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그런 글을 쓰려고 했다.
만일 당신이 학교를 중간에 빠지고 놀러갔는데 선생님이 붙잡아서는 다리가 부러지도록 때린다. 그런데도,
"너 잘못했잖아?"
그럴 수 있을까?
아니면 역시 수업 중간에 빠져나와 담을 탔는데 선생님이 그것을 잡아서는 12대 조상까지 욕하며 야단친다. 그래도,
"너 잘못했으니까 들어!"
그럴까?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나니 실제 그러는 거다. 요즘은 모르겠다. 예전에 진짜 그랬다. 머리 좀 안 깎았다고 바리깡으로 도저히 길을 못 다닐 정도로 머리를 망가뜨려놓고, 조회 할 때 줄 좀 잘못 섰다고 느닷없이 날라차기 날아오고, 당구 좀 쳤다고 교실 복도에 꿇려놓고는 온갖 망신에 매질에... 내가 아는 노마는 도저히 못 견디겠는제 매맞다 말고 그 길로 나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는데.
학교에서만이 아니다. 집에서도 그런다. 한 가지 잘못하면 내가 태어나기 전 일부터 일일이 끄집어내어 망신주고 모욕준다. 머리로 어깨로 쏟아지는 매질이라는 것은 내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전에 먼저 굴욕감과 분노부터 불러일으킨다.
군대에서는 어떨까? 직장에서는? 아마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그것일 것이다.
"잘못한 거 알거든? 하지만 그렇게까지 잘못한 거야?"
정도를 모른다는 거다. 딱 잘못했으면 그 만큼만 야단치고 혼내야 하는데 항상 넘친다. 그리고 넘치는 이유란,
"너 잘못했잖아?"
그래, 잘못했다니까? 그러니까 그게 그렇게까지 죽을 죄냐고? 차라리 납득하고 반성할 수 있으면 스트레스가 덜 될텐데, 잘못한 걸 아는데도 반성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니 그게 억울하고 답답할 밖에. 그러면서 사람들은 더 거칠어지도 난폭해지고 또 반성하는 법을 잊어가고.
악플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아, 이게 바로 한국사회로구나..."
물론 의도적으로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빼고 하는 이야기다. 너무 정의로운 사람들. 너무 도덕적인 사람들. 너무 바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
"악플도 다 이유가 있으니 달리지..."
"일단 자기 잘못이 맞잖아?"
그냥 비판하는 것 가지고 악플이라 하던가? 비판하는 것 가지고는 악플이라 하지 않는다. 비판을 넘어서 모욕하고 비하하고 모멸감을 주니까 악플이라 하는 거다 당사자가 아닌 주위에서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니까.
그런데도,
"자기가 잘못했으니 받아들여야지?"
그래서 예전 선생님이나 어른들도, 아니 군대 고참도,
"괴롭지?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야..."
얼마전 그래서 애 하나 완전 불구될 뻔 했더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다. 법에서도 아무리 큰 죄를 지었어도 법이 정한 형량 이상은 주지 못한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특별감호니 뭐니 해서 더 큰 처벌을 가하기도 했지만 개명한 민주사회에는 그런 게 없다. 하물며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야.
비판하려거든 사실에 입각해서. 그리고 그 사실에 한정해서. 본연의 인격에 대해서는 다치지 않도록.
사실은 상식일 터인데, 사회가 워낙 그렇게 굴러가고 있으니. 상식이 상식이 아니도록.
참 한국사회가 이렇다는 거다. 악플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인간에 대한 모욕이 너무나 당연하게 - 당연한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행위가 될 수 있는. 그렇게 길러지고 그렇게 길들여지고.
몇몇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한두사람이라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일 터지만, 당사자만이 아닌 주위에서 보는 시각까지 이렇다면. 인간이 쓰레기랄밖에.
답이 없음을 알았다는 게 답이라 하겠다. 한국사회에서 악플러란... 그들을 옹호하는 정의로운 자들이 있는 한. 그들의 정의로움이 있는 한 말이다. 한국 사회의 수준이라.
정초부터 답답하다. 역시 인터넷은 끊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인간이 개라면. 인간이 개만도 못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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