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한국인과 관계 중심의 사고...

까칠부 2010. 1. 8. 05:01

이파니의 고백을 이제서야 봤다. 그리고 리플을 보면서 또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이러니 한국놈들이지..."

 

예전부터 느껴오던 것이었다. 예를 들어 성폭행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면 반드시 나오는 말,

 

"왜 그랬어?"

 

성폭행이라는 행위보다는 전후관계부터 따진다. 당시 피해자가 언제 어디서 어떤 차림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었는가, 아니 뿐만 아니라 거의 18대 조상까지 거슬러가며 조목조목 따진 다음 묻는다.

 

"그러니까 네 잘못이잖아?"

 

그게 뭔 상관이란 것일까? 중요한 건 성폭행이 있었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성폭행 이전에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부터 따지고 드는 건지. 그리고는 도리어 피해자에 대해 비난하고.

 

누군가 그러더라.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성폭행 인정받으려면 죽기 바로 직전까지 두들겨 맞고 실신한 다음에 - 그것도 환한 대낮에 길가다 납치당해서 당한 것이어야 한다고. 물론 옷차림도 조신하게 - 겨울이면 더 좋을 것이라고.

 

이파니의 기사를 보면서도 느낀 게 그거였다. 도대체 성상납을 요구받았다는 고백과 그녀의 플레이보이 모델 경력과 뭔 상관이 있는데? 플레이보이 모델을 했으면 성상납 요구받았어도 괜찮았다는 것일까? 인기가 없어서 뜨려고 한다? 그러나 핵심은 성상납 요구가 있었나 여부가 아닌가?

 

이같은 관계적 사고의 문제는 관계로써 단죄하려 든다는 것일 게다. 예를 들어 박재범 사건의 경우도,

 

"너는 외국인이잖아!"

 

그게 뭐?

 

"한국에 와서 돈 벌어 가면서 그딴 소리 하지 말란 말야!"

 

그러니까 그게 대체 뭐?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갖다 끼워맞추며 비난에 이용한다. 하긴 그래서 나오는 게 공인일 것이다.

 

"너희는 공인이잖아!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냐?"

 

역시 하는 말, 그래서 뭐?

 

한 마디로 그냥 개자식들이다. 뇌가 똥인지 똥이 뇌인지. 아마 하루에 서너번은 뇌를 화장실에 물내리듯 씻어보내는 모양이다.

 

이파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플레이보이 모델을 했다. 그래서 그것이 과연 다른 사안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과오인가? 성상납요구를 받았다는 사실을 고백한 것에 대해서까지 그것을 이유로 비난할만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큰 잘못인가 말이다. 그런데 왜 그것으로 아직까지 비난을 들어야 할까? 조롱을 당하고.

 

그것과는 별개다. 중요한 것은 이파니가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어떠한 댓가를 무기로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런 관행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것이 이파니의 입을 통해 밝혀졌다는 것이다. 중요하다면 그 발언의 사실여부일 테지 그녀의 과거가 아닐 것이고 말이다.

 

하긴 어디 연예인만일까? 어디서 누가 한 마디 하면 아주 사돈의 팔촌에 18대조상에 이웃의 18대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서는 검증한다.

 

"네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

 

결국에 모든 문제는 그렇게 관계로 귀결된다.

 

"네가 뭔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수준에 비례한다. 왜 아닐까? 선거 때마다 항상 반복돼 오던 소리들인데.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건 항상 행위다. 어떤 행위가 이루어졌는가? 어떤 행위가 있었는가? 그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나았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가? 뇌가 있다면...

 

참 같잖다는 거다. 새벽부터 짜증이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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