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작품에 대한 감상...

까칠부 2010. 1. 4. 01:38

작품이란 창작자와 대중 사이에 이루어지는 소통이다. 창작자는 작품을 통해서 대중에게 다가가고, 대중은 작품을 통해서 창작자를 이해하고,

 

사실 이것은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행위다. 창작자는 보다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대중 역시 창작자의 의도를 이해하고자, 그렇게 서로 다가갈 수 있을 때 소통은 이루어지고 작품은 의미를 갖는다.

 

간단히 락마니아가 있다. 락이 아니면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에 대고 누군가 트로트 음반을 들려준다. 반응이란?

 

"이게 음악이야?"

 

혹은 트로트를 기대하고 모인 관객들에게 데스메탈을 하는 밴드가 나와서 귀가 찢어지는 소음을 들려준다면 어떨까?

 

"저게 음악이야?"

 

발레를 전혀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대중에게,

 

"발레는 위대한 예술입니다."

 

절대 그냥은 먹히지 않는다. 발레리나가 먼저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로써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 대중 역시 발레가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 접점에 발레라는 예술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대중이나 창작자 - 혹은 공연자나 너무 오만하다는 것이다. 아니 창작자는 오만할 것도 없다. 그래서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으면 그날로 끝이니. 그러나 대중은 아니다. 그들은 항상 오만할 수 있다.

 

"이런 건 필요없어! 내가 원하는 건 다른 거란 말야!"

 

그래도 아쉬운 것은 창작자 쪽이라 그리 맞춰가야 하니까. 그리 길들여진 거다. 그래서 어떤 것을 대하더라도 전혀 그 제작의도는 이해할 생각을 않고,

 

"이건 왜 이런 거야?"

 

그러나 그런 걸 좋아라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거든.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오히려 더 많이 알고 더 똑똑하고 더 많이 알기에,

 

"이건 이러면 안되는 거야!"

 

나름대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에서 비판한다 생각하겠지만,

 

그러나 결국은 그냥 투정에 다름 아니다.

 

"왜 밥을 내 입까지 갖다 떠먹여주지 않는 거야?"

 

먹는 건 자기가 하는 거다. 만일 싫다면 입에까지 떠다 먹여주는 다른 걸 찾던가. 아니면 자기가 직접 수저를 들고 갖다 놓은 밥상 그릇에서 떠다 먹던가. 그건 싫고 그저 떠다먹여달라. 징징징징...

 

그런 건 비평이 아니다. 비판도 아니고 그냥 비난이고 투정이고 뗑깡이다.

 

물론 그럼에도 역시 제작자가 내게로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건 있다. 그런 것까지 뭐라 하는 건 아니다.

 

이래주었으면... 저래주었으면...

 

그러나 선이라는 게 있다는 거다. 제작자로서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선. 그 작품이 갖고 있는 본연의 개성을 지킬 수 있는 선이다. 그것마저 허물라는 건.

 

그래서 문득 떠오르는 것이 예전 에반게리온 극장판 마지막에 모든 인간이 하나로 녹아버리던 장면. 과연 그렇게 모든 걸 하나로 녹여 뭉뚱그리자는 것일까?

 

작가가 내게 다가오기를 바라기 전에 자신도 작가에게 다가가려 노력해 보기를.

 

아마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많은 문제들이 여기로부터 비롯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그래도 다가가려 하는데 대중은 그저 꼼짝도 않고 있으니 살아남는 건 오로지 대중에 영합하는 이들 뿐이다. 그것도 대중들에 직접 떠먹여 줄 수 있는 미디어와 그 미디어와 결탁한 대자본들.

 

왜 한국 대중문화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느냐. 다양성 없이 오로지 한 가지로만 채워지느냐. 소통은 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다. 과연 공급자만의 책임일까?

 

내가 이런 것을 바라니 작가의 의도따위는 상관없다... 그런 오만함이란. 이 블로그에서조차 본문도 제대로 읽지 않고 뭐라 하기부터 바쁜 사람들이 그리 많은데.

 

기본이라는 거다. 소통이란. 이해란.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서 모든 게 존재해야 하는데. 어느새 잊혀져버린 것들이라. 그런 거다.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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