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일밤의 착각...

까칠부 2010. 1. 5. 18:09

재미란 기대에서 나온다. 그리고 기대는 공감에서 비롯된다.

 

기대란 무엇인가? 경험이다. 어떠한 경험에 기대어 사람은 기대라는 걸 하게 된다.

 

"아, 이렇겠구나..."

 

그리고 그 기대를 배반했을 때 놀라움을, 그 기대를 충족시켰을 때 마음이 만족을 느끼게 된다. 긴장과 이완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재미라는 건 존재한다.

 

기존의 버라이어티들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무한도전 -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일곱 남자들의 다양한 도전이 시청자의 공감을 불렀다.

 

패밀리가 떴다 - 지금이야 대본논란으로 예전 같지 않지만 연예인들이 농촌에 가서 하루를 머물며 일하고 노는 일상적인 모습들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왔었다.

 

1박 2일 - 최고의 버라이어티로 꼽히는 1박 2일 또한 그러한 일상과의 접점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높여 왔다.

 

천하무적야구단 - 스포츠와 도전, 투쟁은 대중문화에 있어 스테디셀러다.

 

남자의 자격 - 남자라면 누구나 꾸었던 꿈들. 그리고 맞닥뜨리는 현실들.

 

청춘불패 -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는 못했지만 일곱 소녀들의 농촌체험이라는 일상의 현실이 있다.

 

같은 일밤의 단비나 아버지만 하더라도 일요예능이 웃기지 않는 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조차 그 자체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단 알아야 한다. 익숙해야 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서 기대가 나온다. 기대할 수 있어야 재미도 있다. 그런데 에코 하우스란?

 

헌터스에 대해서는 사실 조금은 기대가 있었다. 멧돼지란 실존하는 문제니까. 과연 멧돼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러나 그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 환경단체의 딴죽도 있었겠지만 - 결국 헌터스를 외면하는 이유가 되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게 만드는 현실과 유리된 설정과 내용들이.

 

그런데 에코 하우스는 더 심각하다. 도대체 나는 그 프로그램이 목표하는 바가 뭔지 모르겠다.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뭐?

 

저탄소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연못의 물을 정수해서 쌀을 씻고 밥을 해야 하는가? 나무를 때서 굳이 밥을 하고 그것을 야외에서 먹어야 하는가? 솔직히 조금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차라리 어디 집이라도 하나 차지하고는 거기에서 어떻게 하면 탄소를 줄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느니만 못했다. 우리의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그것을 줄이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거기서도 분량은 나올 게 있다. 필요 이상으로 탄소를 줄이게 되었을 때 나오는 궁상들이라든가 헤프닝들. 물론 그렇게 오래 써먹을 바는 아니지만.

 

그런데 어디 느닷없이 생뚱맞은 연못물에, 장작불에, 그게 느낌이 오나? 그게 어떤 것인가 확 와 닿는 게 있나? 그러니 머리로야 의도를 이해하더라도 보는 내내 붕 떠 있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기대도 안 되고, 궁금하지도 않고 성취감도 없고. 프로그램과 시청자가 유리되어 있는 것이다. 거기에 무슨 재미가 있고 공감이 있을까? 공익 버라이어티라는데 그것이 사회에 기여할 바가 무에 있을까?

 

몇 번이나 말했지만 창작이란 소통이다. 창작자에 의해 대중에게로 다가가는 것이고, 대중 역시 창작자에게로 다가가는 것이다. 그 가운데 공감이 있고 기대가 있고 재미가 있다. 상투적이더라도 그런 가운데 창작자와 대중은 만나고 서로의 목적을 성취한다. 어느 일방의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말이다.

 

아마 김영희CP가 뭔가 감을 잃고 있는 모양이다. 감동도 좋다. 공익도 좋다. 웃기기보다 뭔가 남는 게 있는 버라이어티를 하자는 것도 좋다. 그렇다고 계몽주의시대도 아니고 그저 일방적으로 전달만 하려 해서 되겠는가.

 

미안하지만 헌터스는 그나마 기대가 되었어도 에코하우스는 구하라에 대한 팬심으로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간극이 있다. 그것은 도저히 그것을 보고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없을 만큼 크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과연 버라이어티는 무엇인가? 방송은 무엇인가? 재미는 무엇인가? 주제넘지만 그런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할 것 같다.

 

공감이 없이는 감동도 없다. 공감이 없이는 기대도 없고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다. 그 원칙을. 그 근본을.

 

일밤의 부활을 바라는 이들이 아직도 많이 있음을 잊지 말기를. 일밤은 그래도 일밤이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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