기가 중심 없이 혼란스럽다. 윤재인인가? 김영광인가? 아니면 서인우(이장우 분)인가? 윤재인의 성장인가? 아니면 성공인가? 그도 아니면 서재명에 대한 응징인가? 윤재인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어느때는 서인우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어느때는 김영광의 주변에 대해 지나치게 디테일하다. 이것저것 있는대로 우겨넣는 가운데 정작 남겨야 할 핵심은 소홀하다. 분량은 벌써 12회인데 아직까지 입사시험에서 나가지 못하는 이유다. 그래서 채 입사도 하기 전부터 김영광은 오너인 서재명에게 찍히는 처지가 되고. 그나마 탐정놀이라도 걸지 않으면 김영광이 서재명을 어떻게 하기란 불가능하다. 잡스러운 이야기만 많다.
아무튼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일 것이다. 서재명은 무엇으로 그리 큰 성공을 거둔 것일까? 자기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바어이가 모인 자리에서도 있는대로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린다. 목소리를 높이고 천박하기까지 한 말투와 태도로 일개 입사지원자를 비난하며 싸움을 건다. 일개 입사지원자 김영광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도 결코 서재명 자신의 품위를 위해서도 좋지 못하다. 아무리 거대상사의 제품이 좋다고 그러한 오너의 모습에서 회사에 대한 호감이나 신뢰를 느끼게 될 바이어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서재명은 성공을 거두었다. 어째서일까?
박군자(최명일 분)이 윤재인의 정체에 대해 눈치챈 시점도 너무 빠르다. 기왕에 윤재인의 성장을 보고자 했다면 조금 더 박군자에게 시달리도록 해야 했다. 시청자가 윤재인을 동정해야 하는데 박군자가 동정하게 되어 버렸다. 윤재인을 구박하는 박군자를 탓하며 윤재인을 더 동정해야 하는데 박군자마저 함께 동정을 받게 생겼다. 아마 이대로 그동안 해온대로 윤재을 구박하게 된다면 이제는 동정의 여지조차 없게 되리라. 앞으로 윤재인의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침묵을 지켜야 하는 박군자의 짐도 무겁다. 윤재인 또한 그것을 한참 일찍 알게 될까? 김인배는 죽었고, 서인철과 서인우는 다른 속내가 있지만 박군자는 김인배의 아내이고 현재 함께 살고 있다. 너무 길다.
무언가 모르게 서두르는 느낌이다. 어떤 서프라이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몰아가고 있다. 도대체 이후 준비한 이야기란 어떤 이야기인가? 어떻게 윤재인은 성장하고 성공할까? 어떻게 김영광은 서인우를 극복하고 윤재인과 더불어 서재명을 응징할까? 설마 그조차 여은주와 오정혜의 몫은 아닐 테지만. 박군자는 한참을 비밀을 끌어안고 고민해야 한다. 조기종영인가?
생략할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이 좋다.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가? 어떤 것이 이 드라마의 중심이며 핵심인가? 조금은 더 이야기가 진행되었기를 기대하지만 여전히 드라마는 한 걸음 나가기조차 너무 힘들다. 이제 겨우 2차시험이 끝나고 다시 한 달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한다. 수습기간이 끝나면 드라마가 끝날지도 모르겠다. 벌써부터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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