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이외수와 벽오금학도...

까칠부 2012. 2. 14. 20:08

내가 이외수의 작품으로 처음 읽은 것이 꿈꾸는 식물, 아마 중학교 때였을까? 충격이었다. 이런 소설도 있구나. 많은 영향을 받았다. 장자와 더불어 내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 소설이다.

 

그런데 상당히 시간이 흐른 뒤 벽오금학도를 보았다. 그리고 더 이상 이외수라는 사람을 머리에 떠올리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같이 치열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저 위로 올라간 느낌이었을까?

 

꿈꾸는 식물에서는 바로 가까이서 고뇌하는 친구를 보는 느낌이었다면 벽오금학도에서는 어느새 도를 깨달았다고 가르치려 드는 누군가를 보는 느낌이었다. 순간 깨달았다. 꼰대다.

 

물론 나쁜 의미는 아니다. 다만 딱 지금의 이외수의 느낌이었다는 거다. 그리고 당시는 그런 걸 무척 싫어하던 때였고. 지금도 사실 그런 느낌의 작품을 굳이 읽고 싶지는 않다. 나는 참 오만하다. 20대였다.

 

작품이라는 게 그렇다. 누군가는 명작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졸작이라 말한다. 그러고 보면 이외수 스스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썼다고 말한 것 같기도 하고. 트랜드와 맞았다. 하지만 나와는 맞지 않았다.

 

아무튼 이후로 나는 이외수의 작품을 굳이 찾아서 읽으려 하지 않는다. 꿈꾸는 식물에서 시작해서 벽오금학도에서 끝났다고나 할까? 남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 문득 떠올랐다. 그런 시절도 있었다. 기억도 가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