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위대한 탄생2 - 프로페셔널한 기준이 아닌 위대한 탄생 기준입니다.

까칠부 2012. 3. 24. 08:25

사실 프로라고 해서 모두가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다. 음정 정확하고, 박자 안 틀리고, 리듬감 훌륭하고, 무대에서 작은 실수조차 없이 완벽하다.  그러나 현실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있던 데뷔 10년차가 넘어가는 베테랑들조차 곧잘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멘토 이선희의 말 그대로다.


"개인적으로 음정이 불안하다는 게 누구나 불안할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그런데 그것이 노래에 지장을 주느냐, 몰입도가 있느냐 없느냐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임재범도 실수를 한다. 이승철도 실수를 한다. 이선희라고 항상 모든 것이 정확할 수는 없다. 차이라면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얼마나 어색하지 않게 거슬리지 않게 잘 수습하는가. 실수가 없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얼마나 듣기에 좋고 마음을 움직이는가. 아니 얼마나 음정과 리듬감 같은 스킬이 뛰어난가 하는 것보다 얼마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를 부르는가.


바로 오디션이기에 손해보는 부분일 것이다. 처음 <나는 가수다>라고 하는 프로가수를 대상으로 서바이벌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를 드러낸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음정이 불안하다. 누군가는 성량에서 약점이 있다. 누군가는 리듬감에서 아쉽다. 무대에서의 장악력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가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두가 프로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 가지 장점이 있기에 그들의 음악을 일부러 찾아듣는 팬이라는 것도 생겨난다. 그런데 그것을 일률적으로 줄세워 판단하고 순위를 매긴다. 심지어 <위대한 탄생>에서는 점수까지 매긴다.


감미로운 미성의 목소리가 좋다. 탁월한 보컬의 기교에 전율마저 느낀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고음이 인상적이다. 곡해석력이 탁월하다. 싱어송라이터인데 노래실력보다는 그가 만드는 노래가 좋다. 이유는 다양하다. 그것을 누구도 한 가지 기준에 꿰어 맞출 수는 없다. 아마 오디션만 아니었다면 참가자 가운데서도 그렇게 대중의 선택을 받아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점수란 잘하는 것은 물론 못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계량하는 것이다. 한 가지 다른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장점과 강점을 찾아내더라도 감점이 그보다 더 크다면 자신이 느끼는 호감이란 탈락이라는 결과로써 배반당하고 말 것이다. 오디션이 갖는 한계다. 시청자까지 참여한 오디션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오디션으로 끝나고 데뷔한 참가자의 앞날은 순탄치 못한가.


오디션프로그램이 갖는 결정적 한계일 것이다. 좋아하는 데에는 다른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는 한 가지면 족하다. 모두가 그를 좋아할 필요 없다. 그를 좋아하는 유의미한 대중만 있으면 된다. 모두를 잘하는 제너럴리스트보다 한 가지만 뛰어난 스페셜리스트라도 좋다. 그러나 오디션은 거꾸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없어도 두루 좋다면 그것으로 좋다. 오디션에서 우승했다고 반드시 가수로서의 가능성 또한 담보된 것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배수정은 훌륭하다. 구자명 역시 결승전에 오른 참가자답게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참가자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결승전에 올라 우승을 다툴만한 충분한 매력과 실력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까지 탈락한 참가자들이 모두 그들보다 못해서 떨어졌는가? 전체적으로는 그들보다 못했을 수 있지만 어쩌면 한 가지에서는 그들보다 나았던 참가자도 있지 않았을까? 누가 오디션이 끝났을 때 가수로서 더 대중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일찌감치 떨어졌다고 해서 그들에게 가수로서의 매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일 게다. 과거 강변가요제에서도 'The End'시절의 록그룹 부활과 파이오니아라는 팀으로 출전한 이승철이 탈락한 바 있었다. 같은 해 85년 입상자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것도 동상을 받은 박미경이었다. 그들의 운명은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아쉬웠다. 참으로 독특한 목소리였다. 어둠의 마성이라는 별명처럼 전은진의 독특한 음색에 매료되어 그녀에게 큰 기대를 걸었었다. 하지만 생방송에 대한 암박과 여러 어쩔 수 없는 문제들로 인해 오히려 멘토스쿨에서 보여준 만큼도 보여주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어리니까. 확실한 한 가지 음색이라는 매력이 있다. 기초도 상당히 탄탄하다. 연주와 곡쓰기도 된다. 외모도 호감가는 외모다. 그녀에게는 아직도 많은 다양한 가능성과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 단지 <위대한 탄생2>라는 오디션에서의 결과가 3위일 뿐이다. 단지 지금 이 순간만 실망하면 될 뿐이다.


배수정은 확실히 오디션참가자라기보다는 초대가수의 아우라를 느끼게 만든다. 물론 아직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오디션이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한계일 것이다. 다양한 시도를 하려 한다. 다양한 가능성과 새로운 매력을 심사위원들에 보여주고 인정받으려 한다. 프로라면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배수정이 내세울 수 있는 한 가지 장점만 있다면 얼마든지 프로로서 대중과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심사위원으로부터 심사를 받는 순간 그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된다. 역시나 오디션이라고 하는 한계일 것이다. 프로로서 데뷔한 그녀를 기대한다.


구자명의 경우는 아직 덜 여물었을 것이다. 안정적이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완전하지 못하다. 고음이나 성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고음과 성량은 충분하다. 문제는 그것을 제때 제대로 터뜨려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노래에 힘이 들어가느라 기껏 있는 힘껏 터뜨려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음정도 좋고 성량도 좋고 약점으로 지적되던 리듬감 역시 많이 개선되었는데 그러나 역시 아직은 아쉽다. 본격저으로 노래를 배운 것이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기복이 심했던 다른 탈락자들에 비해 기복없이 보여준 무대는 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우승을 하든 아니면 탈락을 하든. TOP12 모두가 마찬가지다. 아니 이전에 탈락한 사람들 또한 다르지 않다. 이것은 단지 오디션이다. 점수로써 계량하고 순위로써 탈락자를 골라내는 오디션이라는 특수한 조건에서 이루어진 경연이다. 음악이란 1등만 살아남는 오디션의 경연이 아니다. 이제 프로로써 대중은 직접 돈을 내고 그들의 음악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 그만한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단지 과정이다. 다만 그럼에도 심각해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오디션에 충실한다.


가장 아쉽다면 역시나 27회라는 분량일 것이다. 더 이상 무엇이 장점이고 무엇에 매료되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어지간한 프로도 이렇게 오래는 활동하지 않는다. 지친다. 집중하기 힘들 정도다. 그런 점에서 참으로 대단하다. 여전히 그들은 자신들의 노래에 집중하고 있었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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