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런 게 캐릭터라는 거다. 그냥 엉뚱하고 웃기고... 그게 아니다. 보라. 강정을 만들다 말고 구하라가 강정이 잔뜩 담긴 국자를 들고 달아난다. 그 옆을 유리가 따라 달리고, 김신영이 그 뒤를 쫓고. 힘이 달리자 이번엔 구하라가 국자를 유리에게로 넘긴다.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냥 구하라 혼자 국자 들고 도망치는 것보다 더 재미도 있다. 더불어 유리도 한 번 더 나올 기회가 주어진다.
지지난회에서도 내가 효민과의 관계에서 바란 게 이런 것이었는데. 김신영이 구하라와 효민을 쫓아 같이 돈을 빼돌리기보다는 구하라와 효민을 한 데 묶어 범죄자매로 만들기를. 아니면 이번처럼 구하라를 모든 악의 원흉으로... 어느새 그렇게 되어 버렸다. 유치리의 노는 언니 구하라. 단지 유리가 한 몫 거든 것만으로도 이렇게 바로 효과가 드러난다. 그런 것.
효민의 통편녀 캐릭터가 살아나는 것도 결국 주위에서 그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구하라는 방송이나 하라 다그치고, 써니는 쩌리를 자처하는 효민에게 과장되게 웃어주고, 각자 통편녀인 효민에게 관심을 보이며 그녀의 캐릭터를 계속 부각시킨다. 그리고 그 자체가 분량이 되고 그녀의 매력이 되고. 그저 사라질 뿐인 통편녀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는 과정이다. 바로 그런 것. 내가 바랬던 것들이다.
그리고 또 오늘 확인한 것이 있다면 구하라는 역시 김구라과였다. 생각 많고, 논리적이고, 그런데 상대에게 거리낌이 없다. 지난 상상플러스에서도 그랬지만 의외로 구하라는 말이 독하다.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짚고. 예를 들어 예전 스타골든벨에서도,
"딱히 자랑할만한 게 없네요!"
한승연과 박규리에 이은 생계형아이돌 드립의 결정판이었다. 솔직히 그거 듣고 무지 웃었는데. 의외로 그런 쿨한 솔직함이 재미있어서 그런 쪽으로도 재미있지 않을까 했더니만 상상플러스에서 내 상상을 한 단계 뛰어넘었었다.
"간이 부은 게 아니라 생각이 부었다."
"하는 짓이 늙어 보여요."
꽤 독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혹시 김구라과가 아닌가 했더니만,
"살 빼!"
"닭 그만 잡아!"
"서른살이야!"
"그만 징징거려!"
"수학을 공부해!"
"방송 좀 해!"
짧은 몇 마디로 각자를 디스하며 캐릭터를 잡아버리다니. 아직 어설프지만 김구라의 향기가 풀풀 풍긴다. 확실히 구하라는 게스트가 아닌 MC과인지도. 김종민도 아마 그걸 본 게 아닐까?
유치개그도 내가 우려한 이상으로 새롭게 진화하고 있었다. 떡을 입에 물고 뛰는 시늉을 해보이며,
"이게 뭘까요?"
내가 어떻게 아나? 그 다음 바람떡은 좀 썰렁했지만 - 노주현 촌장의 껄떡이 더 어울려 보였다. - 생각했던 이상으로 재미가 있었다. 유치개그도 굳이 걱정할 게 없었을가?
그리고 역시나 오늘도 웃음을 준 현아...
"매니저 오빠 때문에 피곤해서 내 기량을 다 보이지 못하고 있어요!"
"장난 아니에요! 다들 제 매력에 빠져들 거에요!"
"10분의 2밖에 보이지 못했어요!"
"그냥 들어줘어~!!"
"5분의... 1?"
그래. 막내는 원래 그런 거다. 한없이 징징거리고, 애교도 부리고 응석도 부리고, 그러면서도 끝간 데 없이 자신감이 넘친다. 언니 오빠들이 있기에. 의지할 수 있는 언니 오빠들이 버티고 있기에.
그냥 웃을 뿐.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어째 갈수록 현아의 징징거림에 다른 시름을 다 잊어버린다. 우리 막내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그러나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라. 이런 모습을 보다가 확실히 무대에서의 현아를 보면 잘 적응이 안 된다. 그래도... 정말 귀엽다. 사랑스럽다.
아무튼 참 의미깊었다. 초반의 KBS 연예대상 후기야 일단 제끼더라도 신년에 걸맞게 세배도 하고, 세배를 하면서 바른 예법도 배우고, 그리고 작년 찾아뵈었던 104세 할아버지와 순이 할머니를 찾아 인사도 드리고, 마을 어르신들 드리려 떡도 빚고 강정도 고고. 그러면서도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떡매를 치면서, 강정을 만들면서, 이제까지처럼 개인기에 의존하기보다는 또 관계를 적극 활용하면서 재미를 극대화하고.
걱정했던 것만큼 김신영이 튀지 않은 게 안정감이 있었다. 남희석이 빠진 때문일까? 물론 여전히 개그욕심이 엿보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멤버의 영역까지 침범하지는 않고 있었다. 써니와 한 팀이라 또 써지와만 어울리며 다른 멤버를 소외시킬까 했더니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바로 이런 게 MC의 역할이라는 건데.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MC다운 김신영이었다. 대만족. 앞으로도 이렇게 하기를.
효민도 이제 통편녀의 이미지를 활용해 어느 정도 캐릭터를 잡은 것 같고, 선화는 더 이상 걱정할 것 없는 청춘불패의 레귤러고, 노촌장은 어느새 남희석의 역할까지 맡아 하게 되었다. 군민엠씨의 역할을 김신영과 노촌장이 나누어갖게 되었달까? 나르샤의 주책과 뻔뻔함은 확실히 오늘도 빛을 발했고, 구하라와 현아의 기존의 사제관계도 오늘 더욱 깊어지고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여기에 마을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시작 부분에서의 이장과 로드리를 포함한 유치리 주민들을 KBS연예대상에 초대한 것도 그랬고, 노주현이 임기를 마친 이장을 찾아가 술을 한 잔 하는 것도, 또 애써 만든 엿과 강정을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나누는 모습들도.
멤버들도 각기 제 자리를 찾고, 한 사람이 빠지기는 했지만 MC도 슬슬 자기 역할을 찾아가는 것 같고, 그리고 청춘불패의 가장 큰 장점이던 마을 주민들과의 유대와 그리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라는 것도 충족하고 있고, 가히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안정된 에피소드가 아니었을까? 지난 8회에서 바로 이것이 청춘불패의 나아갈 방향이라 했었는데 비로소 청춘불패가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
"좋다!"
이 한 마디 뿐. 좋은 건 좋은 걸로 끝나는 거다. 10점 만점에 10점! 정진정명 오리지날 10점이다. 베스트는... 없다. 오늘은 모두가 잘했기 때문에. 굳이 꼽자면 청춘불패 자체?
아무튼 다음회 예고가 참 기대되는데, 역시 농촌의 겨울이라면 꽁꽁 언 논에서 얼음을 치며 노는 거겠지. 썰매도 타고, 스케이트도 타고, 팽이도 치고, 보아하니 플라스틱 박스를 가지고 경주를 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외발썰매를 만들어 경주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두발썰매에 비해 어렵고 그만큼 다양한 모습들이 가능했을 텐데. 홍천에는 외발썰매가 없을까?
재미있었기에 기대가 되고, 예고가 또 흥미로워 기대가 되고, 만족스런 신년의 밤이었다. 이렇게만 계속 된다면. 좋았다. 아주. 이제까지 가운데서도. 최고였다.
덧) 구하라는 한복 입을 때 머리를 묶을 걸 그랬다. 효민도 마찬가지. 한복은 그렇게 머리를 늘어뜨리고 입으면 태가 안 산다. 예능이나 다른 방송 보면 잘도 머리를 묶고 나오더만. 그건 좀 아쉬웠다. 특히 구하라의 한복차림은 꽤 기대가 되었기에. 어울렸을 텐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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