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구하라의 성형고백에 대해서...

까칠부 2010. 1. 6. 10:23

방송을 보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강심장이란 맨정신으로 보기 힘든 쓰레기 중의 쓰레기 프로그램이라 생각하는 터라.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아무리 이제 갓 20살 된 여자연예인의 성형여부를 그렇게 일회성 흥미거리로 소비할 수 있을까? 강심장은 그래서 강심장이라...

 

아무튼 대충 들어 본 바로 사실 그리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쌍꺼풀 집은 거야 이미 하현지인가 하는 여자가 사진을 퍼뜨리면서 거의 공공연한 사실로 인식되고 있었고, 필라 주사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더라. 아마 내가 코가 달라졌다 여긴 건 그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코를 다시 세웠다고 내가 신경쓸 바 없지만. 치아교정이야 말 그대로 교정이고.

 

참 어이가 없는게, 입이 돌출되거나 할 경우 당사자가 받는 스트레스란 보통이 아니다. 치열만 비뚤어도 그리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런 식으로 아예 입이 돌출되어 있으면 과연 당사자의 기분이란 어떨까? 그래서 아마 교정 전에도 그리 비난을 듣고 했었을 텐데. 당시 내가 구하라 이름은 몰라도 별명은 알았다. 그래서 교정했다고 했을 때 잘 했다 여겼더니만 그것도 성형이라네?

 

하긴 맞다. 성형이라는 게 또 교정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사회에서 살아가자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수밖에 없다. 사회가 요구하는 아름다움에 못 미치면 그것을 갖추는 것도 그래서 교정이라 하겠지. 그로 인한 스트레스나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마저도 치유될 수 있을 테니. 나야 화장이나 성형이나라는 입장이지만. 아름답고자 하는 사회에서 아름답고자 하는 욕망이란 지극히 자연스럽고 그 수단에 있어 어떤 수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도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잘되었으면 잘 되었겠거니 여기면 그 뿐.

 

문제라면 과연 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일 텐데... 그러나 생각해 보니 어차피 쌍꺼풀은 앞서도 말했듯 이미 인터넷상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인정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의 구하라를 좋다던 것이었고. 치아교정은 이미 데뷔하고 나서 워낙 말들이 많았던 뒤에 한 것이라 역시 문제될 것이 없고, 필라는...? 그러나 앞서 두 가지가 문제가 아닌데 필라 정도야. 정히 문제라면 나중에 다시 맞지 않고 원상복구되도록 내버려두면 될 것을.

 

실제 보니까 게시판마다 그리 성형사실 자체를 가지고 비난하는 분위기는 없다. 그보다는 그런 사실을 공중파에 나와 밝힌 성급함에 대해 질타하거나, 오히려 그런 사실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이야기할 수 있었던 그녀의 솔직한 모습에 호감을 느끼는 경우들이 많았다. 구하라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마저 호감으로 돌아섰달까? 아마 구하라의 성형여부에 대해 별다른 사전지식이 없던 사람들이나 조금 반응이 다르겠다.

 

사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박재범 사건에서도 보듯 대중은 결코 사실을 원하지 않는다. 이미지만을 원한다. 이미지만으로 사실을 정의하고자 한다. 이랬을 것이다, 저랬을 것이다... 이 역시 내가 강심장을 싫어하고 찌라시들을 싫어하는 이유인데, 딱 올라온 기사들 보니 그런 식으로 써 놓았더라.

 

"얼굴에 눈 코 입이 전부인데 다 한 거지!"

 

김효진이 한 말이라던가? 딱 오해하기 좋게 저 말을 인용해 놓고 있다. 과연 사람들 판단하기가 어떨까? 성형여부에 대해 사전지식이 있던 사람이나, 혹은 성형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평소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아닌 일반의 대중에게 저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참 구하라가 어리다는 이유다. DSP가 생각이 없다는 이유고, 강심장이 쓰레기라는 이유다. 어차피 인터넷을 쓰는 인구는 소수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인구도 의외로 소수다. 인터넷을 하더라도 정보를 얻기보다는 이미지만을 얻고 판단하는 이들이 더 많다. 그들을 상대로 방송이든 뭐든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혹시라도 구하라에게 더 큰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그러나 그럼에도 이번 발언이 그녀에게 큰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은 일단 성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구하라의 팬 가운데는 여성이 많다. 의외지만 내 주위에서도 남자보다는 여성 가운데 구하라 좋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여성들은 또 성형수술에 대해 그다지 터부가 없다. 오히려 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면 그것이 얄미워 뭐라 할 지 몰라도 이렇게 깨끗하게 인정해 버리고 나면 여성들에게는 이미지가 좋다. 외모 자체가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인형같은 외모인데다, 최근 청춘불패 등을 통해 보여준 솔직하면서도 소탈한 성격 덕에 더 호감을 사고 있는 터에 아예 논란이 되던 부분마저 깨끗이 인정해 버렸으니.

 

하긴 언젠가도 말했지만 구하라에게는 여러 마이너스적인 이미지들이 이미 많았다. 특히 몇몇 사건들은 실제와는 상관없이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 비난의 소재가 되고 있던 터였다. 그럼에도 그것들을 모두 극복하고, 심지어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자기를 비난하던 안티마저 팬으로 돌려세우고 있던 구하라였다. 이미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인형같은 외모가 아닌 그녀의 솔직하면서도 성실한, 구김살이나 거리낌이 없는 소탈한 성격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과연 그런 구하라에게 성형여부가 그렇게 큰 타격이 될까?

 

물론 비난하는 사람은 여전히 비난할 것이다. 이번 뉴스를 보고 비난으로 돌아선 사람들도 그녀를 비난하고 나설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그런 대다수는 이번 일이 아니었아도 비난했을 이들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등을 돌렸을 이들이다. 반면 솔직하게 자기 입으로 밝힘으로써 그녀의 성격에 호감을 갖게 된 사람들이 더욱 그녀의 편으로 돌아섰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더욱 충실히 그녀의 편이 되어 줄 것이다. 그녀가 얻은 것과 그녀가 잃은 것은?

 

솔직히 지금도 뭣하러 굳이 방송에 나와 - 그것도 강심장과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그런 이야기를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굳이 그랬어야만 했는가? 그러나 이미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그것을 가지고 아예 케이블에서 기정사실화하며 방송까지 내보내려 한 이상 정면돌파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 않겠는가? 그것을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야 당장의 문제더라도 미래에 대한 자신감만 있다면.

 

다만 정말 아쉬운 것이라면 그렇게까지 성형사실을 털어놓지 않으면 안되도록 몰아가는 분위기일 것이다. 굳이 성형여부에 대해 파해치고 그것으로 대상을 공격하고, 또 방송은 그것을 시청율을 위한 자극적인 소재로 써먹고, 결국은 여전히 우리 사회는 그렇게 엄숙하고 경지되어 있는 것이라.

 

어차피 연예인과 대중은 기믹으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다. 적당히 속이고 속아주며 단지 그것을 소비하면 그 뿐인 것이다. 그런데도 저런 솔직함과 털털함마저 소비하려 한다는 것은. 더구나 당장은 좋지만 언제고 나중에라도 다른 상처나 아픔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임에도. 그래서 다시 한 번 강심장이 쓰레기라는 것일 테지만. 솔직함과는 별개로 그런 상황을 만들고 그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 역시나 SBS라.

 

어쨌거나 선택은 존중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털어놓았을 테고, 그럴만한 자신이 있으니 정면으로 부딪힌 것이겠지. 나야 성형을 했거나 안 했거나일 테지만. 안티야 어짜피 인기와 함께 따라오는 것, 연예인으로써 성공하자면 그런 안티마저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럴 자신과 능력만 있다면야.

 

다시 한 번 오해할까봐 강조해 말하지만 필라는 성형이라기보다는 미용에 가깝고, 치아교정은 치료차원의 교정이다. 쌍꺼풀 다시 집은 것이야 뭐. 그것조차 문제삼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자유겠지만 살짝 손만 댔다는 의미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당사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고. 물론 그만한 생각을 할 뇌가 있으면 말을 함부로 하지도 않겠지만.

 

아름다움을 소비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비난하지 않는 시간들이 오기를.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을 굳이 고백하지 않아도 되도록, 그런 고백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도록, 아름다움은 그저 아름다움으로서만 내버려 둘 수 있게. 그런 대중의 이중성이. 강심장 같은 건 보지 않은 쪽이 오히려 좋았다. 나의 선택을.

 

아무튼 내가 구하라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도 이래서다. 외모보다는 역시 성품이라. 아이돌로써 그리 밝히기 쉬운 일이 아닐 텐데도 오히려 저렇게 쿨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 당당의 어려움은 있어도 멀리 보면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넘을 수 있으리라. 그런 대범함이. 그런 모습들이 참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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