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였다. 아직까지는 구하라보다 유이가 더 인기가 많다고 생각했었거든. 이슈화란 결국 인기에 비례하기에 유이 쪽이 더 크게 이슈가 될 줄 알았다. 특히 남초사이트에서라면. 그런데...
아마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그 가운데서도 충격량의 차이와 성형에 대한 남녀의 입장 차이가 가장 클 것이다. 두 사람의 고백이 준 충력량이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유이의 쌍꺼풀 수술은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수술 전 사진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고, 쌍꺼풀 정도는 이제는 성형이라기도 뭣한 수준이 되어 버렸고, 따라서 그런 정도라면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쌍꺼풀 정도로 끝냈다기에는 뭔가 미진하지 않느냐는 의심까지 더해지면서.
그러나 구하라는 방송 전까지 쌍꺼풀까지는 이야기하지 않겠느냐던 예상을 깨고 입과 심지어 의심하는 사람조차 적었던 코에 대해서까지 털어놓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기대를 넘어선 것이었다. 구하라의 말에 진실성과 신뢰성이 부여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김효진이 말한,
"얼굴에 눈, 코, 입 말고 눠가 더 있니? 그거 했으면 다 한 거야!"
그런 게 남아 있기는 하지만 마치 고해성사하듯 깨끗하게 털어버린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사람의 관심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원래 성형에 대해 남자들은 꽤 무지한 편이다. 별로 관심도 없고, 뭐가 성형인지도 잘 모른다. 그냥 누가 성형을 했겠거니... 쿨하다기보다는 무심한 편이라. 같은 팬덤이라도 그래서 남성팬덤은 여성팬덤에 대해 충성도도 낮고 결집도도 낮고 지속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반면 여성들은 그것이 자기 일이기도 하기에 - 미용에 관심이 많을수록 그런 부분들에 민감하다. 고백의 충격량에 반응하는 강도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일 어제 방송에서 구하라가 유이처럼 쌍꺼풀 정도만 이야기하고 말았다면 반응 역시 유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예 무관심하거나 뻔한 대답을 한 구하라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지금보다 상당히 공격적인 반응들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역으로 찌르고 들어오듯 기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은 탓에 어느새 만족해 버린 것이 거꾸로 호감으로 돌아선 이유가 아닌가.
하긴 구하라는 이미 작년 어느 설문에서 성형을 꿈꾸는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연예인 1위로 꼽힌 바 있었다. 즉 특히 여성들에게 있어 외모에 대한 관심도에서 처음부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구하라에 대해 별 호감이 없는 사람도 구하라의 패션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일 정도로 그녀의 외모나 스타일은 분명 여성들의 호기심을 끄는 면이 강했다. 그런 구하라의 성형고백이니... 좋든 싫든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끌게 되는데 너무나도 솔직하게 그네들이 기대한 이상을 털어놓아 버렸다. 그 반응이 과연 어땠을까?
어차피 성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남성보다도 여성이다. 그런데 여성들에게 있어 유이보다는 구하라가 외모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그래서 더욱 진실하게 들리는 고백이 강한 충격으로 던져졌으니 그에 대한 반응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구하라로 인해 유이의 고백이 묻혀버린 쪽이 유이에게는 다행일 수 있는 이유다. 그리고 더불어 바로 이런 것이 구하라의 스타성이라는 것일 테고.
사실 구하라는 얼마전까지도 얼굴뿐인 그저그런 아이돌이었다.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 예쁘고 몸매 예쁘고, 그러나 그것도 워낙 개성이 강해서 때로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어느새 거리를 두며 대하던 그런 연예인이었다. 그것을 바꾼 것이 작년 추석에 방송한 달콤한 걸.
아마 당시 구하라가 달리기에서 1등을 했다면 예쁜 것에 그저 달리기 하나 잘하는 정도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천운으로 그녀는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졌고 그 순간 뜬금없이 예쁘던 여자아이돌은 넘어져서 아쉽고 안타까운 여자아이가 되었다. 그저 인형같기만 하던 아이돌에서 생명이 불어넣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청춘불패.
이제 더 이상 구하라는 예쁘기만 한 인형같은 아이돌이 아니었다. 어딘가 빈 구석이 보이는, 털털하고 솔직한 모습이 귀엽고 친근해 보이는, 누이같고, 친구같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웃같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게 여전히 크게 작용했지만.
이미 구하라의 매력이란 외모에 한정되지 않게 되었다. 외모의 덕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녀의 성격에 더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외모에만 관심이 집중되던 때에 어제와 같은 고백이 나왔다면 그것도 꽤 문제였을 테지만, 그러나 이미 외모 외에도 성격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많이 모이던 최근이라 오히려 그녀의 솔직한 고백이 그녀의 솔직하고 소탈한 매력에 더 가산점을 주지 않았을까.
유이의 경우는 그와는 달리 처음의 임팩트가 워낙 컸던 탓에 꿀벅지라는 대중의 외모에 대한 집착을 벗어버리지 못한 것이 그녀의 외모에 대한 고백에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적대적이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근본에는 역시 성형이라는 이슈를 대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와 구하라와 유이 두 여성이 던진 고백의 충격량의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구하라에게는 이슈의 중심에 서는 재능? 혹은 능력?이 있다는 것일 테고. 그게 바로 스타의 자질일 터다. 어설프게 고백하기보다는 오히려 대중의 기대를 뛰어넘어 그들을 놀라게 하라. 그 다음 수습하기는 자기 능력일지라도.
다만 그럼에도 이번 일을 두고 구하라가 유이를 넘어섰다 하기에는... 여전히 유이라는 존재감이 강하다. 한때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존재다. 단독CF에 드라마도 출연했었고. 구하라는 단지 아이돌, 그 가운데 유독 최근 두드러진 여자아이돌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는 이미 스타와 가능성 뿐인 아이돌이라고나 할까? 과연 그런 것을 - 그런 대중적인 관심을 어떻게 대중적인 인기로 가져갈 수 있을까...
역시나 결국 구하라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바일 것이다. 가능성이 항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니. 대중의 관심이 반드시 인기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인기로, 자기만의 자리로 만들어가는 것은 오로지 자신만의 역량이다. 그럴 수 있다고 믿고. 그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라 여긴다.
같은 이슈에 대한 그러나 전혀 다른 대중의 반응,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이거나, 혹은 그런 가운데 오히려 그것을 호감으로 바꾸거나... 물론 신뢰도 제로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주절거림에 불과하다.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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